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단상/익산어양중

진짜 선생이네.........

등경 2014. 10. 29. 09:02

아침 오랜만에 자율학습 전 교실을 한 바퀴 순회하다. 등교 시각 늦추기가 시월부터 시행되었는데 학생들이 여유있게 등교하는 일은 정말 잘 한 일이다. 그러나 등교시각 늦추기 전에는  아침 독서시간이 차분하게 진행되었는데 그 독서 시간만 날아간 기분이다. 원래 일찍 오는 학생을 모아서 자율활동실에서 조용히 독서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방은 불이 꺼지고 문이 잠겨 있다. 각 반 교실은 몇몇 학생들이 일찍 와서 음악을 듣거나 책상에 걸터 앉아 게임을 하느라 스마트폰에 빠져 있기도 하다.

4층을 올라서서 먼저 3학년 8반 교실을 보고 너무도 다른 풍경에 숨이 멎다. 나도 모르게 "진짜 선생이네!"라는 말이 내 입에서 저절로 흘러 나오다. 그렇다. 3학년 8반 오용표 선생님은 진짜 선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시켜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라면 만사 제치고 솔선수범한다. 출근해서 일찍 교실로 가서 오선생님은 앞에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고 계신다. 학생들 십여명이 조용히 책장을 넘기고 독서에 몰입해 있다. 때마침 들어간 학생들은 조용히 앉아 책을 펼쳐든다. 이 모습을 보고 깊은 생각이 들다.

 

그 광경을 목격하고 첨 본 것은 아니지만 다시 신선한 생각이 내 뇌리를 스친다. 몇 발자국 걷다가 다시 돌아서서 그 모습을 확인하다. 여전히 아이들은 다른 세계 속의 학생들 처럼 앉아서 독서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다른 반까지 확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선생님은 작년엔 3학년 부장을 했다. 부장은 성격상 맞이 않고 자기 인생 철학과 맞지 않다고 한사코 수용을 하지 않았을땐 야속했다. 간곡한 교장 교감의 권유에 3학년 부장을 수락하고 1년 멋지게 3학년 부장 역할을 수행했다. 작년 전교생합창제를 했을 땐 한 학생 한 학생 다 다가서서 자기 반만 아니라 선생님의 눈에 비친 많은 학생들 하나 하나를 모두 카메라에 담는 모습을 보고 학생과 동행하는 교사라는 것을 깨닫다.

 

올해도 역시 부장을 권유했을 때 부장을 하다 보니 학생들을 소홀하게 한다고 이번엔 단호하게 거절한 선생님이시다. 이번 학년도엔 담임에 충실하겠다고 해서 담임을 하게 했는데 학년도가 시작되기도 전에 2월말 교실 청소와 정리를 다하고 반 학생들 맞이하기도 했다. 그 교실엔 다른 반에 없는 물레방아가 돌고 작은 거북이 살고 꽃을 기르기도 한다.

 

우리 어양중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함께 하는 선생님들이 대부분이다. 오선생님은 특별하다. 교실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면서 그래도 우리 어양은 희망이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 이렇게 누구 알아 주든 말든 내 할 일과 책임을 다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실 때 우리 교육의 미래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 오선생님이 이런 학생들과 오랜동안 함께 하고 웃고 즐기고 어깨동무하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제 동행하시는 오선생님 건강하시길 빈다.

 

2014. 10. 29   그냥 대충 생각나는 대로 몇 자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