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서편에 뜬 둥근 보름달 해

등경 2024. 1. 25. 10:11

서편에 뜬 둥근 해
 
해가 서쬭에 떴다. 그것도 붉은 해다. 오송정에서 버드나무 사이로 산 능선에 떠 있는 달이 영낙 해다. 아주 붉은 해가 서쪽에 뜨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말로 표현하는 것이 불경스러울 정도다.
 
오늘도 어김없이 건지산 새벽 산행이다. 날씨가 춥다. 영하의 날씨다. 전국이 꽁꽁얼어 영하 십도를 오르락 내리락 한다. 집에서 나서려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다. 목보호대를 하고 귀마개를 하고 모자를 쓰고 마스크에 완전 무장을 하고 나서다.
 
오송정에 당도하여 눈을 드는 순간 보름달이 지는데 이건 아침에 찬란하게 환한 빛을 비추고 떠오르는 태양이다. 해라고 착각을 할 정도다. 발걸음을 멈추고 몇 장 사진을 찍다.
 
과수원 능선을 올라 대나무 숲을 지나다. 아파트 위에 환하게 달이 비춘다. 두둥실 두둥실 온누리에 구석구석 비춰준다. 달님의 따스한 빛이 이 세상 모두에 찾아가 전하는 듯 싶다.
 
숲 사이를 지나는데 둥근 달은 여전히 붉은 빛을 발하며 나뭇가지 사이로 또렷이 보인다. 달은 보통 하얀 달이라고 한다. 오늘 보니 붉은 달이다. 햇빛을 받아 반사하는 새벽 보름달은 마치막 촛불이 환하게 불타듯 더 붉게 작렬한다.
 
당나라 시인 이백은 달을 사랑한 시인이다. 달과 관련하여 많은 시를 지었다.
월하독작(月下獨酌) 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시의 일부이다.
”꽃나무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 홀로 따르네. 아무도 없이 잔 들고 밝은 달을 맞으니 홀로 따르네 아무도 없이 잔 들고 밝은 달을 맞으니 그림자와 나와 달이 셋이 되었네.
달은 술 마실 줄을 모르고 그림자는 나를 따르기만 하네.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 함께 있으니 봄이 가기 전에 즐겨야 하지.
내가 노래하면 달은 거닐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따라 춤추네. 함께 즐거이 술을 마시고 취하면 각자 헤어지는 거. 무정한 교유를 길이 맺었으니 다음엔 저 은하에서 우리 만나세.“
 
이백은 술을 마시면서 밤에 달을 친구 삼아 노래한 내용이다.
나는 이백과는 달리 새벽에 산행을 하면서 보름달을 맞았다. 달을 보는 순간 달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산 능선에 떠올라 있는 달을 보면서 걷고  아파트 위에 떠 있는 둥근 해가 아닌 달을 본다. 숲 사이로 보이는 둥근 달은 지난 새해 일출을 구경하고 숲 사이에 완전히 떠오른 해와 흡사한 모습이다. 산행을 다 마치고 아파트에 걸린 달을 보고 조금 후 찾아 보려니 달은 이미 기울어 숨어 버렸다.
 
그러고 보니 음력 섣달 보름이다. 산을 다 내려와 내려 오기 직전 떠있는 달을 다시 보려고 총총 걸음을 하고 하늘을 보니 붉게 떠 있는 달은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우뚝 솟은 아파트 사이로 달이 보일까 봐 부지런히 달려 봤으나 달은 이미 기울었다.
 
오는 도중 골목길에 떠 있는 가로등이 아직 불을 밝히고 있다. 새해 첫날 동산에 떠오른 해를 오늘은 서쪽을 바라보고 오면서 일출 시 봤던 해를 달을 보면서 해를 보는 마음으로 지는 붉은 보름달을 친구삼아 놀면서 오다.
 
20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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