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단상/익산어양중

2박3일간의 힐링 여행

등경 2014. 8. 13. 17:35

 

방학은 연수 활동을 왕성히 하는 기간이다. 이번 방학은 원격 연수를 세 개 받았다. 방학 중 유일하게 집합연수가 8월11일부터 13일까지 2박 3일간 공주 한겨레 휴 센터에서 학생정신건강 업무담당자 역량강화 연수가 있다. 정확하게 2014 학생정신건강 지역협력 모델 구축.지원사업 관련 업무담당자 역량강화 연수다. 집합연수가 길지 않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정신건강 연수라 해서 기대가 되다.

첫째날이다. 8월 11일 월요일이다. 아침 어느때나 다름없이 새벽 예배갔다가 덕진체련공원으로 가다. 사계절팀과 어울려 테니스 게임을 하다. 힘들게 한 게임을 했으나 6대3으로 이기고 헐레벌떡 집으로 오다. 집에 오니 8시반이고 보니 9시 50분까지 도교육정으로 가야해서 서두르다. 1시간전 나서서 시내버스를 타려 하니 마음이 급하다. 시내버스를 타긴 했어도 시간 대기가 쉽질 않아서 전북대에서 내려 택시를 타다. 도착하니 도교육청 동편 큰 도로에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반가운 얼굴들이 있다. 도교육청 시절 생할지도팀에서 전문상담교사로 열심히 일했던 오**선생님도 뵙고 고교 후배 교장샘도 있다. 오샘과 같이 가면서 지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가다.

연수 장소는 한국문화연수원이다. 1시간 반을 달려가니 공주 마곡사 계곡으로 가다. 연수원이 시내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꼬불꼬불 산길로 한참 들어서서 도착한 곳이 한국문화연수원이다. 이 곳은 한겨레신문사에서 위탁한 연수기관이라 한다. 건물부터 색다르다. 검은 톤의 사각 건물이 예술성이 많이 가미되다. 시원한 잔디운동장 색다르게 만들어진 숙소다. 연수 장소에 도착하고 간단한 오리엔데이션을 받고 숙소 배정을 받아 짐을 숙소에 풀다.

점심 식사 후 본격적인 연수가 시작되다. 먼저 전북교육청 담당 장학사가 학생정신건강 지역협력모델 구축 사업 추진 개요를 상세히 전하다. 첫날 사회는 전남도교육청 소속 장학사가 맡아 진행하다. 약 30분 동안 교육부 사무관을 대신해서 비교적 현장을 생각하면서 정신건강 모델학교 구축사업 운영 방향을 함축적으로 전해서 정신건강 사업이 어떤 사업임을 어렴풋이 깨닫다. 이어서 사례발표 순서다. 두 학교다. 한 학교는 무등중학교 전문상담교사가 마음건강모델학교 운영사례를 알아듣기 쉽게 잘 전한다. 이어서 목포공고 보건교사가 학교에서 시행한 사업들을 이것저것 열거하는 형식이다. 사례발표가 끝나니 4시경이다. 4시 20분 숲치유 프로그램이 시작되다.

숲치유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니 기대가 크다. 도대체 뭘까? 숲에 들어선지 5분 정도 되니 앞서가는 강사님이 이제부터는 신발을 벗으라 한다. 맨발로 걸어가야 한다. 숲치유에는 전나무, 편백, 적송 등이 적합한데 이 곳은 적송이라 한다. 신발을 벗고 말없이 산행을 한단다. 묵언산행이라 한다. 난 강사님 바짝 뒤를 좇아 따라가다. 앞서 강사님은 꺾여진 나무를 치우기도 하고 좋은 소나무가 있으면 바라보라 한다. 뒤따라 가면서 손가락으로 지시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보다. 가다가 지렁이를 발견하고 뒤따라 오시는 여선생님을 위해서 길 밖으로 치워놓기도 한다. 어느 정도 와서는 기체조를 가르쳐주신다. 심인법이라 한다. 바다에는 기운이 철철 넘친다고 한다. 그걸 해인이라 하는데 심인이라 하여 기본적인 동작을 가르쳐주신다. 두 손을 모아 마음을 바라보고 이게 견심이요, 마음을 비우는 것은 허심이라 하여 두 손을 모았다 폈다한다. 열심히 따라하다. 40대 이후는 기를 모으는 운동을 하라 하신다. 기를 모으는 대표적인 것이 요가, 기체조, 명상 등이다. 맨발로 말없이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면서 내려오는 오늘이 새로운 길을 본 것처럼 신비스럽다. 거의 산을 내려와 신을 신으니 편하면서 큰 일을 한것처럼 기분이 좋다.

