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단풍길을 보러 간 것은 아니다. 대학 내에 단풍길이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노트를 사러 나섰다가 멋진 단풍을 보았다. 오늘은 주일 오후가 좀 여유롭다. 평소 적기를 좋아하는 나는 노트가 필요한 사람이다. 그동안 한번 사면 칠팔권씩 사다 쓰는데 남은 노트 장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노트를 사러 나가려고 기회를 찾고 있었다. 용기를 내서 오늘은 시내 나들이를 나가다. 시내버스를 타고 전북대 입구에서 내려 항상 이용하는 문구점을 찾았다.
문구점 앞에서 마음이 바뀌었다. 멀리 보니 전북대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지 얼마전 교감샘이 전북대 단풍도 멋지다는 말이 생각나서 무작정 전북대 구정문을 통해 전북대에 들어섰다. 간선도로가 가운데는 벤치가 놓이고 막 들어서니 표지판이 보였다. 자유로라고 씌여 있다. 그렇다. 학생들이 벤치에 앉아 사색에 젖기도 하고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 자유로임을 알것 같다. 실내 농구장 가까이 나무들이 서있는데 건물 5층 높이만하다. 플라타너스가 그렇게 큰 것은 보기가 쉽지 않다. 플라타너스가 양옆으로 줄지어 섰는데 젊은 연인이 그 길 가운데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들어선 대학이다. 전북대는 너무 넓어서 생각을 하고 돌아야 한다. 과학관 앞길을 지나 진수당 앞으로 해서 본부 가까이 다가갔다. 본부 옆길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보기가 좋았다. 본부 뒷편에 줄지어 서 있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가을 햇살에 비처진 은행나무 단풍은 하늘에 비처진 노란색이 하늘과 대조를 이루어 진하게도 보였고 투명한 은행잎 속에서 쓸쓸함도 느꼈다. 바람에 떨어진 은행잎은 길위에 수북히 쌓여져 있었고 길가의 가지런히 다듬어진 향나무 위헤 쌓인 은행나무 잎들은 나무위에 수북히 쌓인 눈을 잠시 연상할 수 있었다. 법대와 상대 옆길을 지나 사대부고 뒷편으로 쭈욱 걸어보았다. 또 단풍나무도 보이는데 줄지어 있는 단풍나무도 햇볕에 붉게 빛나 단풍나무 아래 서서 휴대폰으로 멋진 단풍진 나무의 모습을 담았다. 걸으면서도 뒤돌아 봐졌다. 보아온 길이 너무 아름다워 다시 고개가 자연히 돌려졌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건물마다 고유 넘버를 달 정도로 건물도 많이 들어섰다. 무슨 건물인지 도대체 머릿곳에 입력이 되질 않는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건물 찾기도 쉽질 않을 것 같다. 중앙도서관도 새로 지어져서 대형 플래카드엔 교육부 지원 핵심 사업 전국 6관왕 글자가 선명하게 적어져 있다. 전북대는 세계속의 대학이 되었다. 모교이기도 하지만 대학 때는 넓은 캠퍼스에 건물 몇 동 들어섰던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은 건물도 많이 들어섰고 나무도 크게 자라 보기가 좋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제 연륜이 역사가 되어 기품있는 캠퍼스가 된 모양이다. 가까이는 이십년전 사대부고 팔년 근무하면서 봤던 대학인데 많이 변했다. 언론에서도 지방대 중 수직상승 점핑을 한 대학으로 평판도 좋고 위상도 달라졌다.
요즘 단풍철이다. 정읍 내장산 다녀 온 아는 분이 단풍 구경을 갔는데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구경도 못하고 고생만 찔찔히 했다는 이야기를 엊그제 들었다. 지금은 11월 초순이다. 시월 단풍도 아름답지만 현 시점의 단풍이 완숙미를 더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보기 좋은 것은 지금이 아닌가 싶다. 멀리 단풍 구경을 못했지만 전북대 캠퍼스 단풍 구경으로 충분히 대리만족했다. 노란 은행나무 잎도 나무에, 길가에서 수없이 봤고 빨간 단풍도 적벽돌 건물에 더 빛나 보였다. 벚나무도 울긋불긋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전체가 화폭의 멋진 그림이다. 표현력이 부족해서 필설로 다하기 어럽다.
문방구에 들러 사고 싶은 노트를 사들고 버스에 오르다. 아름다운 계절, 아름다운 단풍, 멋진 한국의 가을 이 땅에 살고 있는 내가 행복하다. 해외 여행 많이 다녀 보지 않았지만 한국의 가을은 세계 속에서도 자랑할만 하리라. 오늘 설교 내용도 '감사하는 자가 되라'고 했다. 범사에 감사해야 한다. 감사는 축복의 그릇을 키운다고 한다. 감사의 마음을 회복하자. 그동안 내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는 걸 잊고 살았다.
2014.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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