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로 오월이면 좋은 때라 생각이 듭니다. 좋은 때라고 간단히 얘기하기에는 너무 가슴 벅찬 계절입니다. 오늘 아침은 내가 지금 서 있는 위치에 대해 침착하게 느껴 보고 싶습니다. 내가 청춘을 바쳐 시작한 교직도 이제 얼마 안있으면 마무리할 때도 옵니다. 그동안 달려오느라고 별 생각없이 출근하고 일하고 살아왔는데 갑자기 삶의 단절이 온다면 내가 무얼 할 것인지 아님 현재 누리고 있는 행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전엔 출근하자 마자 학교 한 바퀴를 도는 것부터 시작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그걸 멈추게 되었는데 오늘은 차에서 내려 한 바퀴를 돌아봅니다. 학교가 어느 때보다 깨끗합니다. 학교 뒷마당엔 있을법한 담배 꽁초가 한참 이리저리 두리번거려야 하나 찾을까 합니다. 그렇다고 누가 일찍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를 치운 것도 아닙니다. 담배꽁초 없는 학교가 당연한 것인데 그동안은 좀 심했습니다.
교장실에 들러서 전자문서를 들여다 보고 신문 큰 활자 확인하고 교실을 순회해봅니다. 학생들이 종종 걸음으로 들어옵니다. 1학년 모교실에 가니 두 학생이 일찍 와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습니다. 다가가서 무얼하냐고 했더니 게임을 한다고 하면서 게임 이름이 뭐냐고 했더니 설명이 좀 곤란하다고 머리를 긁적거립니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 모 3학년 담임은 벌써 읽을 거리를 챙겨서 교실로 향합니다. 막 출근하면서 교실을 둘러보면서 학년부실로 향하는 선생님도 계시고요.
한 바퀴 돌아보고 정문으로 나아갑니다. 이미 선도부 학생과 오늘 담당 지도교사가 나와 계십니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러나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예전엔 공수 인사라 하여 손을 배꼽에 대고 공손하게 인사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에 인사왕 뽑는다고 해서 일부러 지도한 탓이겠지요. 그래도 늘 정문에 나와서 인사하는 교장이 싫기도 하겠지만, '어서와, 안녕!'하면 항상 어떤 형태로든 인사는 합니다. 반갑게 맞이하다가 이리 저리 주위를 돌아봅니다. 주변의 나무와 풀들이 많이 자랐습니다. 푸르름을 더해갑니다. 작년 시월에 나무를 이리 저리 옮겨 심었습니다. 그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운동장 가의 느티나무는 갑자기 무척 큰 기분입니다. 제법 큰 그늘을 만들어 쉴 만한 곳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많흔 학생들이 느티나무 아래에서 도란 도란 이야기할 때가 올 겁니다. 울타리 가에는 작년 은행나무 다섯 그루를 심었습니다. 잎이 제법 나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 은행나무가 언제가 크면 가을에 노란 은행잎을 뽐낼 거 같습니다. 넝쿨 장미가 꽃을 피운지 오래됩니다. 다가서면 장미가 환하게 웃습니다.
2교시 째 운동장으로 나가다가 졸업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다리에는 무슨 문신인가 좀 보기 안좋게 하고 나타나서 이게 뭐냐고 대뜸 인사를 나누고 교장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 졸업생 둘과 타 학교 출신 인근고등학교 재학생들입니다. 졸업생 둘은 학교 다닐 때 모범적인 행동을 못했기에 원하는 학교로는 가지 못했지요. 그래도 우리 졸업생이어서 덕담을 하려 했으나 제대로 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이 되어야 할 텐데 현재는 좀 바람직한 행동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학교에 가 있어야 할 학생이 옛날 모교를 찾아 왔지요.
3교시가 시작되어서 복도를 순회하다가 울고 있는 학생을 발견했습니다. 키작은 1학년 학생입니다. 아직 1학년 학생은 툭 하면 치고 때리고 싸운다고 합니다. 그걸 어제 들었는데 오늘 우는 학생을 만났습니다. 왜 우냐고 물었더니 맞아서 그렇다고 하길래 보건실과 학생부실에서 조사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1학년부실을 들어 갔습니다. 1학년부장님이 계십니다. 어제 1학년 협의회를 했는데 1학년 담임들이 지난번 어울림 대동한마당에서 무지개 물기둥 퍼포먼스를 했는데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자루에 학생들이 풍선을 불어서 큰 기둥을 만들어 강당 앞에다 세워놓고 보니 보기가 일품입니다. 그 풍선자루를 왔다갔다 해보고 그 풍선 자루에서 풍선을 꺼내어 흔들어 보고 터트리고 멋진 이벤트 행사였습니다. 마치 무지개 처럼 여러 개성이 강한 선생님들이 모여서 조화를 잘 이루어서 무지개 같은 멋진 빛깔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룬 것이 꼭 무지개를 닮은 거 같습니다. 그 한가운데 부장의 역할이 남달라서 좋은 학년부실을 만들고 있습니다. 비단 1학년만이 아닙니다. 2학년을 2학년대로 3학년은 3학년대로 학년부실이 최고의 모습을 보이니 학교가 무척 안정이 되고 좋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야기 중 영어 수업이 어렵다고 합니다. 너무 수준 차이가 있답니다. 아 그렇겠구나. 너무 수준 차이가 나면 어디에다 수업의 초점을 맞출 것인지 난감할 거 같습니다. 오늘 아침 지방신문에 "도심 중학교 과밀학급 해소 가장 시급"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시내 학교는 학생수가 많아서 수업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저런 푸념도 들어봅니다. 가장 다루기 어렵다는 중학생들을 다루는 우리 선생님들이 고생하십니다. 좀 가르치기 편한 환경이 조성되길 소망합니다.
점심을 먹고선 식생활관 지도를 했습니다. 늘 어느 때나 하는 일입니다. 오늘은 메뉴가 좋네요. 치킨에 짜장밥입니다. 영양교사가 다가와서 말씀하십니다. 오늘 닭고기를 100킬로를 했다네요. 그래서 그런지 식판 위에 치킨이 수북하네요. 물어보니 맛있다고 합니다. 1시 학생과의 면담이 있어서 교장실로 왔습니다. 지난 4월까지 학생회 임원과 학급 실장 부실장과 면담을 했는데 제가 학교경영에 크게 유익했습니다. 학생들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면담을 하고 있는데 2학년 학생 둘이 들어와서 교장실 청소를 하겠노라고 들이대는 바람에 처음 있는 일이지요 상담에 방해될 까 봐 사탕을 주면서 고맙다고 하고 내보냈습니다. 학생과의 면담은 의미있게 했습니다. 오늘 아침 보니 오늘 만나고자 하는 학생이 여학생과 다정하게 들어와서 물어보니 사귀고 있다고 이실직고합니다. 그래서 나의 인생 경험과 결부하여 좋은 말로 상담을 했습니다.
오늘 지진 대피 훈련이 있다고 합니다. 안전이 강조되고 있는 처지여서 훈련이 제대로 되었으면 합니다.
2015. 5. 20
'교단단상 > 익산어양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학년도 1학기 학교통신 인사말 (0) | 2015.08.07 |
---|---|
불타는 칠월 (0) | 2015.07.21 |
체육대회 (0) | 2015.05.14 |
어양중 어울림 대동한마당 (0) | 2015.05.14 |
교장리더십 직무 연수 (0) | 2015.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