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단상/익산어양중

변화의 물결들

등경 2014. 4. 3. 16:29

오랜만에 퇴근 전 시간을 이용해서 교내를 한 바퀴를 순회하다. 삼월 한 달을 보내니 벌써 마음이 급해진다. 사월 한 달 공부하면 이달 말일부터 1학기 1차고사가 시작된다. 그러고 오월을 맞으면 오월은 고사와 공휴일 그리고 행사로 상순은 하루도 공부하지 않고 넘어가게 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2층에 오르다. 아이들은 오늘 6교시니까 다 하교를 해서 적막감이 감돈다. 복도에서 이** 선생님을 뵙다. 부지런히 학급을 오고가면서 아이들을 엄마처럼 이모처럼 지도를 하시는 분이다. 아침 독서 시간은 아주 조용히 준비된 각자의 책을 가지고 열심히 읽는다. 속은 어떨지 몰라도 겉은 독서삼매경에 빠져 학생들이 독서하는 것처럼 보인다. 감사할 따름이다. 지나가니까 건의를 한다. 밀걸레를 관리하기 어려워서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꼼꼼히 학급 관리를 하시면서 잘 안되는 부분이 있어 건의한다 생각하니 아이들 학습지도하시랴 생활지도하시랴 고민이 많을텐데 이렇게 건설적인 학교 발전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중이라는 생각에 선생님들의 노고에 고개가 숙여진다.


  3층을 들어서니 학급 문에 경고장이 보인다. 이 반은 ㅇ-ㅇ 교실인데 반 학생들의 학습 공간이다라고 전제하고 다른 반 학생은 허락없이 들어와서 떠들고 놀지 말라고 경고를 하고 있다. 너무 살벌한 세상같기도 하지만 오죽했으면 담임선생님들이 나서서 경고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반이 아니라 여기 저기 경고문이 붙은 걸 보고 담임선생님들의 자기 반을 지키겠다는 눈물겨운 노력들을 떠올리니 감개가 무량해진다. 나도 예전에 모습을 반추해본다. 우리 반 아이가 공부 좀 하려면 다른 반 아이들이 들어와서 방해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럴 때 담임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조성해주면 면학분위기가 잘 만들어지는 경험도 있었다. 그걸 생각하니 우리 선생님들이 반 학생들과 한 마음이 되어 열심히 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다.

 

  4층을 들어서니 왠 학생들이 복도에 집합되어 있고 3학년 담임선생님들이 총출동하였다. 마치 비상작전회의 같은 비장함 같은 느낌도 들어서 그 옆을 지나가노라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3학년은 자율학습 중이다. 그런데 십여명의 학생들을 나오게 한 것은 필시 무슨 연유가 있을거라 생각이 들었다. 아마 추측건데 자율학습을하는데 운동장에서 공을 찼던지 강당에서 농구를 하고 자율학습 시간을 많은 학생들이 외면해버린 거 같다. 다른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많은 학생들이 몰려 들어오면서 분위기를 흐리게 하니까 3학년 담임선생님들이 총출동하여 자기 학급 학생이 아니라 전체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결의를 하셨던지 모두 모여서 추상같은 말씀으로 지도를 하시는데 지나가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너무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작년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서다. 작년의 경우는 이렇게 공동으로 지도하고 방안을 강구하는 모습을 보기 보다는 각반 담임선생님들이 자기 반을 지키는 것도 버거워 자율학습이 나중에는 몇몇 학생만 남아서 초라하게 공부했던 반도 있었던 거 같다. 죽 교실을 돌아보니 교실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뭔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가습 뿌듯함을 느꼈다. 이래서 한 해 한 해 달라져 가는 거다. 새 술은 새 푸대에 담으라고 했다. 올해 3학년은 실력이 작년 학생들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지만 이런 태도로 교사가 합심해서 지도하면 거기에 버금가는 열매를 맺으리라 본다. 올해 아침독서 시간 복도를 지나가다 보면 너무 달라진 모습을 느낀다.

 

이 모두 감사할 따름이다.

익산어양중 선생님들 화이팅!

 

2014.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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