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1교시 체육 시간에 남학생은 운동장에서 열심히 공을 차고 있고 여학생들은 그룹을 지어서 무궁화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우리가 어릴적에 즐겨했던 놀이입니다. 그 놀이를 우리 1학년도 아닌 3학년 여학생들이 하고 있어서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1교시가 시작되어서 실내를 돌아 운동장으로 나왔습니다. 건물 뒤로 돌아 교실 밖을 한바퀴 순회하려고 나섰습니다. 우리 여학생들이 한 학생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라고 술래가 외칩니다. 그 사이 여학생들이 부지런히 뛰어서 얼음 인간이 되어 서 있습니다. 그러거니 하고 건물 뒤로 돌아섰습니다.
이제 가을 끝자락인지 들녘엔 거의 추수가 끝나 가을걷이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전봇대 위에 새 한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까치인지 까악 까악합니다. 안개가 아직 걷히지 않아서 인지 뒷 동산의 마을이 더 멀리 보입니다. 언제부터인지 난 우리 학교 건물 뒤에 있는 이 넓은 들녘을 사랑합니다.
봄이면 새싹들이 돋아 파래지고 새들도 놀러와 지저귑니다. 여름되기 시작하면 논에 모를 심어 모가 자라기 시작합니다. 땡볕에 벼도 익어가 누런 옷을 입어 황금들퍈을 만들기도 하지요. 그런 논에 추수가 끝나고 볏집 말아서 큰 공을 만들어 군데군데 놓았고 트랙터 움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런 뒷마당이 보기가 좋아서 항상 뒤를 바라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순박해지고 큰 위안이 됩니다. 2층 끝교실을 음악실로 리모델링하고 있는데 복도가 포함된 교실이라 창밖에서 바로 들녘이 보입니다. 가을이 되니 나무들이 노랑 빨강 색을 입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돌아 나오다 학교 입구에 이르렀습니다. 햇빛에 반사되어 벚나무 두 그루의 나뭇잎들이 너무 빨게 보입니다. 반대편에 나무도 노란 잎이 더 노랗게 보입니다. 그 옆엔 철봉장이 있습니다. 지난 주 들여온 모래를 학생들이 삽으로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네요.
진입로엔 무궁화 놀이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더 진지하게 놀고 있습니다. 그 놀이가 끝났나 싶었는데 왠 여학생들이 운동장 끝에 가서 칠팔명의 학생들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벌칙이라고 합니다. 나에게 몰려와서 나보고 다른 벌칙을 주고 싶은데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갑자기 주문을 하니 좋은 답변이 나오질 않습니다.
휴대폰을 들고 나와서 사진 한 장 찍으려는데 수업시간이 끝나는 때라서 학생들이 모였다 흩어집니다. 추억의 놀이라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오랫만에 보면서 많은 생각이 스칩니다. 스마트 폰에 컴퓨터 게임에 이런 놀이들이 다 블랙홀로 빨려들어 살아 남은게 하나도 없을텐데 그래도 이렇게 전수된 것이 기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즐겨 활용했던 놀이들이 부활하길 소망합니다.
201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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