 

저녁식사를 하다. 식사후 잠시 쉬었다가 큰 선방으로 가다. 밤 강의는 유기압법이다. 우리 몸에 기가 유연하게 흐르게 하는 것이란다. 둘이 짝을 이루어 하는 것인데 좀 어색하다. 처음엔 쉬웠으나 나중은 따라 하기가 어렵다. 몸을 깨우는 것 같다. 안쓰는 동작을 함으로써 자연스레 몸전체가 유기적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고 기가 잘 흐르게 하는 것 같다. 문외한이라 아무 것도 모르지만 누르고 펼치고 주무르고 두드리고 수없이 많은 동작을 하다. 두 사람이 하는데 동작을 함으로써 상대방을 만지는 사람을 시술자, 그 동작을 통해 만짐을 당하는 사람을 수술자라 한다. 나도 강사님이 수술자가 되기도 했는데 정말 몸이 깨워져 개운해지는 거 같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좋은 힐링 프로그램이다. 첫날이 저물다.

 

 

둘째날이다. 8월 12일이다. 난 종달새 형이라 일찍 일어난다. 깨어 뒤척이기 어려워 숙소를 나서다. 다리를 건너 넓을 길을 한참 걸으니 징검다리가 있다. 다리를 건너 마곡사로 들어가다. 마곡사를 가로질러 도량 밖으로나가다. 절에서 떨어진 불로비림으로 가다. 불모비림은 스님들의 사리를 모신 곳이 아니라 불교미술의 공헌자들을 모신 곳이다. 내려와서 정식으로 마곡사로 들어가다. 맨 먼저 들어가는 문이 해탈문이다. 세속을 벗어나 극락세계로 들어간다는 해탈문이다. 해탈문을 지나니 터널을 만들어 수세미와 조롱박이 달려있다. 터널을 지나니 천왕문이다. 천왕문을 지나니 극락교다. 다리를 건너니 마곡사 도량으로 들어가다. 마곡사는 오래된 고찰로 마음이 확 끌린다. 다리를 건너다 스님 한 분을 만났는데 통도사에서 하안거로 공부하러 온 스님이라 하신다. 더 이상 못 물어보고 절 마당으로 들어가니 두번째 만나는 사람이 있다. 문화재 지킴이라 하신다. 딱 붙어 이것저것 물어보다. 먼저 마곡사 오층석탑이다. 기단이 두개 5개 몸신 머리 모양이 있어 특이하다. 탑에는 자물쇠가 새겨져 있다. 일본 놈들이 이 탑을 깨뜨려 안에 들었던 보물을 가져가기도 했단다.  다음은 대광보전이다. 석가모니 웃대를 모시는 곳이란다. 나를 안으로 안내하면서 문화지킴이의 설명이 진지하다. 바닥을 가리키면서 바닥을 떠들더니 그 아래 있는 삿자리를 보여준다. 샂자리에 얽힌 실화란다. 180년전 앉은뱅이가 이 절에 와서 참나무와 대나무로 자리를 짜고 걸어서 나갔다 한다. 더 돌어가니 흰옷을 입은 부처 그림이 덩그렇다. 대광보전을 나와 대웅보전으로 가다.부처님과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를 모신 곳이다.이 곳은 2층으로 되어 있지만 하나의 공간이다. 선조들의 예술감각을 새삼 느껴본다.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느낀다더니 딱 맞다. 숙소로 돌아오니 7시다. 간단한 샤워를 하고 식당으로 향하다.

 

편히 쉬고 대강의실로 가다. 정신과 의사인 이무석 박사가 행복한 삶을 위한 마음의 관리라는 강의를 듣다. 이 강의 또한 처음 들어본 강의다. 우리 인간은 정신적 에너지가 있는데 잘 체크해야 한다고 한다. 정신적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잠과 인정받기란다.

점심후 셀프마사지와 명상이 있다. 어제 유기압법과 성격이 같다. 둘이 짝을 이루다. 짝을 정하는 것도 쉽질 않다. 사람을 택하고 택함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보니 어색하다. 오히려 교장과 교감선생님들이 앞 자리에 나와서 강사의 지시에 열심히 응한다. 난 생리적으로 뒷자리에 있는 것이 싫다. 앞에서 잘하든 못하든 열심히 따라 하다. 몸 전체를 스트레칭 등으로 한 시간을 하고 나니 무엇을 했는지 생각은 나지 않지만 나의 뭄을 알 것 같다. 이어서 명상의 시간이다. 이번 연수는 정신건강에 관한 내용보다는 대부분이 이렇게 유기압법, 마사지, 숲길 걷기 등 힐링 프로그램으로 채워져서 여유롭고 좋다. 평소 접하지 않은 것을 접하고 보니 이번 연수 온 것이 대박이다.

 

오늘도 4시 반 숲 치유의 이해 및 적용이라 해서 오늘도 맨발로 묵언산행이다.어제 해봐서 쉽게 하다. 혹 덕진체련공원 편백 길을 걷는다면 맨발로 해보고 싶고 할 것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강사 뒤 바짝붙어 산행을 하다. 어제는 심인법 등 기체조도 했지만 오늘은 산행을 주로 하다. 다른 점음 오늘은 어느 지점에 이르니까 강사님이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명상에 젖는다. 약 10분 정도 하다. 6시가 넘어 마곡사에 이르다. 한겨레 연수원 부장님이 극락교를 건너는 나를 보고 독사진을 찍어준다. 강사진이 친절하게 대해준다.

