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앨범 사진 촬영

창밖을 바라보니 하늘엔 검은 구름이 끼어 있고 바람이 부는지 단풍들이 나부끼고 있네요. 곧 눈이 올것 같은 날씨입니다. 학생들의 함성 소리도 들리네요. 오늘 앨범 사진 촬영이 있다 해서 찍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지금은 학급 단체 사진을 찍고 있으나 먼저 선생님들이 운동장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메신저에 1시 20분 단체 사진 촬영이 있다 해서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내가 제일 먼저 나갔지요. 간혹 나오는 햇살이 반가왔지요. 너무 강한 햇살이 들면 눈이 부셔 사진 찍기가 어렵다고는 하나 사진은 날씨가 좋은 날 찍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그 허구한 날 두고 오늘 사진이냐 하는 비아냥도 나올법 합니다. 일단 내가 앉아야 정리가 되리라 생각하고 먼저 앉았지요. 앞 줄은 교감샘, 실장님, 3학년 담임 중심으로 앉고 웃는 표정으로 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었지요.

곧 이어서 3학년 담임들이 지난 10월 사진을 못찍었다고 강당 앞 단풍나무 아래서 다정히 모여 사진을 찍습니다. 그동안 1년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동지들이 먼 훗날 앨범을 보며 추억거리를 만드는 심정으로 멋진 폼을 잡고 찍고 있네요. 멀리서 보니 보기가 좋습니다. 이어서 선도부 사진을 찍는다 하여 나보고 들어가지 말라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들 모였는데 학생회장이 안오니까 인성부장의 목소리가 커지네요. 조금 후 나타나서 다행입니다. 사진을 찍는 순간 바람이 심술을 부리네요. 여학생들이 많다 보니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린다고 아우성입니다. 바람을 잠재우고서 가까스로 사진을 찍습니다.

바로 운동장엔 반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반별 단체 사진 촬영입니다. 담임을 중심으로 반 학생들이 그동안 뛰놀던 운동장 한 가운데서 한 순간 추억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학생들 목청들도 높아지네요. 한 학급 한 학급 의자에 앉기도 하고 서기도 하여 카메라맨의 지시에 학생들이 움직입니다.

 

내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수능날이면 의례 날씨가 좋았다가도 추워집니다. 변함없이 그 법칙은 성립한 거 같습니다. 운동장엔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 치니 빨리 사진 찍기를 희망하지만 좀 시간이 걸려야 정리 정돈이 되어서 좀 괜찮은 상태가 되어야 사진을 찍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오늘 점심 때는 고등학생들이 내일 수능을 본다고 옛 중3 담임을 찾아오기도 하고 1,2년생들도 중학교 담임을 찾아와 인사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기도 하더군요. 우리 학생들도 얼마 있으면 이 학교를 떠나 상급학교에 진학을 하게 됩니다. 나는 언제까지 있을 학생으로 알고 있었지요. 오늘 앨범 사진을 찍는다 하니 이 학생들을 떠날 보낼 준비를 해야 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떠나 보낼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럴 때도 되었습니다. 날씨도 때를 맞춘듯 오늘은 바람 끝이 차갑고 하늘도 구름에 가려 어둠침침하네요.

 

간혹 창밖을 내다봅니다. 이번엔 5반 순서인지 최영미 샘이 학생들 속에 앉아 있네요. 일단 사진을 찍는다 하니 즐거워 하네요. 수업을 하지 않으니까요. 입시철인 모양입니다. 5교시가 끝나 운동장에 나가 보니 비가 한두방울 내리기 시작합니다. 강봉헌 선생님이 나와 있어 4반 촬영을 하나 보네요. 카메라맨도 이제 반절 찍었다고 하니 시간이 걸릴듯 합니다.

 

자사고 등 이른 합격자 발표가 있었지요. 상산고 합격생이 나오고 경기예고 합격생이 나와 교장실을 찾아와 축하한다는 덕담도 했었지요. 내일은 고등학생 3학년생들 수능이 있고 한달 후면 다음달 19일 연합고사가 있습니다. 이 시험에 좋은 성적을 거두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길 바라고 곧 있으면 겨울방학으로 접어듭니다. 좀 성급한 건가요. 그러고서 일년을 보냅니다. 2014년도도 서서히 저물어가는군요.

 

모두들 한 해를 차분하게 마무리하시길 빕니다.

 

2014.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