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전주레일바이크

등경 2024. 1. 4. 17:01

전주레일바이크
 
갑진년 새해도 나흘째다. 점심 때가 되니 나도 슬슬 나가고 싶은 충동이 생기다. 아내에게 점심은 나가서 먹자고 하다. 제안은 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무조건 차를 타면 갈 곳이 생기리라 여기고 나서다. 자연스레 아중 저수지 둘레길 쪽이다. 저수지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저수지 둘레길을 산책하기로 마음 먹다.
 
요즘 나는 방학 기간이다. 퇴직하고 노는 처지에 무슨 방학이냐고 할지 몰라도 나는 당당히 방송대 중문과 3년생이다. 여유가 좀 있고 한옥마을 고전번역교육원 시민강좌도 방학 중이다. 아내는 내가 방에 처박혀 공부하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작년 가을에도 변변한 단풍 구경 못갔다고 가끔 푸념을 한다.


 
이 기회에 자주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하여 기회가 있으면 나갈 기회를 찾다. 더구나 딸이 강력하게 나만 놀지 말고 엄마하고 좀 즐겁게 지내라는 딸의 훈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황태구이를 먹기로 했다가 코다리 집에 가다. 맛있게 먹다. 2층엔 황금다방이 있어 마음껏 보이차도 커피도 초코도 마실 수 있어 좋다. 이젠 본격적으로 둘레길을 가려고 식당을 나섰다가 길건너 ‘전주레일바이크’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눈에 띠어 그 쪽을 바라보다. 그동안 많이 이곳을 다녀도 저 곳은 무슨 곳일까하고 막연한 생각만 가졌다. 아내도 궁금해 한다.
 
일단 길을 건너가 알아보다. 글자 그대로 레일 위를 발로 굴러 달리는 곳이다. 내가 타자고 하니 아내는 한사코 말린다. 무슨 겨울에 이런 짓을 하냐는 식이다. 아내를 설득하여 타기로 하다.
 
이 곳을 수없이 다녀도 이렇게 결단하여 타보기는 처음이다. 그래서 모든 일이 다 때가 있는 법이다. 갈 때는 페달을 힘껏 밟아야 한다. 겨울이라 그런지 승객은 많지 않다. 그래도 손님이 있다. 주말에는 백 팀이 넘는다고 한다. 생각보다는 요금은 비싼 편이다. 2인승 25,000원인데 전주 시민이면 10% 할인을 해준다. 겨울인데도 땀을 흘리며 페달은 밟다. 꽤 길다. 한 삼십분 가는 것 같다.
 
가는 길에 기차가 달리는 것을 보다. 화물열차고 보고 여객열차도 달린다. 반환점을 돌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연스레 움직인다. 갈 때는 페달을 밟는데 신경썼지만 돌아올 때는 편하게 오다. 나는 즐거웠다.
 
타고 나서 가고자 했던 아중 저수지 둘레길을 가려고 했다가 아내가 피곤하다고 하여 전주레일바이크를 타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오다.
 
전주한옥마을 팜플릿에는 소개가 되어 있지 않지만 한번쯤 도전해 볼만 하다. 일주일 전 여수를 기차를 타고 다녀오다. 해가 바뀌어서 새해 벽두에 레일을 달려보다. 무한히 뻗어있는 레일처럼 올 일년 많은 날들이 있다. 힘차게 달려보련다.
 
2024.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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