저녁 후 분임토의가 있다. 9명이 조원인데 4명이 오다. 건너 뛰려고 했었는데 잘 왔다는 생각을 하다. 교사들과 하는 연수라 관리자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난 그래서 앞에서 열심히 한 점도 있지만 평소 연수 등을 가면 뒤쳐지는 것이 싫어서 적극 동참하는 편이다. 토의가 끝나고 룸메이트인 군산산북초 정교장선생님이 근처 초등 선생님과 어울려 회포를 푸는 자리에 동석하다. 모처럼 초등선생님들과 함께 하니 정겨운 마음이 든다.

 

셋째 날이다. 8월 13일 수요일이다. 오늘도 5시 반 숙소를 나서다. 자연스레 마곡사로 향하다. 절에 들어서니 대광보전에서 마이크 소리가 나온다. 템플스테이에 온 학생들이 비구니를 따라 아침 시간에 참여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삼천배를 하는데 오늘은 학생들에게 삼십배를 시킨다. 멘트가 나오가 한번 절하고 다음 멘트가 나오고 절하고 방송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기울여 들어보다. 오늘도 이곳 저곳을 돌아보다. 비가 떨어지는 거 같아 돌아오는 중에 룸메이트를 만나 다시 마곡사로 갔다가 오다. 시간 태우기라기 보다 이번 연수는 이렇게 여유로워서 좋다. 7시 넘어 연수원 식당으로 왔다가 먼저 아침 식사를 하고 숙소로 가다. 10시까지는 개인 시간이다. 작은 방에 쳐박혀 있기가 뭐해서 가방을 챙겨들고 연수원으로 가다. 연수원 조용한 곳에 자리하여 차분하게 교재를 읽고 싶었다. 문득 딸아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다. 그리고 예비 며느리될 사람이 대전 연수원에서 1정 연수를 받아서 난생 첨으로 오늘 시험을 잘 보고 마무리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더니 바로 답장이 온다. 감사한 일이다. 가지고 간 잡지를 펼치다가 어제 들은 이무석 박사님의 강의가 인상적이어서 그 교재 부분을 보다.  교재 내용이다. 사람들은 마음의 관리가 중요하다. 마음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기 감정을 잘 파악해야 한다. 특별히 건강한 사람들은 마음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다. 마음은 잠을 잘 자야 하고 칭찬 듣기도 정신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정신 에너지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 정신 에너지는 국가의 통화량이 있듯이 사람마다 일정량이 있다. 정신 에너지가 고갈되면 짜증이 나고 기억력이 떨어진다. 마음 관리를 잘 하여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휴 다운즈는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환경 속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행복한 마음 자세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라고 하였다. 아브라함 링컨도 사람은 마음 먹은 만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정신적 에너지가 충만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도 우리가 사는 이유이다. 

10시경 큰선방에 가서 한 시간 동안 기혈순환체조를 배우다. 나머지 한 시간은 명상 시간이다. 지원청에서 전화로 연락이 와 명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차분하게 명상으로 오전 시간을 마무리하다.

점심 후 분임토의 발표와 동영상 시청 시간이 있었다. 동영상에 내 모습도 많이 비쳐진다. 폐회를 선언하니 2시경이다.
  

이렇게 2박3일의 힐링 여행은 거의 끝자락에 이르다. 비가 내리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계곡 건너편에 있던 차에 오르다. 이번 연수에서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1) 정신건강 사업 관련 역량 연수임에도 불구하고 한겨레 휴센터의 힐링 프로그램에 접목시켜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보니 자연스레 사업의 성격도 잘 이해하고 힐링 치유 등의 부수적인 연수효과가 극대화 되었다. 이렇게 여유롭고 행복한 연수는 이번이 첨이다. 그동안 많은 연수를 접했지만 색다른 연수 체험을 하다.

2) 요즘의 이슈는 힐링이다. 우리 학생들도 학생이지만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힐링과 치유이다. 기체조, 마시지 등으로 몸 건강을 위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다. 숲치유를 통해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바꾸어야 한다는 점도 배우다.

3) 정신 건강이 중요함을 특별히 인식하다. 정신적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 정신과 의사를 통해 잠으로 잘 보충하고 남을 인정하고 칭찬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행복한 생활을 하라는 주문을 받은 점이다.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란다. 행복은 환경이 아니라 마음의 자세란다. 행복도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진단다. 그리고 항상 '나도 괜찮은 사람이야'하고 나를 위로하는 자세를 가져보자.

4) 어떤 연수보다 의미있고 여유롭게 힐링을 많이 한 즐거운 연수다.

이 연수와 관계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돌아오는 길은 빗길이다. 연수 중에 비가 왔으면 숲치유는 어떻게 되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번 연수만으로 행복한 방학이다.

야호~~~~~~~~~~~~~~~

 

8월 13일 오후부터 14일 오전까지 듬성 듬성 작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