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건지산 단풍 구경

등경 2014. 11. 23. 18:40

주일이다. 낮 예배를 드리고 오후는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갖는다. 다음 주는 마지막 주일이라 낮 예배를 드리고도 오후 남전도회 모임 그리고 교육위원회 모임, 저녁 예배 등 해서 쉴 틈이 없다. 그걸 생각하니 오늘은 그래도 여유롭다. 세차를 하려고 단골(? 몇 번 가지도 않았지만) 세차장엘 가니 영업을 않는다. 어제 못해서 오늘 하고 싶어 나왔는데 문이 닫혀져 있다. 그래 요즘은 왠만하면 토요일 일하고 주일은 쉰다. 믿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믿지 않는 사람도 되도록이면 토요일까지 일하고 주일은 쉰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주는 비가 잦다고 하는데 세차를 하는 내가 잘못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차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파킹하고 집을 나서다. 날씨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나 등산을 하기엔 괜찮은 오후 날씨다. 가다가 도중 교회 가까이서 초등1부, 2부 담당 교역자를 만나다. 건지산 같은델 가냐는 부러워 하는 눈치다.  부러워할 거 없다. 건지산에 오른지가 두 달은 되는 거 같다. 가지도 않는 산 건지산을 간다 해서 자주 등산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거 같다.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요즘 단풍이 어쩐지도 보고 싶어서 장덕사 입구에 들어서다.

계단을 오르고 나무 다리를 지나 운동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곳에 이르니 많은 사람들이 운동도 하고 단풍구경을 즐기고 있다. 오르자 마자 눈을 한 곳에 두기가 어렵다. 너무나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사방을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단풍이 곱게 들었다. 단풍 나무 종류가 많아 온 산이 울긋불긋이다. 어떤 잎은 아주 붉기도 하고 아직 연노란색이 남은 단풍도 보인다. 여러 가지 색이 어울어져 환상적인 색깔이 연출된다. 군락을 이룬 나무들도 아름답지만 홀로 서서 몇 그루씩 모여 있어도 보기가 좋다.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도 하고 미리 준비한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도리불언(桃李不言)이나 하자성혜(下自成蹊)니라(복숭아와 오얏꽃이 말을 아니하나 그 아래는 저절로 길이 이루어지니라)라는 말이 있다. 복숭아꽃 필 때도 그 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절로 모인다는 격언이 있는데 단풍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을 오라 하지 않아도 단풍이 아름다워 그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절로 모이고 있다.

최명희 묘소가 있는 곳이 아름답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어 최명희 묘가 있는 오솔길로 접어들다. 그리 좋은 지는 모르지만 호젓해서 좋다. 소리의 전당으로 가는 큰 길은 너무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 주위 단풍 나무도 단풍이 들어 지나가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간 중간 벤치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최명희 묘소에 가니 몇 무리의 사람들이 부지런히 담소는 나눈다. 마을로 들어서서 어렵사리 오솔길을 찾아 소리의 전당으로 가는 큰길로 나와 오송제를 가다. 오송제의 갈대는 이제 붉은 색을 변했고 연못 속의 연은 그 큰 우산을 다 접어 축 쳐저 있어 작은 버섯을 연상한다.

다시 산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다. 다른 때 같으면 아파트 사이로 빠져 나가기도 했으나 더 단풍진 나무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산 속의 길로 돌아오다. 정말 나무가 없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이 자연을 만드신 오묘한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해본다.

주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볼 때
하늘의 별 울려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자연의 세계가 온통 아름듭다. 자연은 위대하다. 하나님의 손은 위대하다. 다시 절 까까이 내려와 진흙집 지붕 위를 보니 은행나무 잎이 떨어져 노란 단풍잎들이 지붕을  덮고 있다. 큰 도로를 따라 가지 않고 아파트 도로 사이를 지나가다. 아파트 경계에 심어놓은 나무들도 자기들도 단풍이라고 단풍을 뽐낸다. 모두가 다 정원이다. 우리 한반도가 다 하나의 정원이다. 이 늦은 가을 많이 봐두자. 비바람이 불어 나무가 옷을 다 벗기 전에,  흰 눈이 나려 이 땅이 다 덮여버리기 전에.

201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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