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방송대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소감

등경 2024. 12. 7. 21:08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소감

 

나이 들어 시험을 본다는 것은 축복일지 모른다. 시험을 보는 것은 공부를 해야 하기에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공부를 하려면 건강이 따라야 하고 집안 일이든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없어야 맘 편하게 공부할 수 있기에 축복이라 단언코 말하고 싶다.

 

사람들은 나이 들면 나이 드는 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살아야 한다고 한다. 책을 보는 것은 눈도 아프고 스트레스도 받기에 편하게 살 수 있으면 됐지 무슨 미친 짓이냐고 대놓고는 하지 않지만 속으로 비웃을른지 모른다. 그런 비난 감수하고 정년 퇴직후 줄곧 공부를 해오다.

 

아내의 도움 없이는 가능한 일이 아니기에 지금까지 참아준 아내가 고맙다. 정년까지 남편 뒷바라지 했으니 여행하고 싶을 때 여행하고 어디 편하게 나가자고 할 때 같이 나가야 하는데 공부하는 무능한 남편 바라보는 것도 지겨운 일일테다.

 

나는 정년후 7년이 지났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좋아하는 공부만 했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공부하는데 학비도 있으니 돈을 쓴다. 벌어와도 시원찮은 판에 일부러 돈을 쓰니 가정에서 환영받을 일은 아니다.

 

나는 한국방송대 중문과 3학년생이다. 올해가 거의 끝나갈 무렵 2학기 기말고사를 치르다. 어제 3과목을 치렀고 오늘도 세 과목이다. 딸이 집에 와서 점심은 딸이 오면 거의 다녔던 고산미소에 가서 소고기를 구어먹고 집에 도착하여 교재와 워크북을 가방에 챙겨 넣어 집을 나서다.

 

어제 만큼만 봐도 좋을텐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1학기 중국어5에 디어서 중국어 과목에 치중을 하고 공부를 하다. 중국어6도 기대난망이다. 중국어6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번에는 인간과 교육과목에 암초를 만나다. 평생 교육을 위해 살았는데 교육 과목을 잘못 치러 제일 불안한 처지가 되다.

 

올 가을 기말고사 준비에 맘 편하게 어디 다니지 못하고 공부를 하다. 그 결과는 좋치는 않지만 그래도 한 학년을 마친다는 것이 즐겁고 기쁜 일이다. 논어 학이편 제일 첫머리 學而時習之不亦悅乎라고 공자는 만인에게 설파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거운 일이다.

 

공부는 만족한 것이 없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번만은 잘해보자고 다짐을 해도 시험을 보고 나면 꼭 후회가 따른다.

 

이제 한 가지 일을 마쳤으니 미룬 일을 해보자. 명색이 방학이기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

 

당연히 부족한 중국어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한다고 미뤘던 한시 암송도 해야 한다. 겨울 특강으로 이뤄지는 논어, 맹자. 고문진보 과목도 신청해서 들어야 한다. 한자 급수 특급도 준비해야 한다. 할 일이 많다.

 

그래도 오늘만은 쉬자. 편히 쉬자.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다.

 

2024.12.7 기말고사를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