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가 넘어 출근 준비를 하다. 방학이지만 오늘은 조금 일찍 가서 밀린 일을 하고 싶어서다. 항상 아침을 챙겨주는 아내가 오늘은 뜸을 들인다. 서두르는 마음에 냉장고 문을 여니 조금 기다리라 한다. 난 요즘 자주 비벼 먹는 통에 감자볶음, 가지 볶음, 신 열무김치 등을 식탁 위에 내놓다. 아내가 나와서 계란탕을 한다. 요리를 배운다는 말만 해온 나에게 계란탕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라 한다. 작은 뚝배기에 달걀 두 개를 깨어 넣고 수저로 젓는다. 나보고 저어 보라고 해서 저으니 잘못젓는다고 가르쳐준다. 소금을 넣고 가스 불 위에 올려 놓는다. 탈 수 있으니 불을 약하게 하라 한다. 그리고 지켜 보라 한다.
아내는 어제 밤 예배후 고구마 줄기를 같이 깠다. 나는 도와준다고 거들었는데 까기가 힘들다. 도중 여러번 쉬기도 하고 꽤를 부리다. 그 깐 고구마 줄기를 스텐 다라를 가져와서 담고 씻는다. 두어 번 고구마 줄기를 씻더니 스텐 다라에 넣는다. 지켜볼 요량으로 가까이서 어떻게 하는지 눈여겨보다. 물어볼 말이 마땅찮아 '고구마 줄기를 얼마 주고 샀냐'고 물어보니 대뜸 핀잔이다. 아니 아내 말을 한쪽 귀로 듣고 그동안 무수히 말을 해도 귀담아 듣질 않는다고 잔소리다. 아차 내가 실수를 또 했구나. 아내가 하는 말을 항상 귀담아 듣지 않고 다시 엉뚱한 질문을 하다 뒤통수를 얻어 맞곤 했는데 오늘도 그렇다. 어제 교회 집사님이 준다고 해서 가져온 것을 보고도 실수를 하다. 평소 건성건성 듣는 습관이 좋은 건 아닌데 쉽게 고쳐지질 않는다.
씻은 고구마 줄기에 다대기를 넣다. 고추가루를 넣는데 지난번 바자회때 구입한 다대기라고 하면서 다대기를 넣고 액젓을 넣는다. '부난'이 없어 양파를 넣는다고 양파를 대여섯개 까서 넣는다. '부난'이라는 말이 뭐냐고 물으니 평소 주위에서 양이라는 말로 쓴다고 하면서 정확하게 대답을 않는다. 아내가 나에게 양파를 가져다 까라 한다. 옆에서 관심을 보이니 바로 나에게 일을 시키지 않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가도 이럴 때 하나둘 씩 배워야 되리라 생각하고 양파를 두개 가져다 까다. 어떻게 깔지 몰라서 물어보다. 껍질을 벗기니 너무 매워서 눈물이 난다. 아! 정말 요리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 난 그런 수없는 요리로 식탁을 차려주어 지금껏 먹고 살았는데 이렇게 작은 거 하나도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무능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내가 너무 고맙다.
고구마 줄기 김치는 고구마 김치라기 보다 양파가 반절처럼 보인다. 여기에 솔을 넣어야 부난이 있는데 양퍄를 넣는다고 거듭 이야기 한다. 솔이 없어 양파를 넣는다고 한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김치다. 부산에서 공부하다 방학을 하여 얼마전 왔다간 딸아이가 맛있게도 먹은 김치다. 가을이라 맛이 있을지 모른다고 하면서 열심히 담는다.
계란탕이 잘 되는지 지켜본다고 하면서 난 딴짓을 하고 있었다. 아내가 계란탕이 다 된 거 같다고 먹으라 한다. 내가 지켜 보겠다고 말만 하다. 전자밥솥에 있는 밥을 대접에 퍼서 비비려 하니 아내는 그러지 말고 가지볶음 대접에 비벼 먹으라 한다. 그래 이게 일석이조겠다 하는 생각이 들다. 아내는 그동안 요리 등 이런저런 생활의 지혜를 발휘하면서 살림을 해오다. 난 그런 살림 '살'자字도 멀리하면서 이 일을 내 일이 아니라고 애써 외면해오면서 살아온 삼십년 생활이다. 그래 이제는 내 일 네 일 따로 있는게 아니고 어떤 일이든지 관심을 보이면서 살림을 배워보리라 다짐한다. 그동안 토요일 청소를 해주기로 한 약속은 대여섯번 하고 보류상태다. 지난 주 토요일도 바쁘다고 넘겼다.
이것 저것 넣어서 비며서 맛있게 계란탕과 먹다. 여덟시가 좀 넘다. MBC 드라마 '모두 다 김치'라는 아침 드라마가 TV 화면 에 젊은 두 남녀가 바로 지척에 있으면서 휴대폰으로 대화하는 모습이 살갑다. 대충 챙겨 출근하다. 3공단 도로에서 삼례 뚝방천 길로 접어들다. 왠 북적물! 강 폭에 물이 가득하다. 언제 보아도 사랑스럽고 멋진 큰 냇가다. 이 곳만 지나가면 왜 그리 평화스럽고 맘이 평안한지. 비가 많이 내린다.
2014.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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