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단상/익산어양중

가을 서울 나들이

등경 2015. 10. 24. 07:20

10월 21일 수요일이다.

새벽 예배를 마치고 다른 때 같으면 체련공원으로 운동을 갈 있는 시간이나 2학년 수학여행 인솔 책임으로 여행짐을 꾸려야 한다. 가방을 가지고 갈까 캐리어를 쓸까 망설이다가 작은 배낭에 옷가지와 영어회화책까지 챙겨서 짐을 꾸리고 아침을 들고 집을 나서다. 학교에 들어서니 벌써 우리 아이들을 실을 대형버스는 운동장에 와 있다. 성급한 학생들은 큰 가방과 함께 이미 와 있다. 선생님들도 나와 계시다. 눈에 띄는 것은 학부모님들이 자녀들을 전송하기 위해 많이 나와 계시다. 8시 출발 시각이 다가오니 대부분의 학생들은 다 와 있다. 학생들의 출석 체크가 다 이루어지다. 최종적으로 어제 눈을 다친 학생이 최종적으로 수학여행을 포기했다는 점과 베트남으로 효도체험을 간다고 해서 수학여행을 못간 학생이 사정으로 효도체험을 못가고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한다는 학생 외에는 다 예정된 시간에 다 와 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아직 못왔다고 담임 선생님이 걱정을 한다. (10. 24 작성)

한 학생이 커리어를 끌고 운동장에 나타난 시각이 8시 10분 정도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약속 시간을 잘 지켜서 예정된 시각보다는 약 15분 늦게 학생들을 실은 관광버스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다. 2년전 똑같은 여건하에서 수학여행 총인솔자로 선두반에 몸을 실고 서울 나들이를 다녀온 적이 있어 되도록이면 그 때를 비추어서 나의 행동도 조심하기로 하다. 2년전 버스에 오르자 학생들에게 잘 해보자는 뜻에서 윤동주의 시도 외우고 훈화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집중한 학생들이 적었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게임하기에 급급하다. 같이 반학생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거의 눈에 띄질 않았다. 그래서 수학여행 전날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제발 너무 스마트폰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른 기분이 든다. 버스에 올라 전체적으로 한 마디도 안했다. 그래도 버스 뒤에서 재잘거리는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장난기 어린 행동들이 살아있다는 생각에 좋은 마음이 들었다.

 

천안삼거리 휴게소에 잠깐 들렀다가 서울 한남대교에 들어서서 한강을 바라보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서인지 시계가 좋칠 않다. 멀리 보이는 하늘이 뿌연하다. 그래도 언제 봐도 한강은 도도히 흐른다. 버스 뒷편에서 촌놈소리도 나오지만 쉽게 표현해서 촌놈들 서울 나들이다. 남산 1호 터널을 지나 첫 체험장소인 서대문 형무소 도착이 예상 시각보다 빠르다. 2년전에는 먼저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형무소 견학을 했는데 11시가 조금 넘어서 점심 먼저 하기에는 빠르다는 판단으로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형무소를 견학하다.

 

준비한 활동지를 들고 꼼꼼히 들여다 보다. 2년전 왔을 때는 좀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었으나 마음이 급한 탓인지 몰입 정도가 약하다. 대충 위 아래를 돌아보고 밖으로 나오니 대형 태극기가 눈에 띤다. 작년에도 이 장소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고 했는데 차 안에서 예고를 못했다. 단체 사진 끽기에 괜찮은 장소라 여겨 조심스레 학년부장에게 이곳에서 찍으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비치다. 흩어졌지만 모아지는 대로 단체 사진을 촬영을 마치다. 공원에 가서 식사를 한다고 했는데도 우리 학생들이 잔디밭에 앉아 싸온 김밥 도시락을 열고 있기도 하다. 형부소를 빠져 나오니 12시가 좀 넘다. 미리 나온 학생들은 끼리끼리 모여 도시락을 열다. 우리도 공원 한적한 곳에 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하나 둘 씩 열다.

 

담임선생님들이 도시락 등 하나 둘씩 꺼내놓은 음식이 깔아놓은 자리를 다 채우다. 어느 학부모님이 간곡하게 주고 간 음식들도 내놓으니 진수성찬이다. 껌 하나 받지 말라고도 하고 1원 한푼 받지 말라는 청렴교육의 내용도 잘 안다. 오늘은 학부모님들의 정성으로 만드신 음식으로 점심을 드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절대 받아서 안된다고 사전 교육도 했다. 그러나 선생님들에게 드리고 싶은 마음은 그동안 선생님들의 고마움에 대한 작은 배려라 생각하니 2학년 담임선생님들의 학생에 대한 노력이 적지 않음을 알다. 점심을 맛있게 들고 다음 행선지로 가다.

