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가사와 가부장적 사고

등경 2024. 2. 28. 06:23

가사와 가부장적 사고
 
집안 일은 남자들의 경우 어떤 사고를 갖고 대하느냐가 태도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나는 꼰대다. 과거에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분명했다. 아내가 맞벌이가 아닌 경우 남자는 바깥 일을 하고 아내는 집안 일을 하다. 나의 경우가 전형적인 그런 경우다.
 
지금까지 남녀 역할 구분을 확실히 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사고로 살아 오다. 직장을 다닌다 하여 남녀의 역할을 분명히 긋고 살아왔다 하더라도 직장의 일을 내려놓은지 만 칠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었다. 이제 내 나이 고희를 맞고서야 나의 이 고리타분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요즘 깨닫게 되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르다. 가사를 서로 분담한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 세상이다. TV 등 방송에서 남자들이 요리를 하는 경우를 본다. 오히려 남자들이 요리 실력을 발휘한다. 그런 프로를 접하다 보면 기가 죽는다. 왜 그렇게 잘 하는지 부럽기도 하다.
 
오늘은 내가 결혼한 후 가사를 제일 많이 한 날이다. 아내도 인정한다. 내가 한 일이다. 나는 벽 네 시에 기상한다. 교회에 가서 방송실을 담당하여 새벽 기도회를 진행한다. 6시 집에 와서 산행을 한다. 오늘은 7시 반쯤 돌아오다.
 
돌아와서 먼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다. 작년 선물로 받은 즉석 삼계탕을 통째로 버리는 일이다. 며칠 집안 입구에 놓여 있었다. 세면을 하면서 화장실 청소를 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세탁을 시작하다. 오늘 이런 일을 많이 하려고 그랬던지 아내가 오늘 외출이다. 속으로는 잘 되었다고 생각하다.
 
우리 교회 부목사님이 작년 말 옮겨 가셨는데 그곳 전도 활동을 한다고 한다. 오늘 세탁을 하는 날이라 자신 있게 갔다 오라 하다. 작년 말 세탁기 사용을 비교적 완벽하게 익히고 치는 큰 소리다. 잘 배웠다고 생각한다.
 
세탁기를 돌리다. 세탁기 쓰는 것도 혼자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아내가 허리를 다쳐 세탁기를 돌릴 수 없을 때부터 내가 할 수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다. 그 후 아내에게 제대로 배워 하다. 세탁기를 돌리고 나서 진공청소기로 방안을 청소하다.
 
점심 때는 설거지 할 것도 많지 않지만 찾아서 정리를 하다. 오후 방송대 강의를 듣고 네 시경 집을 나서다. 아내가 오전에 나가면서 부탁을 한 내용이다. 인근 D마트에 가서 두부를 사오라는 부탁을 받았다. 집에 오니 아내가 와있다.
 
나는 철이 덜 든 상태로 결혼을 하다. 신혼시 그땐 연탄을 사용하다. 아내가 첫째를 낳고 임신 중이었는데도 그 때 제대로 연탄을 갈아 준 적이 없는 듯하다. 일요일엔 그 땐 믿음도 없어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는데 일요일 테니스를 치고 싶어서 아내 몰래 새벽에 나가 저녁때 돌아올 때도 있었으니 정말 철없는 가장이었다.
 
내 나이 이제사 깨닫게 된다 왜 내가 그렇게 무지했는지 알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배우자. 남은 큰 숙제가 있다. 음식을 못 만든다. 학창 시절 때 우리 친구들 중에는 자취를 한 학생들이 많았다. 나는 유복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크게 어려움 없이 자랐다. 자취를 하거나 내가 음식을 만들어 먹어 본 적은 없다.
 
앞으론 가사를 열심히 해보자. 나는 아내를 돕는다고 생각하니 그게 어려웠다. 내 일이라고 생각해야 가사에 적극적이다. 그동안 아내가 마음 고생을 하고 살아 온 점에 회개하고 잘 해보려고 다짐을 해 본다. 가사가 내 일이라고 인식하고 가사에 동참하자.
 
202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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