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태안
팔월 삼십일이니 팔월도 하루 남겨두고 있다. 긴 팔월이다. 입춘, 말복,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가 더 힘을 자랑하니 올 여름은 더위로 무너진다는 말이 나온다. 낮엔 폭염, 밤엔 열대야로 힘든
팔월을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 오늘은 태안을 가기로 예정되어 있어 집에서 8시 40분경 나서 교회로 나가다
. 일행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다.
태안 나들이는 담임목사님이 우리 장로 부부를 당신의 친구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로 초청을 하다. 열흘 전 당회 단톡방에 메시지가 뜨다. “지금 서산 앞바다의 꽃게가 한창 잡혀 올라온다고 친구 목사에게 연락이 와서 장로님들을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서 초대합니다.”라는 내용이다.
실은 우리 교회 담임목사님이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에 이사장이신데 2년전 당선되어 그 직을 수행하시다가 다음 달 9월 초에 이임을 하신다. GMS는 2024년 8월 현재 99개 나라에서 1,407가정 2,542명의 선교사가 사명을 다하고 있다. 담임목사님이 이사장직을 수행하면서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선교사를 위로하고 복음이 전해지지 않는 세계 열방에 복음 전하는 총사령관 역할을 하시다가 9월 초 은퇴를 하신다.
우리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겠냐만은 감사의 표시를 하시고 싶어서 우리를 부른다 생각하고 참석을 하다.
일단 봉고차에 Y, H, P. H 장로 네 가정 8명이 동승하다. 잘 가지 않는 지역이고 멀게 느낀 터라 다들 묘한 기대를 하고 나서다. 대천휴게소에서 쉬고 홍성 IC를 빠져 나와 태안 소원면에 위치한 의항교회로 향하다. 꽃게를 먹는다고 해서 교회로 간다 하여 좀 의아스럽긴 해도 도착해서 의문이 많이 풀리다.
네비에게 물어 물어 찾아가다. 나도 한 번 온적이 있어 오던 길은 나름 미리 속으로 그려보기도 하다. 어촌 마을의 작은 교회 의항교회다. 지금 시무하고 계신 목사님은 전주 양정교회에 오셔서 설교를 두 세번 하신 것으로 알다. 다시 뵙지만 온화하시고 하나님의 말씀을 부드러운 목소리로 강하게 설파하신 목회자이시다. 많이 겪어보지 않아도 그런 느낌이 온다. ‘바닷가에 작은 교회지만 예배의 감격이 있고, 따뜻한 교제가 있고 참 좋은 교회’ 의항 교회다.
1시가 넘어서 꽃게 파티가 이어지다. 자리는 자연스레 모둠 별로 만들어져 우리는 다섯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먹을 준비를 하다. 쟁반에 담긴 붉은 꽃게들이 확 시선을 끈다. 속이 꽉찬 꽃게다. 처음 게살을 뽑아 먹어보니 ‘와’하는 탄성이 나오다. 가위로 게를 잘라 4등분하고 먼저 몸통을 게살을 먹어 보다. 꽃게 다리로 이로 지근지근 먹는다. 아내는 게를 제대로 먹으라고 채근하지만 쉽게 고쳐지질 않아 닥치는 대로 그냥 마구잽이로 먹다.
순식간에 한 쟁반에 게를 먹어치우다. 쟁반 위에 게껍질이 한 산을 이룬다. 목사님이 오셔서 먹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다시 한 쟁반이 나오다. 먹어도 먹어도 끝없이 나오는 것 같다. 오는 식사를 위해 25킬로를 준비했는 더 추가했다고 한다. 다들 한 마디씩 한다. 다들 이렇게 많은 꽃게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나도 이렇게 많은 꽃게를 먹어 본 적이 없다. 속된 표현으로 ‘배터지게 먹었다’
꽃게를 먹고나서 담백하게 밥상이 차려나온다. 조개살이 담긴 된장찌개와 오징어 부침개, 상추와 고추, 맛있게 담긴 김치와 오이 소박이 등 검은 현미밥으로 배불리먹다.
꽃게와 된장찌개와 상추 쌈으로 점심을 들고 의항교회를 나서다. 잘 길러진 다육이도 구경하다. 고양이 한 마리가 마당을 어슬렁거리다가 내 곁에 와서 곁에 있다고 표시를 한다. 내가 애완동물에게 접근해서 사랑의 표시를 한 적은 없다. 나는 개와 고양이를 싫어한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나에게 다가와 내 주위를 맴돈다. 나도 관심을 갖고 쓰다듬어 주다. 사랑해야 할 동물이고 나도 앞으로 사랑하려고 노력해보자.
