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모자 소동

등경 2024. 1. 29. 19:33

모자 소동
 
아침 산행을 하고 거의 다 와서 송북초 옆길로 접어들다. 갑자기 모자 생각이 나다. 머리가 좀 시원한 편이다. 분명히 모자를 쓰고 왔는데 오다 모자가 떨어진 거 같다. 털모자는 눌러 쓰는 것이 아니라 걸치는 정도로 모자를 쓴다.
 
오던 길로 다시 돌아가다. 가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하다. 전화를 하는 이유는 집에 좀 늦게 도착할 거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솔빛중학교에서 장군봉 바위가 올라가는 길로 들어서다.


 
비교적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오던 길로 따라가면 어딘가 모자가 놓여 있을 것 같았다.전에 한번 그런 적이 있다. 장갑을 끼었는데 한 쪽 장갑을 벗어서 들고 오다가 놓친 것이다. 한참을 가서 장갑을 찾은 적이 있다. 이번도 마찬가지라 생각하다.
 
장군봉 옆 정자 가까이 가다. 아내에게 다시 전화를 하다. 혹 몰라서 모자가 집에 있는지 확인을 하다. 전화를 바로 받고서는 비싼 모자 아니니 돌아오라고 한다. 잠시 후 아내가 모자가 집에 있다 한다.
 
아차 내 생각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나는 자괴감이 든다. 분명히 나는 모자를 쓰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모자를 찾았다는 기쁨 보다는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어서다.
 
그 덕에 오늘은 좀 더 걷다. 약 삼천보에 삼십분 더 걸리다. 모자가 집에 있다는 아내의 말에 즐거운 맘으로 돌아오다. 정말 잃어버린 거라면 산을 헤매며 찾아야 한다.  덕분에  중국어  문장  하나 더 외우다. 요즘  중국어4  교재 본문을 열심히 외우는 중이다.  오늘은  7과를  외우다.
 
누구나 자기가 갖고 있는 물건을 잃어버리면 서운하기 마련이다. 값싼 물건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늘 아침 산행에서 모자를 하마트면 잃어버릴뻔 했다.
 
내가 모자를 떨어뜨렸다 생각한 것은 모자를 살짝 얹듯 쓰기에 머리가 눌릴 것 같아서다.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자.
 
교회를 들러 방송실 전원을 다 내리고 집에 오다. 집에 오니 의자에 내 모자가 놓여 있다. 반갑다. 이 모자 어디서 샀냐고 묻다. 응 이 모자 “다이소에서 샀는데 오천원 주었어.” 아내가 답한다.
 
모자는 아무리 비싸도 내게 어울리지 않으면 못쓴다. 지금까지 살면서 모자를 여기 저기서 선물을 받았어도 그 모자를 제대로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두상도 작고 안 어울린다. 그런데 이 모자는 써보니 맘에 들고 괜찮았다.
 
내가 오늘 모자 소동을 벌이니 아내가 엊그제 다녀간 큰 손자가 학교에서 더워서 조끼를 벗었는데 그 조끼를 잃어버렸다고 한 일을 떠올리면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똑같다고 아내가 이죽거린다. 그래도 나는 모자는 잃어버리지 않았다.
 
2024. 1. 29

'나의 이야기 >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없는 붕어섬  (0) 2024.02.03
티스토리 글 게재  (2) 2024.01.30
서편에 뜬 둥근 보름달 해  (1) 2024.01.25
대학동창 단톡방  (2) 2024.01.23
꼭 맞는 보조 테이블  (0) 2024.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