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오랜 해후

등경 2015. 6. 14. 19:00

주일이다. 오후엔 꼭 조문을 가기로 맘먹다. 어제 성남을 올라가다 메시지가 뜨다. 전주시 모 고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동창의 부고 소식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그래 우리가 이럴 때가 되었냐 하면서 인생 허무를 생각해보면서 어제 고등학교 친한 친구 녀석 자녀 결혼식을 참석차 성남을 가다.

오늘은 주일이라 낮예배를 드리고 오후 5시경 집을 나서다. 오랜만에 내리는 비다. 그동안 저수율 30%도 못채운다고 하는 가뭄이다. 그런데다 온 나라가 메르스로 공포에 휩싸여 있다. 시원한 빗줄기를 맞으며 전주 우전 성당으로 가다.

막 조문을 하려 했는데 친구가 이 친구 모르냐는 식으로 손을 잡아 끌다. 순간 처다보니 알 것 같지 않아서 살짝 뿌리치고 조문을 먼저하다. 가는 순서는 없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건강을 못지키면 일찍 가는 수가 있구나 하면서 조문을 하다. 애석하다. 비교적 온화한 친구인데 건강을 그리 못지키고 먼저 가다니. 마음이 안좋다. 2년전 색소폰 연습장에서 보다. 나보다 먼저 연수를 시작해서 1기를 마치고 2기 들어서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던 친구인데 난 몇 번 나가고 스트레스만 받고 바로 포기해버리다. 그동안 색소폰을 분다고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이렇게 생을 마감하면서 욕심을 냈으리라 생각해본다.

상주와 조문을 하고 친구 셋이서 자리를 하다. 친구와 얘기는 아는척 하면서 나누기는 했지만 가물가물 하기만 하고 이 친구가 누구인지를 확실히 모르겠다. 그도 그럴것이 고등학교 졸업후 한번도 만난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혹 성함을 제대로 아는 방법이 명함을 건네는 것이어서 내 명함을 건네고 명함을 달라고 해도 준비를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한 친구의 도움으로 기꺼운 마음으로 세월을 뛰어넘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다른 반 담임이 제자들 환갑이라고 식사까지 옆반 담임이 해주었다는 소식도 듣기도 하다. 난 밤 일정도 있고 해서 자리를 뜨다. 친구들도 따라 나와 작별 인사를 하다. 나오면서 좀 일찍 나오는 친구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뜻밖에 내가 이름을 잘 아는 친구다. 그래 그렇구나.

오히려 나와서 그래 너구나 너털웃음을 웃으면서 다시 반갑게 인사를 나누다. 세월이 흘러 외모가 달라지니 예전에 그 친구를 떠 올리기가 어려웠다. 마지막 인사는 이렇게 만나기기 어려웠는데 다음 만나기를 약속할 수도 없는 처지인지는 몰라도 인사는 잘 살다 이승 잘 떠나라는 멘트다. 그게 서운하게 들릴 수 도 있지만 그렇게 서운하지도 않았다. 나도 그렇게 인사했다. 잘 살다 건강하게 살다 천국 잘 가라라고 화답을 하다.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오늘 죽은 친구를 조문하면서 오랜 친구도 만나면서 인생이 뭔지 한번 깊이 생각해보는 주일 오후다. 죽은 친구는 자식에게서 간을 이식받고 건강하게 사는 듯 했으나 운명이 그만큼이라 살다 간 모양이다. 누구나 가는 길이다. 우리가 사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친구의 명복을 빈다. 하늘 나라 가서 행복하게 즐겁게 살길 바란다.

주일 오후 친구 조문하고 생각나는 대로 거칠게 몇 자 적음
2015.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