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단상/익산어양중

스포츠클럽대회 마무리

등경 2014. 11. 18. 11:01

그동안 학교 건물 벽에 걸어둔 대형 플래카드를 걷어 내다. 9월 하순부터 벽에 부쳐 학교를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띠는 것이 대형 플래카드였다. 이젠 그게 빛이 바래져 걸어두기 민망스러워서다. 이번 전국학교 스포츠클럽대회에서 축구 농구 두 종목에 출전해서 입상을 하면 입상 소식을 전하기 위해 바꿔 달고 싶었지만 예선 통과로 만족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지난 9월 21일 도대회에서 우리 학교 농구 축구가 전국대회 나가는 출전권을 획득하고 약 두 달간 피나는 노력을 하여 지난주 전국대회에 출전하여 열심히 뛰었으나 각각 농구 축구 예선 통과로 만족하게 되었다.

농구는 두 게임을 이기고 8강전에서 승리를 코앞에 두고 4강 티켓을 상대팀에게 진상하고 축구는 일요일(11. 17)에 8강전이 있었다. 토요일의 악몽을 떨쳐버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8강전 응원을 위해 즐거운 맘으로 출발하다.

8강전이 있는 날은 일요일로 주일이다. 우리 교회는 오늘 추수감사주일이기도 하지만 태신자초청전도주일로 교회에 큰 행사가 있는 날이다. 오늘는 1부 예배를 드리고 2층 별관에서 교회 방문 새신자들을 만나고 어렵사리 목사님에게 사정을 말씀드리고 목포 국제축구센터에서 열리는 8강전에 필이 꽃혀 어제 약속처럼 11시경 응원멤버들을 기다리다. 약속보다는 늦게 정부장이 오셔 11시 20분 이런저런 생각없이 목포로 향하다. 오늘은 날씨가 어제보다 풀린듯 하다. 오늘 벌써 연거푸 남도행 사흘째다. 150여 킬로를 달려 국제축구센텅에 도착하니 1시 30분이 넘다. 40분까지 점심을 준다하니 서둘러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몇 사람 식사 중이라 미안한 맘은 덜 들다.

폭풍 흡입으로 점심을 들고 8강전이 열리는 구장을 찾아가다. 구장이 넓고 커서 방황하다 제대로 찾아 가다. 2시 게임이 시작되다. 상대는 강원속초중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민수가 속초중 골키퍼와 맞닥뜨리는 상황이 맨 먼저 전개되었다가 멀리 있는 우리 팀 골대에서 함성 소리가 들린다. 우리 팀 수비수에 맞은 공이 그대로 골 안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그리고서 우왕좌왕하다가 다시 우리 수비수가 골키퍼가 받으리라고 우물쭈물하다가 그대로 또 한골이 들어간 것이다. 자살골 두 골이다. 희망에 찬 내 마음도 한순가 기둥이 무너져 내리듯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고서 공방전이 펼쳐지다. 속초중 학생들은 기가 살아 뻥뻥차다 보니 우리 에어리어에서 축구 공이 왔다 갔다 한다. 전반을 마무리하고 후반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으나 기회는 오지 않았다. 후반 몇 분 남겨놓고 다시 한골을 허용하니 쐐기골이다. 결국은 3대0으로 지고 말다. 농구는 이긴 경기 반납한 격이었지만 축구는 실력 차를 인정하는 게임이라 그렇게 원통하지는 않았다. 우리 학생들을 격려하고 우리 학생들이 숙소로 가서 짐을 꾸려 돌아갈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는 그 경기장에 남아 고등학교 경기를 관람하다.

바로 그 경기장에서 전라고와 인천대건고 경기가 있다. 전라고가 전반전에서도 일찍 한골을 넣고 신나게 경기를 진행하다. 페이스는 전라고 흐름이다. 그런데 후반전 경기장에서 묘한 상황이 전개되다. 두 학생이 싸움을 하게 된 것이다. 두 학생 똑같이 레드카드를 받고 나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전라고가 자기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프리킥을 허용하다. 프리킥이 전라고 골대를 흔들다. 그래 이게 경기다. 우리도 축구 농구 다 졌다고 서운해 하지 말자.

맘속으로 전라고가 이겨주길 바랬지만 서운함 맘 안고 경기장을 떠나다. 학생들 숙소 근처 식당으로 이동하다. 상호가 소들녘이다. 갈비탕을 앞에 두고 총 마무리를 하다. 그동안 애썼다고 치하를 하고 실패에서 교훈을 찾자는 취지로 내가 인사를 하고 기분좋게 들다.

우리 농구팀 축구팀이 있어 올 2학기는 행복했다. 다시 이런 시절은 없으리라. 우리 학생들이 노력해서 지역예선에서 이기고 올라와 전주 도대회에서 1등을 하고 전국대회에 나간 것이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스포츠도 중요해서 이런 대회에서 상을 받고 출전하고 한것들이 굉장히 귀한 것으로 알게 되다. 게임을 하면서 단합하고 공동체 의식도 생기도 예절도 배우고 인생도 배운 기회가 주어진 것이 정말 나도 행복하고 학생도 그리고 학부모도 행복했다.

다음 또 이런 기회가 주어질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좋은 기회를 잡았는데 4강에도 못올라보고 패한 것은 서운하긴 하다. 우리 학생들이 다음 이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이런 경험을 살려 다음에는 더 멋지게 날아오르길 빈다.

실질적을 오늘 모든 것을 마무리하다. 식사를 마치고 도착한 차에 학생들이 타고 익산으로 떠나다. 우린 목포에서 학생들을 배웅하고 전주로 향하다. 하늘엔 잔뜩 검은 구름이 끼었다. 곧 이어서 비가 쏟아진다. 스포츠클럽대회를 모두 마무리하다. 우리 학생들은 다시 열심히 공부하길 바라면서..

 

월요일 출근해서 플래카드를 떼내다. 이런 저런 상념들을 또 하나로 모아서 남기고 싶어서 또 하루 지나 지난 한주를 생각하면서 블로그에 올린다.

 

2014.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