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목요일이다.
선생님들과 미팅을 하고 내 방으로 건너 온 것이 12시 넘어서니 오늘은 목요일 새벽이다. TV를 켜니 어제 있었던 한국과 기니의 U-17이하 청소년 월드컵 축구경기를 재방해준다. 1대0으로 이긴 것으로 알고 있어서 한골 넣는 장면을 보고 싶어서 TV를 시청했는데 속았다. 전후반 경기를 모두 마치고 추가타임(additional time)에 한골을 넣었다. 그러다 보니 1시40분까지 축구경기를 보고 복도에 나와보다. 몇 몇 학생들이 아직도 잠들지 못하고 배회를 하다. 진모샘이 복도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잠을 청해 6시반에 기상을 했고 7시 식당으로 가다. 수학여행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우리만 숙소에서 자고 식당을 이용한 것은 첨이다. 우리가 모두를 전세낸 기분이다. 일찍 나온 김*영이가 토스트와 시리얼을 먹어도 돼나고 묻는다. 많이 먹으라 했다. 방샘은 자기 반 학생의 아침을 챙긴다. 이 학생은 학급학생으로부터 왕따를 당해서 혼자 행동을 하여 챙긴다고 한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한 학생 한 학생 챙기느라 모든 담임들이 바쁘다. 숙소로 올라가서 짐을 챙겨 내려오다. 엘리베이터 속에서 우리 학생들을 만나다. 어느 학생이 자기 여친을 자랑한다. 나보고 어제 난타공연때 무대에 오른 여학생이 내 친구라고 거리낌없이 자랑한다. 2-8의 박*원이다.
8시 반이 되어서 학생들이 선망하는 에버랜드로 떠나다. 학생들이 버스에 오르길래 좀 가까와지고 싶어서 올라오는 학생들 손을 잡아보다. 요즘 다녀보면 선생님들에게 무얼 사먹으면서 좀체 권하질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이기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지가 오래된다. 어인 일로 송*찬 학생이 껌 하나를 들라한다. 이런 모습이 너무 특이해서 기억될 정도니 누구를 탓하랴 다 교육의 잘못으로 안다. 버스를 경기도 용인으로 한참을 달리다. 에버랜드 구경을 하기 전에 먼저 들르는 곳이 있다. 호암미술관이다. 이곳을 많이 다녀봤지만 아직 호암미술관을 가본 적이 없다.
호암미술관은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선생이 기증한 소장품을 바탕으로 1982년 설립되었다. 미술관의 이름인 호암은 선생의 아호에서 따왔으며 '호수처럼 맑은 물을 잔진히 채우고 큰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준엄함을 갖춘다'는 뜻을 담고 있다. 호암미술관은 보화문과 매림, 소원, 주정, 양대와 월대, 미술관, 찻집으로 만들어져 있다. 처음 호암미술관을 대하는 느낌은 너무도 아름답고 아주 잘 꾸며진 부자집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느끼다. 삼성 창업자가 이곳에 잠들고 있다 보니 호암선생의 추모관 같은 느낌을 받다. 보화문은 희원을 시작하는 문으로 바깥마당과 매림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고 이곳을 지나 만나게 되는 것이 매림이다. 소원은 작은 동산과 꼬층로 가꾸어진 화계 그리고 기암괴석이 놓여 있는 연못으로 구성된 작은 정원이다. 주정은 희원의 넓은 마당에 위치한 중심 정원이다. 이 안에는 미술관이 자리잡고 있어 이곳에 많은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에는 목가구, 서화, 도자, 불교미술, 서예 전적들이 전시되고 있다. 미술관 밖으로 나오면 양대와 월대가 있어 앞 산과 호수의 조화로운 경치를 담아내고 있다.
