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고 체육관에서는 2013년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농구대회가 11월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리고 있다. 크진 않지만 지어진지 오래된 강당으로 농구 경기가 많이 열린곳 같다. '반복의 횟수가 많을수록 기적을 일으킨다'는 플래카드도 붙어 있어 농구 경기에 작은 팁을 준다. 비약이 심한 거 같지만 경기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에 지침을 주는 거 같기도 하다. 옆엔 반기문학사가 있다. 이곳이 직감적으로 현재 유엔 사무총장으로 크게 활약을 하고 있는 반기문 총장의 출신학교임을 느끼다. 돌에도 최고 최선 최대 라는 충주고 교훈이 새겨 있어 인상적이다.
내가 무슨 볼 일이 있다고 이 곳을 오랴. 내가 온 것은 익산어양 농구팀이 스포츠클럽 전북교육감배에서 우승을 하고 전국대회에 출전을 해서 단장 자격으로 이 곳에 오다. 11월 16일 저녁 7시 50분 중요한 경기가 열리고 있다. 오전 10시 40분경 대회 예선을 인천에 있는 연성중과 붙었는데 엉겁결에 더블 스코어로 지고 말다. 반전의 기회가 주어질 줄 알았지만 그 경기는 한번 역전 시키지 못하고 제대로 힘 한번 못쓰고 지다. 우리 학생들은 숙소로 돌아가 점심과 이른 저녁을 먹고 이기겠노라고 의지를 불태우고 강당에 서다. 경기 진행이 늦어져서 1시간 늦게 시작이 되다. 이곳 충주고 강당안에 있는 경기에 임하는 모든 남녀 중학생들은 의지가 대단하다. 이겨보겠노라고 한결같이 최선을 다한다. 엔드 라인에서 마음대로 골을 못잡았는지 강당 무대까지 달려와 억울하다는 듯 손바닥으로 무대를 치기도 한다.
울산중앙중이나 우리나 탈락의 위기를 맞은 팀인데 그래도 강당 코트에선 우리 학생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옆에서 보노라니 속터지는 일이 자주 생기곤 한데 마음뿐이다. 왜 그렇게 경기를 그 정도밖에 못할까 하는 생각에 안타깝기만 하지만 세상에는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깜빡 잊기도 한다. 어떤 학생은 몸놀림이 자유로운데 그렇지 못한 학생도 있다. 내가 넣어야 할 골을 넣지 못하고 링에 튕겨 나온 볼을 놓쳐 리바운드를 빼앗기고 그 볼을 뺏으려다가 그만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 팀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어떤 학생은 시야가 넓어 패스가 잘 이루어지는데 누구에게 볼을 보내야 하는지 순간적으로 판단이 안되어 망설이는 학생도 있다. 옆 벤치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실수를 질책하는 안타까운 소리도 들린다.
결국 열심히 뛰었지만 우리 학생들은 울산 중앙중에도 23:21로 패하고 코트를 떠나야 했다. 감독은 이왕 겨선에 못올라가기에 후보 선수들을 대상으로 출전 경험을 쌓게 하려는 뜻도 있었는데 상대방은 온 힘 다해 이겨보려는 의지가 대단하다. 게임마친 후엔 학생들에게 별 주문하지 않았고 나 또한 마찬가지여서 지고 나온 학생들에게 무슨 얘기를 해주랴. 우리가 최선을 다했지만 노력이 부족했고 전국대회 중앙 무대를 밟았다는 경험이 소중하다는 말로 대신하고 내년을 기약하고 떠나야만 했다. 경기를 잘 했다면 내일 게임에도 출전을 했을텐데 그렇지도 못하고 월요일 4강을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그건 꿈에서나 가져야 할 일이다. 재작년엔 우리 학생들이 이런 무대에서 4강에 올라 3등을 했다는데 결코 꿈은 아닌 건데 이번 경기는 잘 풀리지 않았나 보다.
토요일 오전 7시 부랴 부랴 챙겨서 충주로 달려갔는데 결과는 좋치 않았다. 내려오는 길에선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녁 9시경 출발해서 전주에 도착하니 12시다. 길게 보낸 하루였는데 나로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색다른 날이다. 우리 학생들이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더 넓은 세계에서 큰 날갯짓을 하길 소망한다. 순수하게 학교 스포츠로 한 농구이지만 숭부의 세계다 보니 양보만 하는 것도 좋치 않으니 이겨보기도 해서 힘이 넘치고 파이팅이 좋은 농구팀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기회는 주어진다. 준비만 한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수도 있다. 이번은 중앙 무대를 밟은 것만으로도 감사하자. 좀 더 노력하면 승리의 쾌감도 맛볼 수 있으리라 본다. 일상의 삶에서 큰 목표에 도전했다는 도전 정신이 우리 학생들의 삶을 이끌어주길 바란다. 더 큰 나무로 성장할 것을 믿으면서.........
2013. 11. 17
'교단단상 > 익산어양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중한 이름 (0) | 2013.12.02 |
---|---|
어양 뒷마당 사계 (0) | 2013.11.19 |
점심시간 놀이 유감 (0) | 2013.11.15 |
개인별 맞춤형 지도 시대 (0) | 2013.11.12 |
새 음악실 (0) | 2013.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