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교 맞이를 하고 학교 주위를 돌아 현관으로 다가서는데 교감선생님이 내려오셔서 나에게 전한다. 오늘 너무 황당한 일을 겪었노라 하신다. 사연인즉 2학년 3반 김*민 학생과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인사를 하지 않고 가서 다섯번이나 불러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가 다시 불러 세워 왜 인사를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왜 내가 인사를 하냐고 대들었다는 것이다.
그 말씀을 듣고 보니 내가 교육을 잘못 했다는 생각에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별 다른 방도도 없을 거 같고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처럼 바로 학생을 만나봐야 겠다는 생각에 학급으로 향하다. 앞에 담임 선생님이 계시는데 내 눈에 비친 3반의 모습은 마치 봉숭아 학당을 연상케 한다. 담임은 계시는데 담임의 통제 밖에 있음을 직감하고 이 학생들에게 교육이 필요함을 느끼다. 그리고 중2병이 그냥 있는게 아님을 안다. 중2병은 실제 있는 사회현상이다.
학생들 데리고 인성인권부에 가는 편이 나음을 알다. 3층 인성인권부로 가서 일단 학생의 동태를 부장이 파악해야 먼저라 느껴 학생을 인계하다. 그 자리에서는 내가 직접 개입하는 편이 어색할 거 같아 다시 3반 교실로 가다. 쉬는 시간이라 학생들이 복도에 많이 움직이다. 학생 속을 헤치고 3반에 가서 실장을 부르다.
실장도 낯이 익다. 데리고 나오니 *민이 여자 친구란다. 그런 정도도 있을법한 일일거다. 교장실로 오는 과정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오면서 생각이 스친다. 이건 실장에게 부탁할 일도 아니고 내가 직접 교실에 가서 학생들을 면담하고 부탁해야 할 거라 판단하고 1교시 수업을 하신 분께 수업 양해를 구하다.
평소 사용하는 전체 학급별 일람표를 들고 교장실을 나서다. 한 가지만 확인하다. 학급에서 누가 분위기을 흐리는지만 묻다. 교실에 들어가서 선생님 대신 내가 들어온데 대해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출석을 부르다. 먼저 eye contact을 하다. 일일히 눈을 마추다. 평소 아는 학생들도 있고 어제 청소시간에 교장실에 불려와 나에게 주의를 받은 학생도 있다. 어제 일이다. 복도에서 너무 큰 고함 소리에 나도 놀래다. 무슨 일인지 나가 보았더니 세 명이 킹콩 같은 소리를 내며 장난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심하게 놀고 있다. 불러서 자초지종을 알아 봤고 그 학생의 인상착의도 기억해 두었다. 이*곤, 이*기, 이*호이다. 옆 체력단련실 청소 당번들이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지 모르지만 일단 내가 이 학급에 들어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다. 평소 3반에 대한 평판을 이야기하다. 이 학급은 내가 아는 8반보다(8반도 장난이 아닌 반인데) 3반은 비교가 불가능한 반이라고 어렴풋이 들어서 단단히 다짐을 하고 들어가다. 우리가 처한 2학기가 중요하다는 것과 우리는 항상 이곳에 머물지 않고 나아간다는 것과 우리 인생사가 그리 녹녹치 않다는 걸 이야기하다. 무얼 깨닫겠는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어찌 알겠는가. 나도 최선을 다해서 아직 경험하지 않는 세상을 간접적이나마 피부로 실감나게 느끼게끔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하다. 표정을 봐도 진지한 학급은 아님을 알다.
배움에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무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다. 나의 교사 시절이 생각이 나서 그 때 했던 이야기도 들려주다. 모든 일은 마음 먹기 따라 달려있으니 이제 부터 좀 마음을 바꿔 세상을 보라 했다. 마지막 마무리는 화유중개일이나 인무갱소년이라는 말로 끝맺음을 하다. 꽃은 거듭 필 날이 있으나 사람은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허튼 행동 하지 말고 냄비 속의 개구리 되지 말자. 수업 시간에 나 하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반 전체 피해를 주지 말자. 서서히 데워져 가는 물 속에서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 처럼 자그마한 잘못된 행동에 내 인생이 구겨지지 않길 바라면서 3반 학생들에게 간곡하게 수업 시간 선생님들에게 정중하게 대하고 좋은 태도로 2학기를 보내자고 했다.
2학년 3반 학생들이 달라지길 희망한다.
그동안 이런 학생들을 데리고 지내고 있는 담임선생님에게 죄송한 맘을 전하고 싶다.
2014.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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