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방송대

기말고사와 배추전

등경 2023. 12. 1. 19:45

기말고사와 배추전
 
시험은 누구에게나 긴장감과 불안감을 준다. 시험을 즐겁게 본다는 사람 찾기는 쉽지 않다. 자신있게 준비한 사람은 시험이 기다려 질 것이다. 그런 사람은 아주 특이한 케이스이고 대부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 시험이다.
 
오늘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된다. 나는 오늘 세 과목을 신청해서 본다. 두 과목은 일주일 후 치른다.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든 상태로 시험장에 도착하다. 입학 동기도 만나다. 그 분은 오늘 다 치른다고 한다. 몰아서 보는 경우는 내 생각에 부담이 더 크리라 본다. 왜 다 치르냐고 하니 빨리 시험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싶어서란다.
 
시험 문제를 보니 첫 문제부터 막힌다. 쉬운 문제도 생각이 탁 막히니 문제 푸는 것이 시작부터 시원찮다. 지난 시험에는 책갈피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풀었다. 모르는 문제는 책갈피를 사용했는데 한 과목당 칠팔 개에다 열 개 가까이 되니 나도 모르겠다. 이게 답이구나 하는 문제가 그리 많지 않다.
 
1학년 때는 아리송한 문제가 두 세 문제였는데 이렇게 많은 것은 문제가 어려워 진 것이 아니라 내가 공부를 부실하게 한 모양이다. 중국어 문법이 어려울 것 같아 준비를 많이 하고 신경써서 했다. 역시 문제를 보니 어렵고 정답이 잘 안보인다.
 
책갈피를 한 문제를 다시 살펴보고 싶었다. 다시 보려 했으나 어차피 잘 모르는 문제 고치다가 틀리는 경우도 있어 시간을 좀 남겨놓고 제출하고 시험장을 나서다.
 
집에 와서 점심을 잘 먹고 갔는데 배가 고프다. 뒷베란다에서 있는 감을 가져다 먹다. 또 무얼 찾으니 아내가 일어나서 배추전을 부쳐준다. 맛있다. 허겁지겁 서너장을 먹고나니 배가 부르다. 공부하는 것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아내다. 그런데 뭐가 내가 예쁘다고 배추전을 부쳐주는지 하고 속으로 생각해본다.
 
일주일 후 또 시험이 있다. 내가 이런 푸념하지 않고 비겁하게 약한 소리 하지 않으려면 준비를 좀 해야 겠다. 이번 학기는 설령 시험을 떡친다 하더라도 다음에는 다시 이렇게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겠다고 다짐한다.
 
젊은 사람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내가 돈벌이를 한다고 다른데 시간을 내는 것도 아닌데 오로지 공부만 한 나로서는 시험을 못봤다고 투덜거릴 일이 아니다. 못난 사람이다.
 
배추전에 저녁을 많이 먹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졸음이 쏟아진다. 참고 하자. 일주일내내 전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 많다고 준비를 늦출 일이 아니라 오늘 저녁부터 시작하자. 남은 두 과목 만만찮은 과목이다. 중국어 4와 중급한문이다.
 
202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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