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갑진년 새해 첫날과 비응마파지길

등경 2024. 1. 2. 02:24

갑진년 새해 첫날과 비응마파지길
 
세월은 흐른다. 엊그제 2023 癸卯年 검은 토끼띠 해라고 야단법석이던 기억이 생생한데 한 해가 다 지나고 2024년 甲辰年 청룡의 해를 맞다.
 
새해를 맞이하려면 묵은 해를 보내야 한다. 그래서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 하는 의식을 치른다. 2023년 12월 31일은 마지막 날이자 주일이다. 내가 시무하는 교회는 밤예배를 오후 7시 반에 드리는데 밤예배를 드리고 11시 반 송구영신 예배를 드린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면서 새해를 맞이한다. 올해 말씀은 뒤에 것은 잊어버리고 새 날에는 새 믿음 가져야 한다는 말씀이 선포되다.
 
곧 이어서 안수 축복기도를 받는다. 축복기도를 받고 남은 장로님들과 통성 기도를 하고 다시 목사님이 축복을 선포하는 맺음 기도를 한다. 하고 나니 새벽 2시 반이다. 해마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릴 때 하는 것 중 하나는 말씀 카드를 뽑기도 한다. 내가 뽑은 말씀은 여호수아 1장 8절 말씀이다.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
 
집에 와서 3시 잠을 청하다. 폰 알람을 끄고 편안히 잠자리에 들다. 자는 데까지 자기로 한다. 깨어 보니 7시 20분이다. 나는 반사적으로 옷을 걸치고 달려가는 곳이 있다. 해마다 1월 1일이면 건지산 일출을 보러 산을 오른다. 대충 일출 시각을 알고 있다. 7시 55분이 넘어야 해가 떠오른다. 그 시각을 알고 있기에 허겁지겁 건지산 과수원 언덕배기로 달려가니 과수원 오르는 길부터 삼삼오오 해맞이 객들이 서있다. 제일 보기 좋은 터가 있다. 과수원 언덕 윗부분인데 가보니 약 백명이 넘은 사람들로 운집해 있다. 나는 준비된 행동을 하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더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내려 서다. 아닌게 아니라 몇 분 지나니까 해가 얼굴을 살짝 내밀더니 장엄하게 떠오른다. 8시 2분 정도되니 완전한 얼굴을 내민다. 올해는 이 밝은 해가 솟듯 용처럼 날아오른 해가 되길 소망해 보다.
 
송북초 사잇길을 빠져 나오면서 딸에게 전화를 하다. 올핸 우리 딸이 곡 성취해야 할 일이 있기에 내가 새해 첫날 맨 먼저 딸에게 전화를 하다. 그리고서 습관적으로 교회에 들르다. 다시 말씀 카드를 하나 더 뽑고 싶었다. 뽑은 카드를 들고 집에 와서 읽어보다. 창세기 26장 4절 말씀이다. “네 자손을 하늘의 별과 같이 번성하게 하며 이 모든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라.”
 
첫날이면 하는 일이 있다. 친가 처가 식구들에게 전화를 한다. 내가 먼저 하지 않으면 못받는다. 그래서 내가라도 해야 한다고 시작한지 꽤 된다. 오래만에 식구들 목소리를 들으며 덕담 한 마디씩 하니 속은 후련하다.
 
오늘은 1월 1일 양력 설이다. 그냥 말 수 없다. 아내에게 나가자고 하다. 자연스레 지난번 딸하고 가서 밥도 못먹고 돌아섰던 곳이다. 군산 비응도 근처 등대로다. 1시 반 도착하다. 원래 월요일 쉬는데 오늘은 휴일이라 영업을 한다. 여러 코스 음식이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기에 우리는 C코스를 주문하다. 맛있다. 가성비도 좋다. 여유있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 그동안 여러 차례 왔는데 4층에 카페가 있는줄 몰랐는데 카페가 있다. 이 곳에서 커피를 마셔도 괜찮을 성 싶다.
 
 
등대로에서 왼쪽을 보면 전망대가 보인다. 오늘은 아내가 이 곳을 어떻게 가는지 나오면서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다. 무슨 건물 뒷쪽으로 가라 한다. 입구를 못찾아 한번 헤매다가 둘레길 입구로 들어서다.
 
비응마파지길이다. 입구는 어설프다. 주차장도 정비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삼삼오오 오르락 내리락 한다. 올라가는 둘레길은 완만하다. 오를수록 더 나아가고 싶은 둘레길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 같아 그냥 돌아설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확 터진 바다는 마음을 확 뚫리게 한다. 가을에 와도 좋고 주변 경관이 쏙 마음에 든다. 약 1시간 산책을 하다. 아내도 만족해 한다. 은근히 나에게 자랑한다. 이런 좋은 길을 내가 가자고 해서 이렇게 좋은 곳을 왔노라고.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아내가 가자고 하지 않았으면 그냥 집으로 달려갔으리라.
 
아내가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다. 둘레길 많이 가봤어도 이렇게 우리를 만족케 하는 곳은 없었던 것 같다. 새해 첫날 좋은 곳을 왔다. 다음에 더 볼 곳을 남겨두고 왔다. 다음에 오면 전망대 쪽을 오르고 싶다.
 
2024년 1월 1일 새해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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