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1년을 놀면서

등경 2018. 3. 15. 20:56

 

1년을 놀면서


어제는 화요일 오전에 고전번역교육원에서 소학 공부를 하고 근처에서 점심을 먹다. 음식 값이 저렴하고 좋은 곳이라 하여 소개 받은 곳이 있어 근처 구내식당을 갔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고 있었다. 음식값도 많이 오른 요즘 아주 만족도 높은 식당이었다. 좀 떨어진 곳이었기에 걸어서 운동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식후 경기전 담장 길을 걸어가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다. 청년 때는 1분 1초도 아까워 공부하는 데 전력을 다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담장 길을 걷는 내 태도는 세월아 네월아 했다. 소걸음도 저리 가라 했다. 담장 옆 은행나무가 곧 싹을 티울 것 같았다. 나무 한 잎 없는 은행나무지만 수없이 많은 움이 상당히 커서 당장이라도 잎이 필것 같은 느낌이다. 은행나무도 자세히 보고 가게 하나 하나에도 눈길이 가다. 시간에 대한 태도 역시 전과 후는 180도 바뀐 것이다. 오후 강의는 네 시여서 시간이 느긋했던 것이다.


내 생활에 달라진 것들이 한 둘이 아니다. 운동도 그렇다. 주말 운동은 거의 빠짐없이 했다. 그러나 요즘 주일(일요일)은 되도록이면 코트에 나가지 않았다. 평일에도 충분히 운동할 수 있은 시간이 있어서 주일 나가서 운동을 하는 것은 피하고 있다.


올 3월은 내가 정년퇴직을 하고 만 1년을 보내고 또 다른 첫달째다. 1년을 뒤돌아보니 작년 1년은 그냥 놀았다. 정년을 하고서 천천히 생각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막상 하고 보니 그 말은 옳은 해결책은 아니다. 천천히 해서도 안되고 고민해야 무슨 답도  차으리라 느꼈다. 해놓은 것은 한국어교사 2급 자격증을 정년 전에 시작해서 마무리 해놓은 것뿐이다. 그리고 특별히 이거다 하고 시작한 것은 없다.


1년을 지나고 보니 '내가 앞으로 몇 년을 살지?' 하고 가끔 내 수명에도 관심이 간다. 10년을 살지, 20년을 살지 30년을 살지 나 자신도 그것만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생 후반전 시간은 남아 있다. 그냥 놀 수도 없다. 우물쭈물 하다가 그 귀한 시간을 아무것도 해놓지 못하고 그냥 세월을 죽인다는 것은 인생 자체가 허무하고 세월에 대한 고문이다.


그런데 막연하게 방향은 잡힌 거 같다. 우선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고 취미 생활을 하는 거라는 전제는 섰다. 더 할게 있다면 봉사다. 방향은 정한 거 같은 데 무엇을 할까 고민이다. 공부도 분야가 다양하다. 그런데 공부는 이거다 라는 생각이 요즘 강하게 나를 일깨운다. 새로운 학문도 접하고 하고 싶은 거도 꽤 많지만 한문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다. 옛글이 좋다. 언젠가는 정식으로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은 한 두 과목 강의를 들었는데 올해는 일주일에 4일을 가고 과목도 6과목이다. 책도 적당히 공부하려고 해서 번역본만 봐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가 영인본을 언젠가는 봐야겠다 생각하고 책도 구입하고 있다. 한두 권이 아니다. 오늘은 봄비가 많이 내렸다. 봄비치고는 무척 많이 내렸다. 직장도 아니어서 비가 오면 가지 않아도 되지만 이왕 하기로 마음먹은 거 작심하고 한옥마을로 가다. 그렇지 않아도 비가 와서인지 참석 숫자는 저조했다.


한문 공부 열심히 하고 하모니카도 열심히 배우려 한다. 요즘 하모니카 부는 것이 즐겁다. 운동은 그동안 해왔던 테니스를 한 때는 그만둘까 하다가 꾸준히 시간 되는 대로 하기로 하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코트에 나갈 예정이다. 시간이 되면 일주일에 한 두번 건지산도 걸을 생각이다. 인생 후반전의 초석을 다지는 시기이다. 누군가는 일셍 중 60세에서 75세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라고 했었는데 나에게도 그런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회고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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