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가을 도심 속의 하루

등경 2014. 9. 13. 17:05

나가고 싶다. 나가려면 목적이 있어야 하니까 나가는 목적을 만들어 보다. 그렇지. 할 일이 많이 있구나. 집안 청소를 하다 KBS TV 책을 보다 프로그램이 일을 삼아 보진 않지만 눈에 띠면 관심있게 지켜보니까 이름이 익은 함민복 시인의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라는 책을 소개하다. 그 책도 무조건 사고 싶고 중앙시장에서 금은방을 하는 친구도 만나야 한다. 나갈 일이 많이 있다. 버스 정류소로 가는 길은 볕이 따가움을 느낄 정도다. 추석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 덥고 요즘 날시는 일교차가 크다고 한다. 여유롭게 버스정류소의 장의자에 앉아 한가롭게 있어 본 적도 그리 흔치 않다. 여유가 있으니 앉게 되다. 객사가는 버스가 오다.

객사에서 내리다. 난 홍지서림을 갈 목적으로 나왔기에 홍지서림 쪽으로 가야 하는데 반대편에 있는 교회백화점으로 향해진다. 찬송가집이 겉표지가 갈라져서 여러 차례 스카치테잎으로 부치는 것도 싫증이 나서 혹 쓸만한 책이 있으면 사야겠다고 교회백화점에 들르다. 한권 사들고 몇번 두리번 거리다가 홍지서점으로 향하다. 가을 속의 도심은 사람들이 분주하다.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이곳 저곳으로 걸어가기 바쁘다. 그리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는 날씨 활동하기 좋은 날씨기에 삼삼오오 짝을 이뤄 많은 사람들이 배회한다. 나도 모처럼 이런 시간을 갖나 싶다. 은행나무 가로수는 제대로 여물지 못한 작은 은행을 무수히 떨어뜨려 놓고 그늘진 길을 찾아 한가롭게 걸어가는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다. 가다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에 걸리면 물끄러미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사람마다 할 일이 있어 다니리라 본다. 근처에 있는 한옥마을은 사람이 걸려 갈 수가 없다. 은근히 그 곳도 가고픈 가을 오후 좋은 날씨다.

홍지서림에 가서 아침에 전화를 해두었기에 책이 있다는 걸 알다. 가자마자 계산대에 가서 책을 달라하다. 책을 받아들고 1층 2층을 왔다갔다 하면서 혹 보고 싶은 책이 있나 두리번 거리다. 돋보기를 가져오지 않아 제대로 책도 훑어 볼 수 없다. 2층에 올라가서 후미진 곳을 들여다보니 네 명의 여학생들이 아예 자리를 깔고 열심히 책을 읽는다. 저런 욕심을 내도 괜찮으리.돌아다니다가 사고 싶은 책이 나오면 더 살 거 같아 이삽십분 소비하고 서점을 나서다.

버스 정류장에 가서 중앙시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니 버스가 서질 않고 질주만 한다. 좀 더 가서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아니 이런 좋은 날은 걸어도 괜찮을 성 싶어 걷다. 느릿느릿 걸어보다. 난 천상 걸음이 너무 빨라 자연히 속도를 내는데 오늘은 의도적으로 천천히 걸어진다. 오다 문득 거리의 입간판을 보고 순간적으로 멈추다. 휴대폰 필름 무료 교체라는 입간판 문구가 나를 그냥 잡아 당긴다. 얼마전 휴대폰 필름이 좀 찍혀서 더러워 졌다. 무작정 가게를 들어가고 교환해주냐고 했더니 당연하다고 한다. 걸어오다 횡재를 만난 격이다.

오래만에 중앙상가를 구경하다. 중앙상가 끝에 친구 가게가 있다. 고향 친구가 하는 금은방이다. 시내 나오면 가끔씩 들러 친구의 안부도 묻고 다른 친구 소식도 접한다. 오늘은 내게 볼 일이 있어서 가다. 무얼 얻어가지고 와야 한다. 시장 구경도 하면서 걸어 들어가다. 친구가 반갑게 맞아 준다.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한참 하고 간간히 오는 손님들이 있어 내가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 들어 조금 수다를 떨고 가게를 나서다.

 

중앙시장 반대편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황짱에게 전화를 하다. 오늘 테니스 월례회 소식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다. 테니스 월례회에서 B그룹에서 4전 전승으로 우승을 해서다. 오늘은 내가 맘 먹은 대로 게임이 되었다. 황사장은 평소 나를 잘 가르쳐주는 분이다. 테니슬 좀 치면 다른 운동경기도 마찬가지지만 실력이 하수면 잘 쳐주지도 않고 붙여주지도 않는게 운동의 속성이다. 그러나 인품이 너무 좋아(나를 가르쳐주니까 이렇게 얘기하는 지도 모르지만) 사람을 가리지 않고 잘 상대해준다.

 

오늘 경기 내용으로 한참을 전하다. 이미 밴드에 우승 축하 멘트를 날렸다고 나에게 그거 안보았냐고 확인한다. 오늘 정말 기분좋게 경기를 하다. 조 선수를을 부르지 않아 경기 진행자에게 물어보니 대답이 시원찮아 처음 출발은 그리 기분좋지 않았다. 나중 유*수 선생님이 늦게 오셔서 그 분과 짝을 이뤄 4승을 했다. 맨 처음 총무와 김교수 조를 6:3으로 이기고 다음은 박원장과 박*규씨를 6대2로 이기다. 그 다음은 오교수와 이원장조를 게임을 하다 오교수님이 1년만에 나오셨는데 어깨가 아프다고 포기를 한다. 맨 마지막 게임이 관건이었다. 평소 전직 회장님들이라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잘 하시는 분인데 이 게임이 중요하다는 걸 알다. 아닌게 아니라 2대0으로 지다가 결국은 우리가 6대3으로 이기다.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우승을 해본다. 게임내용도 맘에 들다. 이런 내용을 얘기하면서 전화를 하다. 오면서 생각만해봐도 오늘 하루 보내면서 도심 속을 오랜만에 걸어보면서 아주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면서 걸어보는 하루였다.

 

옛날 고등학교 다닐때 미원탑이 있었고 헌 책방도 있을 때 새 책방과 헌 책방을 두리번 거리면서 걸었던 그 옛날일도 주마등처럼 스친다. 또 동서학동 끝에서 모교가 있는 진북동까지 걸어다니면서 전주 시내를 걸어다니던 옛날 일도 머리를 스친다. 나도 이제 퇴직을 하면 시내버스 타고 나와서 아주 천천히 볼 일을 보고 걸어다니면서 일을 보고 버스타고 집으로 들어가는 날도 많이 생기겠지...........

 

2014. 9. 13  가을 저녁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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