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사람없는 붕어섬

등경 2024. 2. 3. 10:06

사람없는 붕어섬
 
붕어섬에 출렁다리가 만들어져 개통됨으로 누워있는 붕어가 꼬리를 흔들며 움직이는 붕어가 되다. 붕어섬에 사는 왕붕어가 그 후 몇달간 강 아래로 깊숙히 들어가 겨울잠을 자러 들어가다. 옥정호 출렁다리가 1월 1일부터 2월 말까지 휴장을 하고 있다.
 
나들이 하기에 좋은 날씨다. 아내에게 무조건 나가자고 하다. 군산으로 갈까 격포 쪽으로 갈까 아니 무주로 갈까 하며 여기 저기를 찾아보다. 결국은 매운탕을 생각하며 옥정호로 가다. 옥정호는 갔다 온지 얼마 안된다. 그래도 드라이브 겸해서 떠나다.
 
점심을 먹고서 이번에는 붕어섬으로 향하다. 붕어섬은 이월까지 휴장한다는 안내 플래카드가 도로 여기 저기에 걸려 있다. 붕어섬 출렁다리는 운영이 중단되어 못들어간다. 집에서 나올땐 붕어섬을 갈 계획은 없었다. 왜냐면 붕어섬 생태공원이 휴장을 하기 때문이다.
 
구불길을 한참 돌아서 붕어섬에 들어가니 출렁다리가 강위에 덩그렇게 놓여 있다. 강 위에 바람은 기이하게 분다. 휘파람 소리가 나기도 하고 마치 마녀가 있다면 마녀가 소리치는 기분이다. 휴장이 아니라면 겨울이라도 많은 사람이 몰려와 다니기가 불편할 텐데 붕어섬을 찾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셀 정도다.
 
출렁다리가 만들어져 몇 번 와보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은 없다.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텐데 휴장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없다. 출렁다리도 그 자체로 우뚝 서있다. 자연스레 옆 요산공원을 향하다. 붕어섬 둘레길을 아내와 한가롭게 거닐다.
 
요산공원 정상에 서니 옥정호를 만들면서 18개 지역이 수몰되면서 수몰민 19,851명의 소망을 담아 조형물을 만들었는데 그 조형물이 우뚝 서있다. 그 앞 돌비석엔 ‘먕향 생명의 물이 되어’라는 새겨진 글씨가 또렷이 새겨져 있다. 우리 나라 곳곳에 수몰된 지역엔 이런 비들이 있으나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은 없는데 오늘은 한가롭게 걷다 보니 이곳 저곳을 둘러보게 되다.
 
조금 내려 오니 양요정(兩樂亭)이 있다. 양요정은 임진왜란 당시 최응숙이가 공을 세우고 조정의 당파 싸움을 멀리 하고자 하향하여 임실 운암 잿마을에 터를 잡고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정자를 짓고 살았는데 1995년 섬진댐이 완공되자 이 곳에 이전하여 보전하고 있다.
 
출렁다리가 생기기 전 요산공원을 돌아본 적도 있다. 오늘은 더 천천히 여유롭게 돌아보다. 요산공원을 빠져 나와 돌아오는 길에 정자가 있는 곳은 쉬어가다.
 
바로 돌아나서니 정자가 하나 눈에 띤다. 국사정(國士亭)이다. 국사정에 오르니 붕어섬이 왜 붕어섬인지 알겠다. 미세먼지로 선명하지는 않지만 붕어 형상이 뚜렷하다. 국사정은 3층 누각으로 제법 크다. 국사정과 멀지 않는 곳에 국사봉을 오르는 휴게소가 있다.
 
휴게소에 들어서니 「제13회 운암 국사봉 해맞이 축제」라고 씌여진 대형 광고판이 나를 맞이한다. 그러니까 한달여전 갑진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일출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을 것으로 그림이 그려진다. 국사봉을 오르고 내려 오는 사람이 있어 여기서 한 삼십분 정도면 충분하다 한다.
 
몇 굽이 돌아오니 운암정(雲巖亭)이라는 정자가 우뚝 서 있다. 운암정이라는 명칭의 정자는 전국에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긴 시간을 머물 수 없어 정자에 서서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만 바라보다. 물안개길에서 만난 운암정(雲巖亭), 정자 아래로 옥정호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정자에서 내려보니 호수물이 잔잔하다. 잔잔한 호수가 내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옥정호는 1965년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 댐인 섬진강댐이 임실군 강진면 용수리와 정읍시 산내면 종성리 사이 섬진강 협곡에 축조되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붕어섬 뒤로 펼쳐지는 옥정호 최상류와 주변 산봉우리들은 아름다운 풍경화 한 폭이다.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도 옥정호와 붕어섬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눈앞에 보이는 섬진강은 호수지만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옥정호에 머물던 강물은 섬진강댐을 넘어 순창과 곡성, 구례 땅을 적시며 흘러간다.
 
이 곳을 가끔 다니러 와도 오늘처럼 쉬엄쉬엄 쉬어 가면서 구경해본 적은 없다. 사람이 있어서 좋을 때도 있지만 관광객이 없는 관광지 휴양지도 돌아볼만 하다. 구석 구석 속살을 더 봄으로 이 곳이 사람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곳임을 알게 되다.
 
산과 산봉우리가 아름답다. 정자가 아름답다. 호수가 아름답다. 호수의 물결이 햇빚에 반사되어 은빛 금빛 물결을 이룬다.
 
 
20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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