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휴대폰 분실 1시간 소동

등경 2017. 9. 15. 14:17

금요일이다. 금요일은 한옥마을에 있는 고전번역교육원에서 논어 강의가 있는 날이다. 어제 명심보감 시간을 공쳤기에 오늘은 제 시간에 가서 잘 들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즐거운 맘으로 교육원엘 갔다. 교수님의 강의를 제대로 듣고 기쁜 맘으로 교육원을 나서다. 집에 올 때는 전동 성당에서 시내버스를 타기도 하고 남천교 버스 승강장으로 가기도 하는데 오늘은 남천교 쪽으로 방향을 틀다. 그곳이 좀 한가해서다.

노점 벤치에서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 오늘 배운 한문 문장이 생각이 나질 않아서 가방 속에 들어 있는 책을 꺼내 보다. 가방을 여는 게 화근이었다.  89번 버스가 오길래 그 버스도 송천동으로 가는 것을 알고 서둘러 가방만 들고 버스를 타다. 도중에 자리를 옮겨 앉으면서 휴대폰을 찾으니 내가 닿는 지근거리에는 휴대폰이 없는 걸 직감하다. 아차 휴대폰을 놓고 버스를 탔음을 파악하고 오거리에서 내리다.

버스 타고 가는 방법도 있으나 일단 그곳을 빨리 가는 것이 최상책임을 알고 그때부터 남천교를 향해 달리다. 가는 도중 많은 생각들이 스치다. 휴대폰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그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리라 생각하기도 하고 새 휴대폰 사는 것도 그리면서다. 버스를 12시 10분 경 탔으니 약 20여분이 흐른 거 같다. 현장에 가보니 휴대폰은 사라졌다. 그 옆에 고추파는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어떤 아저씨가 내 휴대폰을 가지고 갔다라고 한다. 일단 승강장 옆 쌀가게를 가보라 해서 물어보니 휴대폰은 모르고 자기 전화를 주면서 해보라고 한다.

전화를 하니 내 휴대폰을 습득하신 분이 전화를 받다. 지금 지구대로 가고 있으니 그 곳에 가서 찾으라 한다. 그런데 지구대 이름을 알려주시는 데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했다. 처음에는 '남원 지구대'라 들었다. 저 멀리 있는 남원은 아닐테고 나중 자세히 물어보니 '남문지구대'라 한다. 가게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남문 지구대는 잘 모르는데 옛날 도청 근처 있다 해서 총총 걸음으로 지구대를 향해 가다. 가서 보니 그곳은 남문지구대가 아니고 완산경찰서 민원실이다. 이곳은 휴대폰 없다 한다. 그래도 민원을 담당하는 여자 경찰분이 친절하게 전화를 해주시면서 남문 지구대를 가르쳐준다. 시청 근처라 한다.

시청으로 가다. 걸어서 시청 근처에 와서 걸어 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남문 지구대는 이곳이 아닌 거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잘은 모르지만 이곳에 한 곳 있다고 가르쳐준다.  아닌게 아니라 오거리 쪽으로 가는 길에 파출소가 있다. 찾아가서 휴대폰을 이야기를 했더니 내 휴대폰을 전해준다. 지구대를 나서니 그 때가 1시 10분이다. 내 손에 들어온 분실했던 휴대폰이 내 손에 주어지게 됨을 감사한다. 이 정도 되면 휴대폰이 사라졌을 법한데 내 손에 들어 온 것은 이 사회가 아직 건전한 양심을 가진 시민들이 살아가는 곳임을 느껴보다.

또한 내가 이제 이 정년을 하고 이 사회에 나와 살고 있음을 몸으로 느껴 보는 날이다. 그리고 조심하자. 늘 내 곁에 있는 물건들이 부주의로 사라질 수 있다는 가정을 해본다. 잃어버렸다고 해보자. 다시 스마트폰을 구입해야지 아니 그 휴대폰 속에 들어있는 많은 정보는 어떻게 하고 전화 번호 다 다시 입력하는 불상사가 생기는 데 버스에서 내려 남천교로 달려가는 심정은 아득하기만 했다. 그땐 분실을 했다고 거의 체념하는 수준이기도 했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갖고 달려갔는데 결만은 해피엔딩이다.

남문지구대로 가져다 주신 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오면서 소중한 휴대폰이 내 손에 들어온 것이 너무 고마왔다. 오면서는 휴대폰을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오다. 집에 오니 1시 30분이다. 아내는 왜 늦게 왔냐고 한다. 휴대폰 때문이라 하고 자초지종을 말하기 전에 나의 경거망동한 행동을 탓하는 소리를 한다. 휴대폰 잃어버리지 말고 소중히 간직하면서 사용하자. 평소 쓰고 있던 물건을 잃어버리면 그 땐 어떤 일이 생길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2017.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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