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마당/좋은 시

(2)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_나태주

등경 2014. 11. 29. 09:30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 시화집『너도 그렇다』(종려나무,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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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마지막 토요일이다. 날씨기 맑다. 아침엔 흐린듯 했으나 햇살이 쫙 퍼지는 아침이다. 두 번째 암송시로 정하다. 다음 주 12.1일 에서 5일 까지 사이에서 부지런히 외우려고 맘먹다.

2014.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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