떠날 분은 떠나고 우리는 오후 태안 나들이를 나서다. 의항 교회 목사님이 우리를 안내한다. 일단 나는 우리 교회에서 2년간 시무하시다가 삼흥교회 담임으로 오신 김남태 목사님 차에 P장로와 동승하다. 이 곳은 만리포만 있는게 아니라 십리포, 백일포, 천리포가 있다. 백일포, 천리포를 거쳐 만리포에 도착하다.
먼저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을 방문하다. 이 곳은 2007년 유류 유출 사고가 터져 전국 123만명이 동원되어 바위와 갯벌에 묻은 기름을 손수 닦아내어 지금은 원상 회복을 한 태안반도다.
이 목사님의 활약상도 모니터 화면에서 소개된다. 또 자원봉사를 한 사람들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하니 몇 사람은 찾아본다. 나는 기억이 좀 흐릿하다. 아내가 내 이름을 쳐보니 나온다. 생각해 보니 우리 교회가 자원봉사를 할 때 여기 오기도 했지만 내가 다른 기관에서 온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근처 항구에 들르다. 이왕 여기 왔으니 수산물을 좀 사기로 하다. 의항교회 성도 벧엘수산 집에 가서 다들 사고 싶은 만큼 사다.
이어서 김목사님이 시무하는 삼흥교회로 가다. 우리 교회에 부목사로 있다가 1년 반전 이곳으로 가시다. 하나님을 흥하게 하고, 이웃을 흥하게 하고, 성도들이 흥하는 삼흥교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삼흥교회다. 밭에 둘러싸여 있어 교회가 우뚝 서있다.
이어 근흥면으로 옮겨 안흥나래교를 구경하다. 인도교인데 바다 배경이 장관이다. 이 곳을 꼭 봐야한다고 해서 이 곳에 와서 보니 과연 그럴만하다. 멀리 보이는 섬들이 더욱 푸르러 보이고 파란 바다가 시원스레 보여 그동안 느꼈던 더위가 한순간 식어지는 듯하다. 그동안 더워 쩔쩔매었는데 바다와 불어오는 바람이 다 날려버려준다.
근처에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이 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해양문화유산을 발굴·보존·전시·활용하는 국가유산청 소속 ㅇ연구기관이다. 이 근처에서 유물이 발견되어 발굴된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한 기념관이다. 폐관 직전에 들어가 대충 보고 나왔으나 넓은 내부를 돌아디니니 더위가 싹 가신다.
6시가 넘다 보니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자고 한다. 근흥면에 있는 윤가네 바다짬뽕 식당이다. 그동안 짬뽕이라고 많이 먹어 보다. 다른 지역에 가서 먹어 보기도 하고 집 근처 맛집이라 하여 먹기도 했는데 이 건 다르다. 다들 맛있다고 이구동성으로 한 마디씩 한다. 내가 먹어본 최고의 짭뽕이다. 나오면서 맛있다고 하니 다음에 오면 더 맛있게 해주신다고 우스개를 한다.
7시반 오늘 올라와 태안을 제한된 시간에 둘러보고 전주로 향하다. 대개 오면서 휴게소에 들러 차 한잔 마시는데 오다 야경이 장난이 아닌 태안읍 입구에 자리잡은 개업한 1년된 투섬플레이스에서 차 한잔을 나누다.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내려갈 길이 바쁘다고 자리에서 일어서다.
해미IC로 고속도로로 들어서서 서해안을 달려 전주에 도착하니 11시 10분이다. 우리가 산 꽃게, 선물로 받은 소금 등을 양손 가득 들로 보금자리로 돌아오다.
팔월을 잘 보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올핸 유난히 더웠다. 긴 열대야가 계속되어 어쩔줄을 모르고 더위에 지쳤던 여름이다. 비교적 갑자기 성사된 태안 나들이를 맛있는 꽃게와 파란 바다와 동행한 장로님들과 교제를 나누면서 팔월 끝자락에서 태안 나들이를 하다. 여름 잘 보내고 구월 가을을 활짝 열어가길 기도한다.
2024. 8. 30
팔월 말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