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흰죽 끓이기

등경 2014. 11. 9. 10:35

테니스 대회 월례회에 참석하고 막 문을 열고 들어오니 아내가 소파에 엎어져 있다. 본능적으로 달려가 깨워 보니 아내가 사색이다. 그렇지 않아도 상태가 아주 안좋다고 생각했는데 심한 감기몸살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생각해보니 아무 것도 없다. 너무 무능하고 한심한 존재라는 걸 알다. 죽을 끓이고 싶은데 어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 죽을 사러갈까 옷을 챙겨 입고 나서려 하니 죽집의 죽은 첨가제를 넣어 아내 입맛에 맞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 내가 집에서 죽을 끓일 수 밖에 없다 생각하고 죽을 끓여야 겠다고 마음 먹다. 아내에게 물어보면 말하기도 싫다 할 거 같아서 용기를 내다. 일단 쌀을 씻어 냄비에 넣고 물을 많이 잡다. 그러고서 처음부터 젓시 시작하다. 한참을 젓다. 이럴 때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시작해도 되는데 우선 급하기에 일단 죽을 만들어보다. 한참을 젓고 보니 뽀얀 국물이 우러나오다. 한참을 젓고서 불을 좀 낮추다. 대충 끓여 가지고 가니 쌀이 덜 익었다고 한다. 다시 냄비를 가져다가 물을 더 붓고 약한 불로 끓이다. 가지고 가니 괜찮다고 한다. 잘 끓였다고 아내가 말하는 걸 듣고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아내는 내가 끓인 죽으로 좀 요기를 하고서 일어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나무 주걱으로 끓여라 물은 쌀의 서너배 어디에서 보니까 육칠배, 첨엔 강불로, 중불 약한 불로 끓여라 등 참고 사항이 많이 있다. 언제부터인지 내가 이젠 요리를 배워 스스로 해먹어야 하고 아내가 아프면 내가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도 늘 원점이다.

오늘 테니스 대회에 나갔다 오라 한것만도 감지덕지다. 우리 또래 회원은 아내가 못나가게 해서 못왔다고 식사를 하는 도중 전화를 해보고 다른 회원이 웃으면서 알려준다. 오늘은 11월 월례회가 있었다.

원래는 어제였다. 그런데 어제 테니스 시합이 있어 우리 클럽도 대회에 참가하느라고 오늘 대회를 미룬 것이다. 홀수 달은 토요일, 짝수 달은 주일이다. 오늘 주일이기에 주일을 소홀히 할 수 없어 새벽예배 드리고 나간다고 연락을 해서 좀 느긋하게 덕진체련공원에 나가다. A팀 B팀으로 나뉘어져 시합을 하나 나는 B팀에 속해 어제 총무하고 같이 게임을 하기로 하고 시합에 임하다. 단풍철이라 회원들이 적게 나와 시합은 좀 일찍 끝나다. B팀에서 우리 팀이 이겨 화장지를 타다. 시합이 8시경 마쳐져서 곧 바로 식당으로 옮겨지다.

오늘은 내가 식사를 대접하는 날이다. 애경사가 있으면 애경사를 당한 사람이 회원들을 대접하는 관행이 있다. 난 지난번 대접을 했으나 오늘 월례회도 한번 더 내야 한다. 지난달 아들 녀석 장가를 보내고 내가 경사 턱을 내는 날이다. 많은 분들을 모시고 대접을 하려 했으나 생각보다 적게 와서 호주머니 돈은 불려주었다. 시래기 국을 먹었는데 오늘 따라 반찬이 정결하다. 그 중에 꼬들배기는 압권이다. 미나리에 오뎅도, 상추에 묵무침도 다 깔끔하게 요리해서 나오니 회원들이 여기저기서 더 달라고 아우성이다. 더 오래 있을 수 있으나 나는  오늘 예배를 위해 좀 일찍 나서다. 9시에 나서서 집에 오니 아내가 아파 소파에 누워있는게 아닌가.

그래도 어렵사리 죽을 끓여 겨우 요기를 하게 했으니 맘 속으로 뿌듯한 생각이 든다. 제발 요리를 걱정하지 않게 음식을 하는 만드는 법을 배워보자. 부지런히 성경책을 챙겨 2부 예배 11시 예배에 늦지 않도록 준비를 하고서 빨리 나서다.


2014.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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