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친절한 아저씨

등경 2024. 12. 16. 19:21

친절한 아저씨

 

월요일이다. 월요일엔 평소 한옥마을에 가서 한시를 배운다. 오늘은 지난 주부터 방학에 들어가 여유가 있다. 점심은 외식하기로 하다. 평소 잘 다니던 갈비집이 있다. 오랜만이다. 맛있게 먹고 차 머리를 다른 쪽으로 돌리다. 차 타기를 싫어한 아내는 뭐라 한다. 마지못해 나를 따라가다.

 

오늘 남문을 가는 이유가 있다. 122일 방학을 하면서 漢詩를 가르치시는 교수님으로부터 서예 작품을 받다. 생각지도 못하다. 며칠 전 교수님으로부터 문자가 뜨다.

 

문자 내용인즉 다음과 같다.

내일이 이번 학기 종강입니다. 지난 1학기 개강 무렵에 매주 배운 시를 원문과 번역 3회씩 써보시라는 권유를 드렸었습니다. 그걸 실천하신 분께서는 실적을 증명할 수 있는 노트를 가지고 오셔서 확인받으시고 상품 타가세요. 꾸준히 노력하는 자에게 복이 다가오나니! ㅎㅎ

 

순간 전에 1학기때 한시 원문만 썼던 노트를 무의식적으로 꺼내보다. 종강때 가져는 가보기로 하다. 종강 날이다. 강의를 시작하자 마자 한 시 몇 수를 하고 교수님이 중앙일보에 연재하는 필향만리 첫 연재물과 또 한 편의 글을 유인물로 소개한다. 그러고서 제갈량이 자식에게 유언을 한 내용을 소개한다.

 

<제갈공명은 아들에게 이런 훈계를 남겼다. "군자의 행실은 고요함으로 몸을 닦고, 검소함으로 덕을 기른다. 담박함이 아니고는 뜻을 밝게 할 수가 없고, 고요함이 아니면 먼데까지 이르지 못한다.(夫君子之行,靜以修身,儉以養德. 非淡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 자신을 끊임없이 비우고 헹궈내는 담박(淡泊)과 내면으로 침잠하는 영정(寧靜)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 뜻이 환해지면(明志), 그제야 먼데까지 갈 힘이 생긴다(致遠).>

 

강의를 마치고 어제 메지시로 안내한 내용을 언급한다. 숙제를 하신 분은 결과물을 가지고 나오라 하신다. 여기 저기서 나가다. 네 사람이 나가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나가면 나가지 않으려 했다. 손해본 셈 치고 나도 가지고 나가다. 나도 부족하네요하면서 제출하다.

 

그리고 나선 한 사람씩 불러내면서 선물이라고 주신다. 내용인즉 寧靜이라는 글씨를 손수 쓰셔서 그 작품을 선물로 주신다. 나도 아닌 밤중에 횡재를 하다. 나도 교수님이 써주신 작품 하나를 받다.

 

그날 점심을 아는 지인과 하면서 식사를 하고 작품을 표구사를 찾아가서 작품을 맡기다. 마음이 변하기 전 하기로 하다. 그 작품을 지난 주 찾기로 했으나 아직 작품이 되질 않았다 하여 오늘 찾기로 하고 나서다.

 

남문을 갔는데 그 가게를 들어갈 수가 없다. 남문을 몇 바퀴 돌고 그 가게 앞에 차를 대고 가게로 들어서다. 작품 찾으러 왔다 하니까 아직 만들지 않았다 한다. 정말 기분이 나쁘다. 다음에 찾기로 하고 차에 오르다.

 

차를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난감하다. 나가보다. 가면 갈수록 미로다. 나가다 공사를 하는 곳에 마주쳐서 안내하는 사람의 인도로 차를 좌회전 하고 직진했으나 어디로 나갈지 난감하다. 아내가 급기야 내려서 나를 안내하다. 나를 아주 좁은 골목으로 빠져 나오라 손짓한다. 그 끝자락에 서는 순간 차를 우회전할 수 없고 좌회전도 어렵다. 그렇다고 후진도 어렵다. 진땀을 흘리고 있는데 중년 아저씨 한 분이 오셔서 수신호로 차를 컨트롤한다.

 

구세주다. 나는 위험한 곳 운전은 되도록 피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함정에 빠져 진퇴양난이다. 운전을 지금까지 해도 서투른 편이다. 운전을 어떻게 하라고 주문을 많이 받다. 겨우 길지도않는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오는데 고생을 하다. 다시 방향을 바꿔 나가는데 골목 끝자락에 이르니 그 분이 가시지도 않고 우회전하라고 안내를 한다. 그 곳에서 차에서 내려 정중하게 인사를 하다. 우회전 지시가 있어 우회전으로 이십여 미터를 나가니 또 그곳에서 다시 좌회전하라 한다. 좌회전을 하고 끝에 이르니 큰 도로에 통하다.

 

그 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다시 차에서 내려 정중하게 인사를 하다. 정말 감사의 인사를 하다.저절로 나는 내 머리털 나고 이렇게 친절한 분은 처음 만났다.”고 하다. 50대 후반이거나 6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데 너무 친절하게 나를 안전하게 이끌어 주시다.

 

집으로 향하는 차 속에서 왜 인사를 나누지 못했는지 후회가 막급이다. 정말 친절한 분을 만나다. 그 분을 만나서 별 어려움없이 안전하게 집으로 향하다.

 

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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