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간행 (이백)
妾髮初覆額 내 머리 이마를 막 덮을 적에
折花門前劇 꽃을 꺾으며 문 앞에서 놀았네.
郞騎竹馬來1) 그대는 대나무 말을 타고 와서는
遶牀弄靑梅 침상을 뱅뱅 돌며 매실로 장난쳤지.
同居長干里 장간(長干) 마을에 함께 살면서
兩小無嫌猜 두 꼬마 사이엔 허물이 없었지.
十四爲君婦 열넷에 당신의 아내가 되어
羞顔未嘗開 수줍어 얼굴을 들지 못하고
低頭向暗壁 고개를 숙인 채 어둔 벽만 바라보며
千喚不一回 천 번을 불러도 단 한 번 돌아보지 못하였지.
十五始展眉 열다섯에 비로소 활짝 웃으며
願同塵與灰 티끌 먼지 되도록 살고지자 했었지.
常存抱柱信2) 우직한 그 마음 변치 않으니
豈上望夫臺3) 망부대(望夫臺)에 오를 필요 무에 있으리.
十六君遠行 열여섯에 그대는 먼 길에 올라
瞿塘灩澦堆4) 구당(瞿塘)의 염예퇴(灩澦堆)로 길을 떠났지.
五月不可觸 오월엔 풍파가 세어 얼씬도 못하고
猿聲天上哀 원숭이 소리만 하늘가에 애닯다는데.
門前遲行跡 문 앞엔 자취마저 뜸해져
一一生綠苔 발자국 하나마다 푸른 이끼 돋았네.
苔深不能掃 이끼는 깊어서 쓸 수도 없고
落葉秋風早 어느 덧 갈바람에 나뭇잎 지네.
八月胡蝶來 팔월에 나비들이 나와서는
雙飛西園草 쌍쌍이 서쪽 풀밭 날아다니네.
感此傷妾心 이를 보자니 마음이 울적하여
坐愁紅顔老 앉은 채로 수심에 홍안만 늙어갈 뿐.
早晩下三巴5) 언제고 삼파(三巴)를 떠나올 때면
豫將書報家 미리 집으로 기별이나 해주오.
相迎不道遠 마중 나가는 길 머다 안 하고
直至長風沙6) 곧바로 장풍사(長風沙)까지 달려가리다.
해제
남조(南朝) 때 건업(建鄴; 지금의 南京) 근처에서 유행하던 민가로서 청상곡사(淸商曲辭) 중의 하나이다. 장간(長干)은 당시의 동네 이름인데, 지금의 남경시 중화문(中華門) 바깥 진회하(秦淮河) 남쪽이다.
해설
물길 상인의 아내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노래이다. 이러한 내용은 장강(長江)을 중심으로 수운업이 발달한 육조(六朝) 이래 많이 나온 것으로서, 남성에 비해 행동반경이 넓지 못하고, 감정 표현에 있어서도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경향이 강했던 당시 여성들의 여린 정서가 담겨 있다.
이백은 강남에서 삼을 기르거나 누에를 쳐 길쌈하고, 연밥을 캐는 등 힘써 일하는 강남의 아리땁고 청순한 여성들을 사랑하였고, 그들의 독수공방 처지를 누구보다도 애처롭게 묘사해내었다.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천진난만한 소꿉친구에서 수줍은 신부로 커가는 가운데 외로움을 알게 된 한 여성의 애틋한 하소연을 곡진하게 풀어놓은 시이다.
이백의 시문집 안에는 두 수의 〈장간행(長干行)〉이 있는데, 다른 한 수는 이 작품과 매우 비슷한 내용이지만 긴장도가 떨어지는 등 다소 산만하여 초고(草稿)나 위작(僞作)으로 여겨지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장간행 2수 [長干行-] - 장간 마을에서 (고풍 악부 가음, 2014. 5. 26., 진옥경, 노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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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학기 시민강좌가 시작되는 날이다. 월요일에는 김병기(전북대중문과 명예교수)교수님이 담당하여 한시를 강독하는 날이다. 약 2개월간 방학을 거치며 한옥마을에 있는 고전번역교육원 마당을 오랜만에 밟아본다. 오늘은 이백 시 몇 수를 배우다. 이백의 명시 登金陵鳳凰臺와 子夜四時歌를 배우고 長干行도 배우다. 장간행을 배우면서 아주 어릴적의 추억을 자극한다. 이 작품을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가져 왔기에 글자와 해석은 김교수님이 가르쳐 준 내용과 똑 같을 순 없어도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여기기에 쉽게 여기 저기 내용을 스크랩해본다. 교수님이 부연한다. 竹馬故友라는 고사성어의 출처도 여기라고 하신다. 소동파가 ‘老來多健忘 惟不忘想思’ 라는 말씀도 곁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