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꼭 맞는 보조 테이블

등경 2024. 1. 20. 19:52

꼭 맞는 보조 테이블
 
나는 가난한 선비다. 책을 좋아하고 학문을 즐기니 선비라 할만하다. 좀 여유가 있다면 폼나는 서재를 가질만하다. 서재(書齋)는 책을 갖추어 두고 글을 읽거나 쓰는 방이라고 사전에 정의하고 있다. 나는 폼나는 서재는 아니다. 그래도 내 방에 읽고 싶은 책을 갖추고 공부를 하고 있다.
 
현재 적(籍)을 두고 있으니 학생이라 할만하다. 책을 볼려니 책상이 있어야 하고 컴퓨터도 있다. 컴이 없으면 방송을 들을 수 없다. 컴이 놓인 책상은 책을 놓고 보기에 공간이 좁다. 독서대도 놓여 있으니 책을 마음 놓고 펼치기가 어렵다.
 
책을 펼치고 보기엔 부족해서 앉은뱅이 책상을 사용한다. 번갈아 사용한다. 요즘 무릎 건강을 위해서 좌식 생활을 탈피하려고 한다. 내가 재주가 있으면 무얼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한데 손재주가 없다 보니 뭐가 있으면 있는 그대로 쓰는 스타일이다.
 
어제 금요일 점심 식사를 하러 달빛에 고운 고등어 구이 집에 갔다가 근처에 있는 어썸 리퍼브 할인마켓에 들르다. 순간 내 눈에 들어오는 앙증맞은 작은 테이블이 있다. 가볍기도 하고 서재가 좁은 내 방에 뭐 하나 넣기도 어렵지만 이 정도면 가까스로 움직이면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내에게 말했더니 처음에는 안된다는 것이다. 책도 정리하라고 그렇게 부탁했건만 책을 그대로 끼고 산다고 준엄하게 타이른다. 그런 점도 맞다. 집을 리모델링 하면서 많은 책을 버렸다. 그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보니 조금씩 모아놓고 보니 책이 좀 늘었다. 할 말은 없었다.
 
다시 아내에게 말하니 그래도 승낙을 안한다. 내가 그냥 살 수도 있다. 그동안 모든 것을 내맘대로 하고 살아서 요즘 되도록이면 아내의 동의를 얻으려 한다. 아내는 사주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아무 것도 버리지 않는 내 꼬락서니가 싫은 것이다. 결국 타협하다. 오늘은 안된다 하니 내가 고른 상품에 예약만 해놓다.
 
오늘은 갑진년 들어 세 번째 맞는 토요일이다. 딸이 오다. 아침에 역에 나가서 마중했고 점심은 딸이 오면 비교적 많이 들른 고산미소에 가서 소고기를 먹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농수산물센터로 가다. 마켓을 들르다. 내가 살 수 있지만 딸이 기꺼이 사준다. ‘소원을 못들어주랴’ 하면서 내가 간절이 원하니까 사는데 응원을 해준다. 즐거운 마음으로 경량 테이블을 들고 차에 싣다.
 
오늘 길엔 딸이 커피숍을 안내한다. 근처에 있는 투썸이라는 카페는 경관이 너무 좋아 가끔 가기도 하는데 에코시티에 있는 스타벅스를 가자고 한다. 처음 왔는데 2층 넓은 공간에 가득 손님이 꽉 차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다. 자리 잡기도 어렵다. 비가 내려선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지려고 몰려온 손님들인 모양이다.
 
집에 오자 마자 테이블을 들고 내 방에 들이니 컴 책상 높이와 똑 같고 보조 테이블로 쓰기에 안성맞춤이다. 세 책상을 번갈아 가면서 책을 보기엔 적격이다.
 
현재는 방학중이어서 요즘 중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어4 본문을 외워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진도는 더디나 방학이 끝날 무렵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 어문회 한자 1급에 도전한지 오래다. 계속해서 이삼점 모자라 불합격을 맛보다. 이 테이블로 공부를 하면 이월에 치를 시험에 꼭 합격할 거 같다.
 
2024.1.2

0

'나의 이야기 >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편에 뜬 둥근 보름달 해  (1) 2024.01.25
대학동창 단톡방  (2) 2024.01.23
즉석 김밥  (0) 2024.01.18
다이어리  (0) 2024.01.16
세차  (2) 2024.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