 

다음 행선지는 난타공연장이다. 난타공연장은 충정로와 명동, 그리고 홍대에 있다. 우리는 충정로에 있는 구세군 건물에 있는 공연장을 찾다. 2년전에도 이곳이다. 그때 많은 감동을 받다. 소리로 이렇게 예술적인 행위로 승화시켰는지 감동이 밀려왔다. 한류의 원조요 소리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예술행위가 문화관광사업의 중요성도 새삼 느끼다. 약 500명 들어가는 공연장인데 우리는 다른 곳을 신청했다가 이곳으로 늦게 신청해서 2층 가운데 자리는 못차지했다. 청주에서 온 각리중학교 학생들이 가운데 자리는 차지했다. 우리는 2층 가장자리와 3층에서 공연을 보다. 1시 반경 공연장에 들어와서 2시가 되니 공연이 시작되다.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일가견이 있나보다. 작은 소리로 시작되는데 왠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명과 소리로 긴장이 된다. 공연에 홀딱 빠져 한참을 헤매다 보니 80분을 넘기고 마무리를 한다. 지나가는 직원에게 일반인들의 요금은 얼마인지 물어보니 6만원부터 , 5만원, 4만원한다고 한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를 내려준 곳으로 가다. 주차전쟁이다. 관광버스는 우리를 내려주고 돌아다니다가 우리 나오는 시간을 맞추어서 차를 대는데 교통경찰이 차를 빼라고 호르라기 소리를 크게 울려댄다.

 

차에 몸을 싣고 다음 코스는 아쿠아리움이다. 코엑스에 있는 곳이다. 원래 63빌딩에 있는 수족관으로 갈려 했으나 수리중이라 해서 이곳을 택했다고 부장은 전한다. 코엑스 건물에 이르러 학생을 내려주니 내가 가장 앞장을 서게 된다. 4시 20분 들어가다. 같이 들어간 학생이 김*돈, 한*빈이와 같이 가다. 가면서 오전 한번 이 학생의 이름을 물었는데 생각이 잘 안난다. 이름을 물었더니 나보고 교장선생님 저에게 이름을 물은 횟수가 다섯번은 족하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들으니 미안하기도 하다. 아리송해서 1학년때부터 자주 눈에 띠어서 사랑스러워 물은 것인데 학생의 대답이 그러니 앞으로는 한번 물어보면 잘 기억하리라. 정말 대충 보고 나오니 20분도 안돼 나온가 같다. 돈이 아깝다. 나면 그러는게 아니고 꽤 많은 학생들이 대충 보고 나오다. 대부분이 일찍 나와서 5시 20분경 숙소로 향하다.

 

중부고속도로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서서 원주에 있는 오크밸리로 가다. 행정구역은 강원도지만 경기도 옆이다. 오면서 학생들이 심심할 거 같아 내가 기사님에게 부탁하여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다. 아닌게 아니라 학생들이 반응이 폭발적이다. 2NE1의 그리워해요, 아유미의 금요일에 만나요 엘리의 노래가 늘었어 등의 곡이 나오니 합창을 한다. 이렇게 좋아하다니 아이들이 좋아하니 기분이 좋다. 거의 도착할 무렵 담임샘이 마이크를 잡으니 야유가 터져나온다. 우리를 방해한다고 애교를 부려가며 아우성이다.  꼬불길을 지나 도착한 곳이 오크밸리인데 7시가 갓 넘다. 학생들에게 방을 배정하고 저녁 식사를 하고 8시 반 장기자랑 시간을 갖다.

 

8시 반 시작이 되었는데 조용히 만들기 여간 어렵지 않다.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는 사회자도 진땀을 뺀다. 당연히 여학생들의 반응이 남학생에 비해 압도적이다. 나와서 댄싱 등 장기를 보이는 것도 남학생은 전무하고 모두가 다 여학생이다. 이제 천하는 남자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천하는 여성들의 전유물이 될 것이다. 10시 정도해서 마치고 숙소로 보내다. 11시 교사들의 미팅이 있었고 학생들의 작은 여진으로 들랑 날랑 왔다갔다하는 작은 소동들이 지난후 오크밸리는 조용히 잠들다.

 

 

 

2015. 10. 27

시간이 없어 수학여행후 다음날 한두마디 적어두고 펜을 놓고서 27일 화요일 아침 대충 첫날 여행 일정을 기록하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