대충 보고 나왔는데 학생들이 아예 들어가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이 탑승하여 10시 40분 호암미술관을 떠나 11시 에버랜드에 도착하다. 담임샘들이 자유이용권과 점심, 저녁 식사권을 나누어주고 입장을 시키니 11시 20분 정도 된다. 물가로 보내는 엄마의 마음으로 당부 당부해서 에버랜드로 학생들을 입장시키고 나서야 우리 샘들이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다. 짐이 있어서 점심을 먹기로 하다. 앉을 만한 곳을 찾아 여유롭게 민생고를 해결하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선생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이 행복이다. 놀이기구를 찾아보았으나 탈만한 시설이 마땅치 않다. 먼저 로스트 밸리로 갔는데 볼만하다. 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들을 만나고 아프리카 초원에서나 만날법한 동물들을 아주 코앞에서 가까이 하니 감개가 무량하다. 그후 애니멀 원더 스테이지, 4시 물개쇼를 관람하니 5시가 된다. 재작년 이 곳에 와서 티익스프레스를 타다. 정말 내 몸이 날아가고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그때 그거라도 타니 추억이고 추억이 새롭다. 가장 어렵다는 타기 어렵다는 티익스프레스를 타고 나니 다른 것들은 크게 타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지 않는다. 부장님은 학생 지도에 바쁘다. 의무실에 두번 다녀 오다. 학생이 아프다고 SOS를 친다. 보건교사인 박샘도 바쁘다. 아프다는 학생이 있다 보니 그곳에 가서 치료해주고 위로해준다. 알파인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 문라이트 퍼레이드는 8시가 넘어서 진행된다고 한다. 8시가 넘었는데도 소식이 없다. 8시 20분이 넘으니 에버랜드동네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8시 20분에서 약 20분간 진행되는 문라이트 퍼레이드는 우리를 뽕가게 하다. 5년전 장수계북중 학생을 데리고 그 때도 문라이트쇼에다 레이져 쇼까지 다 보고 간 적이 있는데 다시 보니 문라이트 쇼가 황홀하다. 영어로 팬태스틱이라는 단어를 가끔 쓰는데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 거 같다. 9시 에버랜드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했으니 아쉽지만 다 못보았더라도 나가야 한다. 나오면서 2-1 한*훈이를 만나다. 뭘 탔냐교 물었더니 바이킹을 다섯번 탔다는 데 오전과 오후과 다르다고 하면서 오후 탈때 더 고난도 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들어와 열심히 놀이기구를 즐긴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그리고 일반인들까지 북적댄다. 식당에서 만난 초등생들은 풍선을 손목에 끼고 음식도 잘 시켜서 씩씩하게 먹는다. 남학생들이 달려와 그런 여학생들과 즐겁게 아무 거리낌 없이 재밌게 대화를 하고 간다. 어려서부터 이런 훈련을 받으니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오히려 남학생들이 재잘거리고 머리핀을 꽂고 있다. 좀비 페이스 페인팅을 하는 어린 학생들도 많이 눈에 띤다. 요금을 물어보니 만원이란다. 약한 것은 만원에서 시작한다는데 우리 같으면 하기도 싫은데 돈주고서도 저러고 다니니 우리와 생각이 다름을 알다.
다시 오크밸리로 돌아왔고 방엔 11시가 넘어서 내방으로 갔는데 복도가 좀 시끄럽다. 그래도 일찍 잠을 청하려 했으나 잠이 오질 않다. 새벽 2시가 되었는데 벨이 울린다. 나가 보니 아무도 없다. 학생들의 장난인지 아니면 모르고 남의 방 벨을 누른 거 같다. 약 1시간 이상 돌아다니다. 어느 방을 갔더니 라면을 끓여먹고 그대로 방 가운데 두다. 어느 방을 갔더니 몇 학생들이 이곳 저곳에서 누워있기도 하고 잠을 청하고 있는데 왠 요란해서 가보니 어느 학생이 게임을 한다. 노트북에 크게 소리를 내게 하고 좀 엉뚱한 행동을 하는 가 싶어 물어보니 의식딱딱하게 교육방송을 듣고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웃고 말다. 복도에 나가 보니 코곤다고 내쫓았다고 이불을 둘둘 싸고 복도에 누워버린다. 코웃음이 나온다.
2015.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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