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시가 시작되어 교장실을 나서다. 수업을 제끼고 배회하는 학생은 없는지 사물함 주위는 깨끗한지 봐야겠다는 맘으로 이곳 저곳을 살피고 돌아다니다. 어제 빼빼로 데이였는데 아직도 과자 껍질이 곳곳에 눈에 띤다. 줍기도 하고 어느 곳을 도니 학생들이 나와 있다. 물어보니 교과서를 준비하지 못해서 선생님에게 쫓겨 나왔다고 한다. 액면 그대로 믿기로 했다.
4층 3학년 어느 반 교실 복도를 지나가는데 체육수업이나 되나 학생들은 없다. 그런데 교실 앞 컴퓨터 책상에 한 학생이 눈에 띤다. 다가가서 물어보다. 학생은 황급하게 컴퓨터 전원을 끄다. 뭐하냐고 물어보니 컴퓨터가 켜져 있어 그냥 끄고 있노라고 대답한다. 더 추궁하는 식으로 너 게임이나 다른 것을 보지 않았냐고 하니 그러지 않노라고 부정한다.
내 질문이 그도 그럴 것이 그 학생은 내가 등교시 학생을 맞이할 때 너무도 눈에 익숙한 학생이고 그 학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늦게 오는데다 실내화를 신고 오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띠어 습관을 좀 바꾸라고 주문하기 까지 한 학생이다. 대화 말미에 담당 선생님에게 물어본다고 하고 학교 순회를 끝내고 다시 강당으로 가다.
강당에 가서 담당 선생님을 만나 그 학생에 대한 얘기를 하니 그 학생은 정서적으로 좀 문제가 있어서 행동 반경이 거의 보건실, 도서실 등에 한정되어 있다고 하면서 지도에 신경을 좀 써야한다는 얘기를 하신다. 아차 그 학생 나름대로 특수한 사정이 있었구나 하는 정보를 얻고 다른 일로 본 교무실에 들르다.
오늘 일어난 일을 가지고 교무실에 가서 얘기를 하니 유부장님이 요즘 학생 얘기를 한다. 요즘 학생은 옛날과 달라서 일반적인 지도가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 개성이 강하기도 하고 그 학생 나름대로 특수한 사정이 있어 학생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정보가 너무 중요하다고 한다. 두루 두루 어울리고 잘 지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고 한다. 그렇구나 그거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학생 지도의 일반성과 특수성이다. 모든 학생을 똑같이 대해야 하지만 또 학생 나름대로의 특수한 사정이 있어서 지도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얘기가 많이 되는 개인별 맞춤형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그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학습 지도에 있어서도 그렇고 상담에 있어서도 그렇다. 평소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학생 지도에 잘 활용하고 싶다. 그리고 더 학생을 아는 노력을 기울이겠다.
나오다 체육선생님을 복도에서 만났는데 그 학생은 다시 보건실에 왔다 갔다고 한다. 체육선생님에게 보건실 간다고 수업 도중에 간 학생이었다. 내 말에 학생도 걱정이 되었든지 다시 내려왔다가 갔다고 하니 요즘 학생들 지도가 어렵다고 하는데 이런저런 많은 변수에 더 어려워지나 보다.
2013. 11. 12
'교단단상 > 익산어양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주고 체육관 (0) | 2013.11.17 |
---|---|
점심시간 놀이 유감 (0) | 2013.11.15 |
새 음악실 (0) | 2013.11.05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0) | 2013.11.04 |
안녕하세요! (0) | 2013.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