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어느 한가한 오후
오늘이 처서다. 처서가 되면 웬만하면 더위가 간다고 하여 삼복더위를 지나면서 사람들은 처서를 기다린다. 처서가 되면 모기 주둥이가 삐뚤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올 여름은 처서가 되어도 더위가 떠날 줄은 모른다.
올핸 유난히 덥다. 열대야 일수가 기상관측 이래 백여년 동안 가장 긴 열대야라고 한다. 지역마다 난리다. 지난달 20일 이후 장마가 거의 끝나고 나서 계속해서 지구가 데워져 식을 줄 모른다. 이게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가 없다.
더위를 많이 타진 않는 편이다. 올여름을 나면서 그날 그날 지내기가 어려웠다. 덥다 보니 오후는 자연스레 나가 외식을 하고 이 카페 저 카페 순례를 하다. 에코시티 스타벅스도 가고 근처 투섬도 가다. 올핸 새마을금고 4층도 음료서비스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종종 이용하기도 하다.
오늘도 하루를 보내려니 쉽질 않다. 오전은 더운 방에서 열심히 중국어 방송대 강의를 듣다. 들으면서도 오늘도 오후를 보내기엔 어렵다는 판단을 하다.
1시 가까이 되어서 집을 나서다. 늦게 나서면 삼례 잘 가는 음식점이 있어 두어 곳 중 한 곳을 찾다. 시내를 벗어나 초록색의 자연도 보고 도심을 벗어나고 싶어 가끔 삼례로 향하기도 한다. 한도령 추어탕집을 찾아 맛있게 추어탕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 들르다.
오늘은 투섬이다. 개학을 해선지 손님이 많지 않다. 인근 유명 카페가 생겨도 그럴 수 있다. 네시가 되니 서쪽 차광막이 내려오고 조명이 더 밝아진다. 책을 보기에 아주 안성맞춤이다.
이렇게 카페에 나올 때는 그곳에서 읽을 거리도 준비한다. 곧 특급 한자 자격 시험도 있고 해서 관련 노트와 중국어 단어장을 들고 나온다.
한적한 곳을 찾아 앉다. 네시쯤 되니 서쪽 차광막이 내려오고 카페 천정의 불이 붉은 등이 켜진다. 실내가 더 완화하여 분위가 그윽하다. 차 한 잔을 마셔도 기분이 좋을 듯하고 책을 보기에도 분위기가 업되어 집중이 잘 되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저녁이 되니 서쪽 하늘에 태풍 뒤 검은 구름이 서쪽 하늘을 덮는다. 색다른 모습에 눈길이 간다. 카페가 올 여름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더위를 식히고 힐링을 하고 마음을 채우고 마음이 먼저 달려간 카페가 사랑스러워지고 카페로 인해 올 여름 더위를 이기게 했다.
2024. 8. 22 처서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