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선생님을 추모하며
계절의 왕 오월이다. 만물이 가장 왕성하게 움직이는 계절이기도 하다. 산은 푸르름이 더해가고 온갖 꽃들이 피어 있어 산천이 찬란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하다. 그런데 어제 접해서는 안될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편칠 않다. 오송지를 들어서자 이 산 저 산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다른 때 같으면 즐거운 노래 소리로 들렸는데 오늘은 왠지 멀리서 들리는 꾀꼬리 울음 소리가 좀 구슬프게 들린다.
이유는 이렇다. 어제 우연히 페북에 들어갔는데 맨 먼저 눈에 뜨는 창이 낯익은 얼굴이 많은 꽃송이에 영정으로 올라있다. 전북교육감님이 올린 사진과 글인데 어느 한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과 사진이다. 나는 깜짝 놀라다. 이 분이 이 곳에 있어서는 안되는데 세상을 달리한 것이다.
내용을 보니 교장 자격연수중인데 시작한지도 얼마되지 않는다. 근무처는 무주인데 교원대에서 연수가 있으니까 연수는 충청도 청원군 강내면까지 출퇴근을 했나 보다.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서 학교 일을 보고 귀가하여 출근 준비를 하다 쓰러지신 것이다.
무주는 의료시설이 빈약하다. 대전 등을 알아보고 이곳 저곳 다니다가 결국 원광대 병원으로 이송이 된 것이다. 이번 의대 정원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의료계의 늑장 대응으로 희생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하루 빨리 국민이 원하는 의료 현장으로 의사들이 돌아와 주길 간절히 바란다.
아주 잘 아는 처지는 아니다. 나와의 인연은 내가 전북교육정보과학원(전북연구정보원)시절 연구부에 있었는데 자료 개발로 만나게 되었다. 성실하게 임했고 나와 교육에 대해 얘기를 가끔 나누기도 했는데 학생 사랑이 지극하고 교육에 대한 애정이 아주 깊었다. 특히 열악한 교육 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지도했던 것으로 안다.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도 이 분의 학생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듣기도 했다.
며칠 뒤면 스승의 날이다. 교사들은 스승의 날을 부담스러한다. 현재는 너무 빠르게 교육환경이 변화하여 학생과 교사와의 사이가 썩 우호적이질 않다. 사제간의 관계가 사랑과 애정으로 맺어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요즘은 각박하고 자칫 잘못하면 서로 대립적인 관계로 발전한다. 고인은 요즘 세태에서 찾아보기 힘든 교사다.이 땅의 진정한 교사다. 참 교사로 진정 학생을 사랑하고 교육에 헌신적으로 임했던 교사다.
고인과 잘 아는 지인이 있어 통화를 해보다. 원광대 입원 중에 연락이 와서 가보았다고 한다. 애석할 따름이고 안타깝다고만 한다.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학생과 학교 일을 하다 돌아가신 것이다. 선생님을 믿고 따르던 많은 학생들을 남겨 두고 가셨고 가시면서도 당신의 몸을 나누어 주고 가셨다니 저절로 숙연해진다.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이 땅에서 그렇게 열렬히 학생을 사랑하고 교육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헌신했던 것은 잊으시고 편히 쉬시길 기도한다.
2024.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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