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단상/익산어양중

밥이 최고예요!

등경 2014. 8. 27. 13:22

2교시 중 식생활관 앞을 가보니 두 여학생이 식생활관을 들어갈까 망설인다. 수업 중인데 왜 식생활관 앞에서 어슬렁거리냐고 물으니 오늘 식단이 궁금해서 확인하러 왔다고 한다. 그리고 수업은 체육 수업이라 잠깐 내려온 것이다. "밥이 최고!"라고 한다. 학생의 생각은 학교 오면 공부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이 최고 중요하다는 뜻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오늘의 메뉴다. 단호박카레라이스, 돼기고기간장불고기, 핫케익, 콩나물국, 열무김치 등이다. 오늘 카레가 나온다고 야호!를 외치고 간다.

아! 우리 학생들이 식생활관의 메뉴 판을 애용하고 있음을 늦게 알다. 다른 방법으로 잘 파악하고 있지만 메뉴 판을 직접 보고 가는 학생도 있음을 안다.

점심이다. 항상 조금 일찍 가서 식사를 한다. 시간적으로 여유있는 사람이 먼저 먹고 자리를 비워주는 것도 배려의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점심 시간 급식 지도를 하기 위해서다. 오늘은 카레와 콩나물 국이 나와서 카레에 콩나물을 넣고 열무와 함께 먹으니 맛있다. 요즘 선생님들에게 가끔 듣는 이야기다. 학교 급식이 좋단다. 오늘 교감샘도 모처럼 밖에 나가시면서 오히려 학교 급식이 훨 나은데 나간다고 아쉬워 한다.

점심 시간이 되니 학생들이 몰려 온다. 두 선생님이 나와서 열심히 지도를 한다. 믿는 분들이고 오늘 국은 콩나물국인데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다고 한 조리사분이 말씀하신다. 평소 1, 2학년이 배식을 하는 동안에는 내가 국을 식판에 담아주곤 하였다. 오늘은 두 선생님의 지도가 너무 성실해서 국 배식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서 나누어주기 시작하다. 국도 차별 받는다. 고기국이거나 햄이 든 부대찌개거나 오뎅국은 가져가지 말라해도 가져간다. 된장국이거나 오늘의 콩나물국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비닐 장갑을 받아들고 쉼없이 식판에 국을 담다. 비교적 담아주면 그냥 받아 간다. 그런데 어떤 학생은 주기도 전에 강하게 부정하면서 받기를 거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썩 기분이 좋칠 않다. 오늘도 나눠주니 다 받아간다. 막판에 한 두 학생이 마치 싫어요 하고 항변하듯 하는 태도를 보여 알았다하고 건너 뛰다. 배식을 마치고 식생활관을 돌아보니 학생들이 군데군데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먹는다. 다가가 보니 그리 우스운 것도 아닌데 2학년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깔깔 거리고 웃는다. '먹방'이라 하면서 방송을 찍었으면 한단다. 먹방은 먹는 방송의 줄인말로 나는 생소한 말이다. 보기 좋은 모습이다.

오늘의 식판을 확인하러 식생활관에 가보니 아직도 그 여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다가가서보니 여전히 먹고 있다. 그러면서 오늘 받은 핫케익을 12개다 14개다 서로 손가락질을 하면서 너무 가져다 먹었다고 야단이다. 그런데 핫케익은 반절짜리다. 그래도 많이 가져다 먹는다.

나오면서 영양사 선생님에게 오늘 고기가 남는다고 했더니 어젠 고기가 적어서 오늘 약 100킬로의 고기를 했다고 한다. 많이 먹는 것은 좋은데 너무 편식을 하는 것이 문제다.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 달라고 하고 채소나 과일을 주면 외면해버리는 학생들이 꽤 있어서 문제다.

그래도 점심시간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전쟁을 치른 식생활관에는 활기가 있다. 어쩌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식당을 보노라면 전쟁을 치르고 난 후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여기저기 치워야 할 것들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2014. 8. 26 점심 시작 종소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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