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장수 지지계곡

등경 2014. 8. 16. 21:40

8.15 광복절이다. 아침에 태극기를 내걸다. 나라 없이 백성도 없기에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정은 민주시민의 기본이다. 다른 때도 나라를 생각하지만 특별히 광복절 아침은 한번쯤 이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생각해보게 한다. 새벽 예배에 나가서 기도를 할 때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는 한다. 그러나 그 기도는 형식적이고 상투적이다. 그래도 이 나라 대통령에게 다윗과 같은 지도력과 솔로몬의 지혜를 주셔서 국민대화합을 이끌어가게 하옵소서. 위정자들이 하나님을 경외하고 백성을 두려워 하는 자들이 되게 하옵소서. 북한지도자들에게도 선한 마음을 주셔서 저 땅이 하나님의 목음이 전해져 인권이 개선되고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걸어나올수 있도록 개방되게 하옵소서. 주변열강들이 한반도 평화통일을 저극 지지하고 협력하게 하옵소서. 공교육이 무너지는 현실, 잘못된 부모들의 이기심,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방황하는 다음 세대를 불쌍히 여기시고 저들을 살려주옵소서라고.

그 기도를 속으로 하고 오늘은 나들이를 해도 되겠다 하는 맘이 든다. 비가 올 것 같아 나가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야유회를 한다는 것이 반반이었다. 그런데 날씨가 괜찮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10시 반 우성아파트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충 챙겨 나갔고 아파트에서 세 가정이 만나다. 만나서 행선지를 얘기하다. 여러 곳을 생각했으나 재작년 여름에 두번 간적이 있는데 장수 지지계곡으로 정하다. 장계에서 번암으로 넘어가는 계곡에 피서를 할 만한 좋은 곳이 있다. 재작년에 가보고 하루 재밌게 보낸 경험이 있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괜찮을성 싶었다. 소양쪽으로 나가니 무진장 지구로 가는 차들이 많다. 고속도로를 이용하기로 하고 소양으로 들어가 계남 IC로 나가다.

꾸불꾸불 산 길을 돌아 지지계곡에 도착하다. 사람들은 많지 않다. 두세군데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도 약간 평탄한 작은 공간에 가져온 집을 풀다. 12시가 넘어 바로 점심 준비를 하다. 밥부터 하고 가져온 고기를 굽다. 나와서 먹는 것은 무엇이든 맛있다. 프라이 팬에 구어져 나온 삼겹살은 맛있어서 군침이 돌게 한다. 정신없이 배를 채우다. 넓은 장소를 잡은 팀이 해먹기를 일찍 마쳤는지 보따리를 싸서 철수를 하다. 철수하면서 우리에게 장소를 인계한다. 남들이 오기 전에 이 쪽으로 옮기라고 하면서 떠난다. 맛있게 점심을 들고 장소를 옮기다.

옮긴 곳이 넓긴 해도 그늘이 적다. 오늘 구름이 좀 낀듯해서 괜찮지 나무 그늘이 좋은 그 곳이 미련이 간다. 점심을 먹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을 보니 그 곳에 작은 폭포 구경을 가다. 요즘 비가 내려 폭포가 생겼고 폭포 아래 젊은들이 물장난을 재밌게 한다. 식사를 하고 남은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 않는데 그걸 알고 한 집사님 가정에서 집에서부터 윷을 준비해오다. 처음엔 성대결이다. 5판 3승으로 하고 시작했는데 남성이 이기다. 내가 제의를 해서 가정 대결 윷놀이를 하다. 저녁 식사값과 영화관람 경비를 조달한다는 명목으로 123등을 정하기로 하다. 두 판은 월드컵대회 예선 성적을 점수로 정하듯이 두 판을 마치고 나니 동점이다. 세 판째 경기는 중요하다. 이 경기로 등위가 결정난다. 그런데 내 돌이 마지막 내가 던진 윷으로 1등을 하다. 모, 윷, 걸을 하면 넉동이 다 빠져나온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인생도 이렇게 잘 풀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 보내기엔 안성맞출이다. 야유회에 나와서 윷놀이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첨이다. 윷놀이를 하고 나니 네시 반이 넘다. 적당히 놀다.

저녁은 영화구경을 하기로 하고 송천동 메가박스 근처로 가다. 가 보니 표가 다 매진이다. 표가 있다면 늦은 밤에 있다. 주말 영화 구경은 포기하고 저녁을 먹고 덕진 공원으로 가다. 오랫만에 여름밤 덕진공원을 걷는 맛은 즐겁기 이를데 없다. 연이 반으로 덮인 덕진공원은 여전히 아름답다. 많은 인파로 북적이다. 근처의 불빛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많은 인파 속에서 연꽃의 향기를 맡으며 여름밤 정취를 만끽하다. 덕진공원은 8시반부터 음악분수 상영 시간이라 해서 매점 1층에 자리를 잡다. 시작을 많이 기다렸는데 기다린 만큼 시원찮다. 그래도 끝까지 구경하고 나서다. 오늘은 마음껏 벗어나고 싶은 심정에 행동도 점잖지 못했다.

 

피서다 뭐다 해서 해외로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많다. 해외는 아니고 유명 관광지는 아니지만 마음 맞는 사람 모여서 가까운 계곡 아주 일찍부터 준비한 것 아니고 갑자기 가자고 해서 나온 야유회다. 그런 야유회지만 기분은 만땅이다. 행복은 그리 먼데 있지 않다. 행복은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질수 있다는 링컨 대통령의 말이 또 떠오른다.

 

2014.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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