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예찬
모과는 과일일까. 과일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드리 많지 않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누가 이런 말을 했나 과일에 넣지 않더라도 모과를 사랑하는 사람은 과일만큼 좋아한다. 내가 그렇다.
현직에 있을 때 교정에 심어진 모과 나무가 많았다. 모과가 바닥에 떨어져 떨어진 모과를 주어와 책상 위에 놓고 모과 향을 즐긴 적이 있다. 어찌나 향이 그윽한지 나도 순간 일을 하다 모르게 코끝을 스치는 모과향을 맡노라면 눈을 지그시 감고 모과향을 즐기곤 했었다.
모과를 보고 '세 번 놀라는 과일'이다. 꽃이 아름다운데 비하여 열매는 못생겨서 한 번 놀라고, 못생긴 열매가 향기가 매우 좋아서 두 번 놀라고, 향기가 그렇게 좋은데 비하여 맛이 없어 먹을 수가 없어서 3번 놀란다고 한다.
한옥마을에 맹자 수업을 마치고 인근에서 점심 식사를 하다. 오후 중용 시간이 있어 기다리면서 근처를 산책하다. 많은 은행 나무가 있어 단풍 든 노란 은행잎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선 아래를 내려다 보는 순간 모과나무는 보이지 않은데 크고 미끈한 황금같은 모과가 눈에 띄다.
크기는 손바닥으로 움켜쥐기에 약간 큰 편이고 겉은 상처 없고 노란 황금색으로 단장한 잘 생긴 모과다. 눈이 보배라고 갖고 싶은 욕구가 생기다.
서재 보조 테이블에 놓으니 자꾸 눈길이 간다. 요즘 기말고사 준비를 하고 있다. 공부하다가 가끔 한번씩 눈길이 간다. 얼른 모과를 들어 냄새를 맡는다. 향이 좋다. 그윽하다. 이렇게 잘 생긴 모과는 보기 드물다. 왕모과라고 이름 짓고 싶다. 세상 만물이 영원한 것은 없다. 이 모과 열매도 언젠가는 썩는다. 그때까지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싶다.
사랑한다. 모과야~~~~
202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