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말이기도 하지만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 마음이 바쁘다. 그런데 6교시 자살예방 교육이 강당에서 1, 2학년을 대상으로 있고 7교시는 3학년이 비전발표대회가 있다. 집합교육은 여러 면에서 신경이 쓰인다. 많은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까 웬만한 명강사 아니고는 주의 집중을 시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6교시에 강당에서 교육이 시작되는데 내가 올라가 간단한 인사말을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내가 입을 여는 순간부터 옆 학생과 잡담을 하느라 난리고 좀 지나면 여기 저기서 웅성거린다. 30대 초반의 강사가 와서 강의를 하는데 끝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으나 학생들이 떠들어도 꿋꿋하게 강의를 이어갔고 담임샘들이 분주하게 움직인 탓으로 가까스로 마치다. 6교시가 끝나니 3학년생들이 몰려와 강당 문 앞이 난리다.
자살예방 교육이 끝나 강사를 모시고 가까스로 강당을 빠져 나갔고 교장실에서 차를 나누면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고 배웅하고서 다시 강당으로 향하다. 강당에선 오용표 샘이 학생들을 집합시켜 가지런히 앉혀 놓다. 세시가 갓 넘자 봉미옥 부장의 사회로 시작하고 내가 인사말을 하다. 곧 이어서 학생 회장 부회장이 비전대회를 진행하다. 한 학년이라 조용하게 앉아 있고 한 학년 높아서인지 의젓한 모습이 믿을 만 했다.
잘 할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첫째, 생각보다 수준이 높은 진로의식을 갖고 어려서부터 꾸준히 준비해오고 있음을 발표자로 나오는 대부분의 학생들의 발표 속에서 느끼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로 준비를 뛰어 넘어 진로 분야가 다양하고 초등학교때부터 진로의식을 갖고 탐색하는 작업이 비교적 구체적이고 계획적이었다. 셋째, 준비하는 기간도 짧았을 텐데 발표하는 자세부터 내용이 중학생 수준을 뛰어넘어 청중들을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남을 느끼다. 넷째, 청중들도 귀 기울여 잘 듣고 끝나면 큰 박수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며 수준 높은 발표대회 임을 확인했다.
첫 연사로 등장한 학생은 부회장이기도 하지만 4반 유혜린이다. 제묵부터 범상하지 않다. "꿈은 성공이 아닌 성장이다."라는 주제인데 아주 적절한 명제 같다. "가수가 되고 싶어 노래를 하루 이틀 시작하니 보물같은 친구가 생기고 노래를 즐기다가 자신감이 생겼다. 가수라는 꿈이 건들어졌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 꿈이 생겨 달라져 하루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꿈을 위해 노력하는 자신이 기특하고 예쁘다. 꿈은 쇼핑이 아니다. 나 자신을 돌아봐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가져라. 선생님과 부모님이 책임져 주는 인생이 아니니까 자신에게 물어보라. 그러면서 나도 성장하고 꿈도 성장한다. 인생은 점이다. 한 점 한 점 이어져서 미래가 연결된다." 마치 꿈에 대한 명강의를 듣는 기분이다. 자신감 있는 발표로 신선한 충격을 받다. 이렇게 자신있게 꿈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2번 연사는 3-3 오승원이다. 초등부터 꿈은 5번 바뀌다. 현재는 휴먼노이드라는 로봇을 만들고 싶어하는 로봇공학를 구상하다. 로봇과 관련하여 전문 용어가 튀어 나와 중학교 학생의 발표를 들으면서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있어 부끄러울 정도로 전문적인 용어를 섞어 가며 발표를 하다. 소아과 의사에서 시작하여 화가, 내과의사 로봇공학자의 꿈의 변화 과정을 지리할 만큼 자세하게 언급하다. 로봇 공학을 하기 이해 C언어를 배우고 싶어하고 장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과학 수학을 공부하고 싶어하고 영어 또한 열심히 할 것을 다짐하다.
