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농무_신경림 신경림의 "농무(農舞)"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들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정보마당/좋은 시 2015.01.16
(10) 정념의 기_김남조 (10) 김남조의 "정념의 기"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 모양 결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정보마당/좋은 시 2015.01.03
(9) 향수_정지용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 정보마당/좋은 시 2014.12.31
(8) 고향_정지용 고향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 정보마당/좋은 시 2014.12.27
(7) 행복_유치환 幸福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 정보마당/좋은 시 2014.12.21
(6) 남편_문정희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가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 정보마당/좋은 시 2014.12.16
(5) 폭설(暴雪)_오탁번 폭설(暴雪) 오탁번 삼동(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 정보마당/좋은 시 2014.12.14
(4)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 정보마당/좋은 시 2014.12.09
[스크랩] 오탁번 시모음 고려대학교 영문과와 동대학원 국문과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동화)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당선(소설) 현재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창작집,「처형의 땅」「새와 십자가」「내가 만난 여신」 절망과 기교.. 정보마당/좋은 시 2014.12.08
(3) 고래를 위하여_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정호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 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정보마당/좋은 시 2014.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