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후 갠 아침이다. 학생 등교 맞이를 하러가다. 작년엔 일주일에 두번 정도 하다. 올핸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치 않은 날을 빼곤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작년엔 아침 잠깐 교문에 나와보고 부지런히 학급을 순회했다. 8시 15분에 아침 독서가 시작되어 40분에 끝나니 학급을 순회하는 데 비교적 충분한 시간이었다. 올핸 아침 독서 시간에 교감선생님에게 순회하시라고 하고 정문에서 등교맞이를 하는 정도로 끝내려고 한다. 오늘 아침도 나가 보다. 등교 맞이를 하고 어쩌다 한번씩 각 층에 있는 사물함 주위를 도는 데 오늘은 사물함 주위를 살피고 싶어서 막 2층으로 올라가다 교감선생님을 뵙다.
만나자 마자 하시는 말씀이다. "올핸 너무 달라졌어요. 돌아보니 학교가 너무 조용해요. 깨끗해요." 라고 흥분된 어조로 말씀하신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그래 그런가 맘속으로 반문하면서 어찌됐든 반갑다. 꼭 학교가 절간같아야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아침 독서 시간은 학교가 조용하고 차분해지길 바란다. 아침부터 학급이 안정되지 않고 돌아다니는 학생들이 많거나 늦게 오는 학생들이 많아서 담임선생님부터 학급이 통제되지 않을 때 학교는 어려워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익히 안다. 담임선생님이 학급 학생들을 휘어 잡지 못할 때 교과담임은 수업시간에 지도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를 가끔 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좀 달라진 거 같다. 아침 정문에 나가 있어 보면 8시 15분쯤 시작 벨이 울린다. 그 이후 들어오는 학생들이 현저히 줄었다. 작년엔 꼬리에 꼬리를 물어 늦게 오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올핸 현저히 줄다. 아마 담임선생님이 학급에서 일찍 오게하고 늦게 오는 학생을 지도해서 줄였다고 본다. 몇번 아침 학급 순회하다 담임선생님과 복도에서 학생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격한다. 학급에서부터 각 반 서로 서로 지도해주시니 학생들이 서둘러서 교실로 들어가게 된다. 작년엔 뛰라고 해도 어슬렁거리면서 뜸을 들이는 학생도 눈에 띠었는데 15분 종이 울리면 뛰는 학생들의 모습을 자주 본다.
수업 시간 돌아다니는 학생도 현저히 줄었다. 작년엔 3학년 몇 학생이 일년에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돌아다녔다. 결국은 좋은 학교 원하는 학교를 가질 못했는데 졸업하기 전 만나 몇 마디 나누어 보니 중 3년 학교생활을 소홀히 한 점을 후회하는 빛도 보였다. 올핸 보이질 않는다. 쉬는 시간에 서편 출입구에 떼로 모여 좋치 않는 장면을 연출하곤 했었는데 그런 모습도 사라졌다. 며칠 지나지 않았기에 장담하긴 이르긴 해도 올 학년도를 전망해볼 때 낙관해도 괜찮을성 싶다. 복도를 지나가면 인사하는 학생들이 많다. 신발 신고 돌아다니는 학생으로 골머리를 아파했는데 올핸 실내화를 대부분 착용하고 다닌다. 바람직한 모습이다. 보건실 가는 학생도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학습면에서도 진일보한 면도 보인다. 영자신문동아리 영어 타임스 개설이라는 벽보가 붙기도 한다. 올핸 초부터 뭔가 달라져가는 것 같다.
올핸 새로 오신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 작년 16분이 교체되어 많이 바꼈다고 했는데 올핸 스무 분이 새로 오셨다. 좋으신 선생님들이 새로 오셔서 빨리 적응하시고 학생들을 잘 이해하시고 지도해주시니 분위기가 빠르게 바뀐 점도 있다. 이 모습 저 모습으로 지도를 열심히 해주신다. 새로 오신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힘들게 할까봐 걱정했는데 괜찮다고 하신다. 어떤 분은 환경도 좋고 우리 학생들도 예쁘고 귀엽다고 한다. 혹 선생님들께서 생각했던 것 보단 힘들고 실망했다는 말씀을 하실까 봐 묻기가 거북스러웠는데 좋다고 말씀하실 때 아주 기분이 좋다. 좋다고 해도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가끔 3층에서 벽을 타고 내려오는 학생도 있고 식생활관에서 창을 뛰어 넘는 학생도 보이기도 한다.
먼저 기본이 잘 되어서 기본생활습관부터 잘 익혀 학교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학생들이길 바라고 더 나아가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성을 확실히 깨달아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깨어 있는 학생들이 되길 바란다. 좋은습관 갖고 예절도 바르고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성과 실력을 갖춘 창의 인재가 되길 소망한다. 성품 좋은 어양인을 육성하기 위해 나부터 항상 배우는 자세로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고 싶다.
2014.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