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Begin again

등경 2014. 11. 27. 08:52

오늘 다른 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4시 40분이 보통인데 4시 좀 넘어서 일어나다. 자연스레 며칠 전 시 한수를 인쇄해서 외고 있는 중인데 그 시를 암송해보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이 스친다. 내가 정년이 2년 남았는데 전에 시를 외우다 중단해서 이번을 계기로 정년까지 시 100수를 외워보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들다. 그래 내가 시100수를 외운다고 선포하자. 시 외우기를 하고 시작하기로 마음 먹다.

출근하면서 교감선생님에게 맨 먼저 운을 떼다. 작년 약 시 30수 정도를 외워가기 시작하다가 중도에 그만 둔 적이 있다. 다시 시작하겠노라고 선언하고 오늘 아침 외워본 시 한수를 외우겠다고 하다. 이 시는 김용택의 가을밤이다. 이 시는 교감샘 블로그 가을시 모음에 들어 있는 시인데 우연히 이 시를 접하다.

가을밤/ 김용택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을밤에
달빛을 밟으며
마을 밖으로 걸어나가보았느냐

세상은 잠이들고
지푸라기들만
찬 서리에 반짝이는
적막한 들판에
아득히 서보았느냐

달빛 아래 산들은
빚진 아버지처럼
까맣게 앉아 있고
저 멀리 강물이 반짝인다

까만 산속
집들은 보이지 않고
담뱃불처럼
불빛만 깜박인다

이 세상엔 달빛뿐인
가을 밤에
모든걸 다 잃어버린
들판이 가득 흐느껴
달빛으로 제 가슴을 적시는
우리나라 서러운 가을들판을
너는 보았느냐

더듬 더듬 외우다. 시작은 미약하다. 네 나중은 창대하다고 했으니 그걸 믿고 도전하기로 맘 먹다.
앞으로 시 백수에 도전하겠다. 국문학을 전공한 교감선생님에게 좋은 시를 부탁하고 그 시를 받아 기회 닿은 대로 외우기로 맘먹다. 이젠 얘기를 꺼냈으니 도로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이 기회에 몇 가지 하고 싶은 일을 다짐하다.
첫째는 영타 연습이다. 옛날 영타를 좀 연습하다 도중에 그만 두다. 지금은 영타 칠 기회가 적긴 하지만 자판을 보고 영어 문장을 치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너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효율적이다. 아무래도 영어 공부는 해두어야 하니까 영어에 익숙하려면 영타 연습을 해야 한다. 아침 새벽 예배에 나가 영어 성경 문장 하나씩 쓰기도 하고 외우기도 하니까 이 기회에 영타를 잘 쳐보자.
둘째, 소설 일기를 하자. 지난 해는 조정래의 아리랑도 읽고 열심히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책을 손에서 놓다. 다시 최명희의 혼불을 읽어보자. 올 여름 두권째 읽다 그만두다. 다시 시작하자.
셋째, 운동은 테니스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작년 골프를 시작하다 그만두다. 골프 연습장에 다녀보고 싶다. 내달 12월이 아니더라도 15년 1월부터 골프 연습장을 찾아서 골프 연습을 하고 싶다.

할 것이 너무 많다. 너무 많은 것을 욕심내다 한 가지도 못한다. 그런 우를 범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에 옮기자.

다시 시작하는 거다.
비긴 어겐(Begin again!)

2014.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