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푹푹 내리고 커피도 쑥쑥 내리고

눈은 푹푹 내리고 커피도 쑥쑥 내리고

밖엔 눈이 푹푹 내립니다. 올핸 왜 그리 눈이 흔하고 많은지요. 날씨도 춥습니다. 기상 예보로는 따뜻한 겨울이고 눈은 많다고 했지만 12월 들어서 11월과 너무 다른 날씨 때문에 또 다른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운동장엔 눈이 내리네요. 아깐 함박눈이 내리더니 이젠 싸락눈이 내립니다. 학생들은 눈 내리는 것이 흥겨워서 삼삼오오 즐겁게 눈 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창밖을 내다봅니다만 오전엔 커피 바리스타 학부모 교육이 있었습니다. 오전 열시 넘어 교감 샘과 교무부장과 함께 학부모 교육이 있는 라운드 커피 교육장으로 갔습니다. 학부모 교육은 학교 도서실이나 소리울터에서 주로 실시했지만 오늘은 교육의 성격상 현장성을 살려서 그곳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되어 밖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학교에서 한참 떨어진 곳인데 이미 그곳에서는 커피교육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십여 분의 학부모님들이 강사의 입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정통신문을 보냈기에 많은 분들이 참여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늘은 눈이 내리고 있어 그리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오신 분들은 대부분이 시험 감독으로 오셔서 낯이 익은 분들이었습니다.

커피엔 그동안 관심도 없었고 젊어서는 커피를 마시는 것을 금기시해왔던 지난 날입니다. 그러나 요즘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여선생님들이 커피를 즐겨 마시고 같이 어울리면서 나도 자연스레 커피를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오늘은 커피 교육이 있으니 커피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커피를 어떻게 즐기는 것인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먼저 커피에 대해 전체적인 강의를 했던 거 같습니다. 화이트 보드에 커피콩 그림이 그려 있었습니다. 실습이시작되자 처음은 터키식 커피를 선보입니다. 체즈베라는 도구에 커피를 버너에서 끓입니다. 난 온통 이 교육장에 있는 도구들이 생소하기도 하고 처음이라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커피도 세계 여러 곳에서 커피가 나온다고 알았지만 커피가 나오는 지역에 따라 다른 특성이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브라질, 에디오피아, 탄자니아, 과테말라 등에서 커피를 생산하는 데 브라질 커피는 좀 고소하고 에디오피아 커피는 좀 시다면서 원두가 들어있는 봉지를 보여줍니다.

이어서 모카 포토로 커피를 만들어냅니다. 만든 커피를 시음해 보고 또 다른 기구를 내놓습니다. 또 다른 사이폰이라는 커피도구를 내놓는데 실험실에서 나오는 비이커도 있고 좀 복잡한 도구입니다. 학부모 한분이 실험기구라고 하고 이 곳이 과학실 같고 실험하는 분위기라고 너스레를 떱니다. 커피를 추출하는데 융을 쓰기도 하고 페이퍼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기구로 추출되어진 커피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 코로 맡아보게 하고 혀로 맛보게도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학부모님들은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고선 뭔가 알았다는 듯이 콧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즐거운 체험입니다. 이어서 등장한 프렌치 프레스로 커피를 만들어냅니다. 난 도대체 무엇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추출한 커피를 여러 잔 마셨습니다. 12시가 다 되어서 급한 일도 있고 다 끝나기 전에 교육장을 나섭니다.

점심 후 학부모 회장님을 비롯해서 임원들이 오셨습니다. 교육장에서 마신 커피로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모처럼 차분한 가운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로 3학년 학부님들인데 이 학교를 졸업을 시키고 이제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어 아쉬워 합니다. 나도 이 분들을 편하게 만나고 학교 일을 내 집 일처럼 봐주신 분들인데 떠나 보내기가 아쉬워집니다.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고 배웅을 합니다. 운동장의 싸락눈은 아직도 내립니다.

앞으론 커피와 친해지고 싶습니다. 커피와 관련된 학습을 많이 해서 좀 아는 체를 하겠습니다. 커피 문화를 즐기고 그 세계에서 좋은 분들과 멋진 담소를 나누고도 싶습니다.

2014.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