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이다. 3학년이 먼저 배식이 이루어지고 1학년이 거의 다 배식이 끝날 때여서 식생활관을 한 바퀴 돌아보려하다 1학년 몇 학생이 식사하는 자리로 다가가다. 1학년 5반 김** 학생이 나에게 뭐라한다. 나는 잘못 들어서 그 학생에게 다가가 물어보다. 그런데 앞에 앉아 있는 학생이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한다. 그 때사 내가 이 학생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유추해보다. 이 학생은 나에게 '떡국 한 그릇 가져다 주세요''라고 했다. 오늘은 떡국이다. 떡국은 가져가지 말라 해도 가져간다. 내가 그 학생의 식판을 바라보니 떡국 그릇이 있다. 옆 학생이 국을 안가져왔는지 이 학생이 나보고 옆 친구를 위해 떡국 한 그릇 가져오라 한 거 같다. 나를 심부름 시키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국 달라기가 어려우니까 부탁을 한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국 달라기가 어려워 나에게 부탁한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나에게 얘기하지 말고 가서 당당하게 한 그릇 달라고 하라고 하다. 아이들을 예뻐하면 꼬꼬마를 탄다는 옛속담이 틀린 것이 없다. 너무 학생을 위한다고 그동안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국그릇을 식판에 올려주었더니 이젠 나보고 심부름까지 부탁한 것일까. 그 학생의 순진한 표정을 보니 그런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버릇이 없는 건지 교장을 너무 쉽게 이해하는 건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배식대로 와서 이야기를 하니 영양교사와 조리사분들이 박장대소하고 웃는다. 영양교사 박 선생님이 이젠 국을 식판에 올려놓으라 한다고 한다. 다 자업자득이다. 다 내가 잘못 버릇을 들인 탓이다.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이 식판을 들고 국을 챙기기가 어려워 한다는 것을 알고 국을 올려주기 시작했다. 국이 먹고 싶지 않아서 놓고 가기도 하지만 국 가져가기가 불편하니까 그냥 가기도 한다. 그걸 보고 내가 좀 봉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건강에 좋은 국인데도 안가져가길래 놓아 주기 시작했다.
오늘은 좀 길게 식생활관에 남아서 지도를 하다. 점심 시간 시작하자 마자 일어난 일이다. 몇 명의 졸업생이 달려와 식생활관에서 재학생을 밀치고 아무런 허락없이 점심을 먹으려 한다. 마치 내것이니까 내놓으라는 식으로 행동하는 졸업생을 보고 심기가 불편해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결국은 경거망동한 행동을 보여 식사 제공을 단호히 거절하다. 다른 때는 졸업생이 찾아와 식사하는 것을 관대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며칠 전이다. 모고등학교 학생이 수업시간에 학교를 방문하여 우리 학생들을 수업 시간 중에 불러낸다. 그리고 점심 때 점심을 먹으러 식생활관에 나타나다. 그걸 보고 모 선생님이 뭐라하여 내보낸다. 밥을 먹도록 허락하는 것이 학생을 위하는 꼭 좋은 일만 아님을 알게 되다. 학생이 수업에 빠져 이리 저리 배회하는 것을 보면 지도하여 바로 그 학교로 보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일이 있은지 며칠 되지 않아 오늘 학생들이 시헙이 끝났다고 나타난 것이다. 성경에도 나그네를 박대하지 말랬다고 했다. 평소 나는 졸업생을 후하게 대접한 편이다.
식생활관을 나와서 울타리 주위를 돌아보고 정문 입구 등나무 아래에서 쉬다. 나에게 박대받은 졸업생 한명이 늦게 학교를 빠져나가려다 내가 부르니 나에게 온다. 오늘 사정을 설명하다. 이 학생은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 학생이다. 농구를 좋아했고 작년 전국대회에도 출전한 학생이다. 일학년때는 품행이 좀 좋칠 않았다하지만 3학년 되어서 운동도 잘 하고 열심히 하다 졸업해서 익산시내 모 고등학교에 재학하여 열심히 하고 있다.
단지 학교의 질서를 세워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좀 서운하다 하더라도 졸업생이 학교에 드나드는 것을 아무런 제재도 않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 본다. 이젠 시시비비를 가려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졸업생이 이 학교를 추억하고 싶어서 오기도 하지만 몇 학생들은 이용하려고 나타나기도 한다. 우린 시험기간에도 식사 제공을 하는데 물어보니 그 학교는 시험 때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여 아까 너그럽게 베풀걸 하는 후회도 들다. 그러나 앞으론 비교적 엄격하게 적용하여 졸업생의 경우 식사 제공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하는 편이 옳을 성 싶다.
2014.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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