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아주 특별한 카톡 통화

등경 2023. 8. 23. 16:48

아주 특별한 카톡 통화
 
오전 11시 20분 경이다. KBS TV 녹화 방송을 보고 있었다. 광복절 특집 이민진의 ‘파친코’ 이야기다. 카톡에 전화벨이 울린다. ‘최용무’라는 이름이 뜨다. 엉겁결에 받다. 저 통화 넘어에 ‘나 용무..’하는데 이 친구하고 통화를 해본 적이 없다.
 
오늘 계획은 오랜만에 송천 도서관을 가려고 했다. 이번 토요일 한국어문회 한자 1급 자격 시험 접수를 하고 시험을 기다리는 중이다. 시험을 보기 전에 공부를 할 요량으로 며칠 가서 정리를 하고 싶었다. 그만 어영구영하다가 잘 보지도 않는 TV를 보고 있다가 친구와의 통화가 이루어져서 도서관을 안가서 친구와 통화를 했다는 다행한 생각이 들다.
 
나도 놀라 ‘응 나 순창이..’이 친구가 나에게 전화를 할 줄 상상도 못하다. 페이스북에 이 친구가 자주 소식을 올리는 것은 알고 있다. 이 친구는 대학 1학년 때 흥사단 써클 활동에서 만나다. 그 친구와 1년여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나는 법대를 다녀서 고시공부를 한다고 2학년 이후는 좀 등한시했다.
 
그 친구는 사대 영어교육과였다. 교사를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미국 유학을 갔다가 텍사스주에 눌러앉아 미국 한국일보 편집국장 등을 하고 은퇴를 한 모양이다. 그렇기에 나 하고는 만난 적도 없고 같은 길도 가는 것도 아니고 땅을 달리하고 살아서 더욱 통화해 본 적이 없다. 단지 이 친구하고는 동아리 활동에서 만나 특별한 친구라 생각하여 강한 인상만 지금껏 지니고 살아왔다.
 
이 친구가 지난 오월 약 3주간에 걸쳐 한국에 나온 것을 안다. 자연스레 대화는 지난 한국 방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36년 만에 나와 모교 방문 등 초등학교 동창에서 대학 동창 등 다양한 사람들을 스케줄을 세워가면서 만나고 돌아갔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이 친구가 코흘릴 때부터 자라나면서 많은 추억을 만들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살았던 지역이다. 건지산 서쪽 끝 장군봉이 있는데 거기까지 갔었다 하면서 송천동 등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많은 유년의 추억을 소환하면서 돌아다님을 통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건지산에 대한 이야기로 한참을 진행하다. 나도 모르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다. 건지산은 주위에 사는 주민들에게 건강이라는 큰 복을 주는 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건지산을 근거 삼아 시도때도 없이 운동을 한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많은 가족이 미국 이민을 택해 떠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 곳은 많은 친족이 전주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자기 혼자 먼 이역 땅에 가서 살고 있으면서 많은 것을 극복하고 이젠 아들 셋이 미국에 잘 뿌리내려 자자손손 복을 살기를 바라면서 먼 훗날 자기가 선조 1세대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듣건대 자녀들도 미국 명문대를 졸업하고 홀로서서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옛날 미국 가기 힘든 시기에 조국을 떠나 미국 땅에 정착하면서 나름 언론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잘 지내게 되었고 자녀들도 생각 이상으로 적응하고 살고 있다니 축하할 만하다.
 
나도 미국 사회가 궁금하여 미국 생활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다. 한국이민들이 지배 계층으로 올라가고 싶으나 오늘 TV에서 이민진 작가는 그 꿈을 이룬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하는데 이 친구는 사람 나름의 노력에 따라 가능하다고도 한다.
 
이 친구는 사대를 들어가서 교사를 꿈꾸었을 텐데 다른 길을 걸었고 그와 반대로 교사를 꿈꾸지 않았던 나는 교사가 되어 고등학교에서 20여년 학생들을 가르치고 전문직으로 진출하여 장학사가 되고 교장이 되어 퇴직했다. 아직 난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맹자의 군자 삼락에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일락이라’ 했으니 교직에서 많은 학생을 가르친 것은 결코 가벼이 볼 일은 아니다.
 
통화를 하다 보니 1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이십분이 더 지났다. 곧 마무리하려다 보면 또 다른 화제를 꺼내 실컷 이야기 하고 또 다른 화제로 돌려 이야기 하기를 끝없이 하다가 아쉬운 마음으로 통화를 마무리하다.
 
건강을 빌고 또 빌고 다음 한국에 올 땐 식사 자리를 한번 마련하고 싶다. 만나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련다. 옆에 앉아 있는 아내가 외식을 위해 나가려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통화를 마치고 점심을 위해 집을 나서다.
 
2023.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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