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나도 방송전문가?

등경 2023. 8. 16. 06:07

나도 방송전문가?
 
팔월 첫주 주일이다. 저녁 무렵이다. 졸려서 낮잠을 자다가 갑자기 생각이 스치다. 오늘 1부예배후 겪은 일이 생각나서 방송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전화를 하니 바로 받다. 그 분은 우리 교회가 2019년 가을 방송시설을 현대화하면서 만난 방송업체 대표이기도 하고 올 초 시내 큰 교회 장로가 되신 분이다.
 
오늘 오전 겪은 일을 대충 이야기하니 대뜸 “배가 산으로 가요.” 한다. 나는 이 말 한 마디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냐하면 나도 방송실 간사에게 똑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과 ’팔러가는 당나귀 꼴이다‘라는 말이 거의 일치하는 맥이 통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한 마디에 용기 백배해서 저녁 예배를 드리러 가면서 방송실에 있는 간사와 전도사에게 분명히 이 이야기를 똑바로 전하다, 말미에 웃으면서 ’나도 이래서 방송전문가가 되었어.‘하고 자연스레 내 입에서 나오다.
 
1부 예배를 마치고 나서 음향을 담당한 전도사가 문제를 제기하다. 본당 강단에 있는 모니터스피커 위치가 잘못 되어서 울리는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니터 스피커 위치를 바꾸어 보고 각도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지금 위치가 여러가지 문제를 고려하여 최적으로 결정된 일이라‘고 하면서 호산나 업체와 상의를 해보겠다고 했다. 내 말에  P전도사는 바로 반론을 제기하면서 업체에 얘기 하지 말고 한번 우리가 시도를 해보고 하자고 얘기를 마무리 했다.
 
그러고서 나는 방송실 간사에게 여러 가지 조언은 받아들이되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잘못하면 팔러가는 당나귀 꼴이 된다‘”고 했다.
 
2부 예배땐 P권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업체에 이야기 하지 말고 한번 이모 저모로 시도해보자고 박전도사를 두둔한다. 그러다가 전 방송담당 목사를 소환한다. 나는 이 말에 목소리를 높여 발끈하다. 여기에 가당치도 않는 소리를 해서다.
 
나는 어쩌다가 방송출판 일을 맡게 되다. 시무 장로가 되거서 16년이 흘렀다. 11년은 교육담당이라 하여 주일학교 교육에 봉사하였다. 5년전 나는 방송출판 일을 맡게 되었다. 나는 이 쪽을 잘 모른다. 처음에는 ’발도 담그지 않겠노라‘고 다짐할 정도로 일에 대해 부담감을 많이 느낀 게 사실이다. 나는 천생 문과체질이라 이런 분야는 젬병이다. 학교에 근무했을 때도 방송담당 교사가 하고 행정실에서 전적으로 맡아주었다.
 
방송 업무를 맡고서 우리 교회 방송시설이 아주 낡아 시설을 바꾸어야 되갰다 싶어 그해 시월에 많은 성도들의 방송후원금을 모아 방송시설을 디지털 시스템으로 바꾸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바로 다음해(2020년) 2월 전 세계와 우리나라에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하여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맞게 되다. 그 때 온라인 방송을 하게 되었는데 아주 유용하게 방송시설이 활용되었다.
 
나는 새벽 예배를 전적으로 맡는다.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겠다 싶어 평소 3시 반이면 눈떠 4시 전에 교회를 가게 된다. 약 15분 개인 기도를 하고 방송실로 향한다. 전원을 켜고 카메라컨트롤러를 작동하고 컴퓨터 자막기 사용을 위해 컴을 열고 유튜브 방송 준비를 하면 4시 반이다. 4시 50분에 새벽 예배가 진행된다. 새벽 예배가 끝나면 CD 음악을 틀고 볼륨을 적당히 낮추고 6시 집에 온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방송시설이 수동으로 작동되기에 아침 건지산 산행을 1시간여 하고 교회로 돌아와 방송실 전원을 다 내리고 본당에 가서 음악을 켜고 집에 온다. 이래야 하루가 시작된다.
 
이러기를 5년째 담당하고 보니 서당개 삼년 풍월을 읊는다 더니 내가 그런 꼴이다. 수없이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쳤다. 처음에는 버튼 하나도 제대로 못눌렀다. 누르면 고장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마음도 떨렸다. 지금은 혼자 방송실 있어도 그렇지 않다. 그런데 평소 아주 잘 되더라도 느닷없이 안되는 일이 생긴다. 그럴 땐 난감하다. 똑같이 했는데 소리가 나지 않는다. 방송이 되질 않는 일이 있었다. 그런 일을 극복하면서 지금까지 달려오다.
 
지금은 실수도 많이 줄이고 잘 해보려고 노력한다. ’나도 반은 방송전문가가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한 분야를 익숙하게 한다고 큰소리치는 격이다. 내가 하는 일은 조족지혈이다. 나는 결코 교만해서는 안된다고 다짐한다. 잘 되다가도 바로 이상한 일이 생기는 것이 방송이기 때문이다.
 
202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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