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시 도중에 교장실을 나서다. 혹 수업 중에 배회하는 학생이 있지 않을까 해서 교장실을 막 나가다가 진입로 입구 등나무 아래 학생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다. 수업 중에 학생이 나와 있는 것은 예외적인 현상이기에 무슨 이유인지 알고 싶어 진입로 등나무쪽으로 가다. 학생은 스마트폰에 몰입하고 있다. 다가가서 묻다. 왜 나와있느냐고 물어보다. 대답인즉 오늘 면접이 있어 나와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3학년부장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다. 오늘 일부 특성화고 면접이 있으니 출결 참고 부탁한다는 메시지다. 그 학생에게 어느 학교 면접이 있느냐고 했더니 전북외국어고란다. 스마트폰을 만지다가 누가 와서 물으니 엉겁결에 대답이 먼저라 다른 부분을 신경쓰지 못했으리라 짐작은 하지만 앉은 채로 대답만 한다.
더구나 면접이고 면접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단정한 태도가 우선일 수 있겠다는 평소 생각에 학생의 태도에 신경이 쓰이다. 대답할 땐 일어서서 답을 하는 편이 좋으리라 생각이 드는데 학생은 자기의 행동을 전혀 고치지 않고 그대로 내 물음에 대답만 한다.
그 학생을 향해서 더 이상은 묻질 못했다. 그러고 대화는 더 진행되질 않았다. 학생은 일어서서 대답하는 편이 좋을 거라는 말도 조심스러워서 하질 못했다.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으나 참다. 혹 내 말에 책하는 생각을 가져 학생이 오해할 수 있다. 시험을 보러 가는 입장에서 아주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줄 수 있어 극단적으로는 시험을 망칠 수 있다. 그렇다고 시험 잘 보고 오라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이 학생들이 고등학교엘 가고 대학,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취직을 할 때는 면접이라는 절차를 반드시 거친다. 수없이 면접을 볼 수 있다. 요즘 면접이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면접을 잘 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좋은 태도로 시험에 임해야 하리라 본다. 면접에서 여러 가지 요소를 보고 있지만 평소 언론이라든지 경험에 의하면 면접 시간만 중요한 게 아니라 면접장에 들어설 때부터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체크된다. 인품을 보기도 하고 첫 인상을 보고 바로 결정하기도 한다. 면접에서는 인상 좋은 사람을 뽑는다는 기사도 많이 보았다.
이 학생은 인상은 좋다. 그러나 태도는 별로다. 우리 학교를 들어서면 1층 현관 입구에 간판이 눈에 띤다. 그 간판에 '바른 인성과 융합역량을 갖춘 글로벌 창의 인재로 세계를 주도하는 어양인이 되자'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있다. 나는 인성 바른 학생을 먼저 만들고 싶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품성이 좋은 학생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면접을 잘 보고 오길 바란다. 허지만 내가 면접관이라 하면 이런 행동을 보일 때 좋은 점수는 주지 못한다. 오전에 2명이 가서 보고 오후엔 그 학생 1명이란다. 그러나 내 입에서는 더 이상의 다른 좋은 말이 나오질 못했다. 나의 옹졸함이 야속하지만 왜 나는 더 좋은 소리를 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을 하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교장실로 들어오다.
2014.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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