3번 연사는 회장이기도 한 신누리다. 신누리의 비전은 호텔 매니저다. 이런 꿈을 갖게 된지 얼마 되지 않다. 나의 비전은 '사회적 약자들이 이 사회에서 존중 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이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남에게 베풀고 살라고 했다. 비전이 있어야 진로와 목표가 뚜렷해진다. 진정한 비전을 찾게 되면 마음에 작은 스파크가 생기고 나비 효과처럼 크게 되어 자신의 미래는 이미 바뀌게 된다. 어머니의 말씀으로 인해 진정한 비전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흥미도 관심도 없던 내가 공부를 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정보를 찾고 노력하고 있다.
4번 연사 3-8 한서현이다. 비행기로 접은 꿈이다. '접은'이라는 의미는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종이학을 접듯 꿈인 비행기를 접는 다는 것이다. 승무원이라는 꿈을 꾸다. 11살 때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얻게 되다. 승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영어는 기본이고 외국어 하나를 더 해야 하기에 독일어를 택해 하다. 또 하나의 비전은 세계 여행이다. 세계는 한권의 책이기에 구석구석 독파하고 싶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은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무엇 하나는 할 수 잇다는 누구든 할 수 있다. 이 메시지도 강력하게 전해오다. 영어로 비행기가 이륙할 때 나오는 여승무원의 영어 멘트는 인상적이다.
5번 연사는 정영동이다. 나의 꿈은 회계사이다. 고위 정치가들이 부정부패로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것을 보고 부정부패로 부터 세금을 거두어 들이고 싶어서 회계사를 택하다. 또 적성검사에서 사무직이라는 분석이 마음을 움직이다. 회계사라는 직업은 대인관계를 필수로 하기에 대인관계 능력을 키워야 한다. 꼼꼼한 성격에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밴드부에 들어서 드럼도 배우고 농구도 하면서 회계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한다.
6번 연사 김나현이다. 장래 희망은 외사 경찰이다. 듣기에 생소한 직업에 시사에 관심이 많아 외사경찰을 댁하게 된 이유도 언론 보도 속에 사건을 접하면서 범죄를 수사하여 해결해고픈 욕망에서 외사 경찰을 택하다. 어려서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꿈을 꾸었는데 현실 가능하고 구체적인 목표 설계가 서서히 가능하게 되다. 외사 경찰로 정하고 이 분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다.
이쯤되니 학생들이 좀 흐트러져 있다. 시작하면서 자리 정리를 했던 오용표 샘이 다시 연단에 서서 학생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그러고 나니 좀 조용해진다.
7번 연사다. 3-7 김준석이다. 인터넷이 펼쳐준 꿈이다. 위키백과 사전을 접하고 얻은 꿈이다. C 언어를 공부하여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다. 일반계를 진학해서 수학과 과학을 열심히 공부하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해서 IT 청업을 하겠다. 회사 조직을 하여 이렇게 경영하겠다.
마지막 연사 3-1 최나리다. 지난 6월 장학사 특강을 듣고 일반계 진학을 해야 겠다는 확신이 들다. 2학기 개학후 발표 수업을 할 때 하기 전에는 많이 떨렸는데 진작 발표를 할 때는 전혀 떨리지 않았고 발표후에는 친구들로 부터 아주 잘 설명했다는 칭찬도 듣다. 2세 국민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겠다.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소통하며 미래를 열어 줄 수 있는 교사가 되겠다.
8명의 연사의 비전을 들으니 4시가 넘다. 전에도 비전대회가 괜찮다 생각했는데 오늘도 그 기대는 유효하다. 오히려 연사들의 외침으로 뭔가 우리 어양 학생들의 진로가 뻥 뚫릴 것 같은 기분에 신선한 바람으로 폭격을 받은 기분이다. 아주 소수지만 발표했는데 발표하지 않는 학생들도 상상 이상의 건전하고 다부진 꿈을 갖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래서 우리 어양은 명문임을 증명한다. 어양 학생 모두 다 아름다운 꿈을 꾸고 특별한 노력으로 독수리의 날개처럼 날아오르라. 어양인들이여!
2015.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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