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단상/익산어양중

2학년 서울 나들이

등경 2013. 10. 27. 14:56

계절은 참 좋은 때다. 한국의 시월은 신이 우리에게 준 최고의 선물일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계절이다. 10. 23일부터 25일까지 익산어양중으로서는 큰 행사가 있었다. 1학년은 임실청소년수련관에서 수련활동이 있었고, 2학년은 서울과 용인으로 나들이를 했다. 3학년은 중앙체육공원에서 개최되는 국화축제 장에 가서 추억으로 남길 앨범에 실을 그룹 사진을 찍었다. 나는 처음 가기로 계획한 것은 아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2학년과 동행하면서 서울 나들이를 했다.

그동안 2학년 학생들이 선생님들에게 좋은 평은 듣질 못했다. 2학년 담임선생님들은 한 마음이 되어서 최선의 지도를 했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못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수학여행 도중에 혹 말썽은 부리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전날 강당에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모든 선생님들이 민활하게 움직여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여행 안내는 잘 이루어졌다.

10. 23일 수요일 2학년 학생들이 테마식 체험학습을 떠나는 기다리던 날이 왔다. 7시 40분 학교에 도착하니 수학여행 차량은 먼저 와 있었다. 리무진에 새 차들이다. 학생들이 하나 둘씩 운동장에 도착했고 8시 10분쯤되어서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 왔다. 언제나 그랬듯이 한 두 학생은 항상 늦기 마련이다. 오늘은 서너명의 학생들이 아직 도착이 안되었다는 보고를 들었다. 10분 지체는 되었지만 20분경엔 모든 학생들이 다 도착하여 제 때 차량들이 출발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수학여행에 참여하게 된 것이 2003년 이리고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하면서 제주도를 가게 되었는데 그때로부터 만 10년이 흘렀다. 세월이 흐른 지금 학생들을 보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 때의 학생들은 차에 오르자마자 노래를 부르고 몸을 흔들고 함성을 지르기도 하고 움직임이 많았다면 오늘의 학생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 폰에 빠져 게임에 몰두를 하고 있어 거의 움직임이 적다.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노라면 귀찮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일정 소개도 겨우 할 정도이니 너무 개인적인 일에 몰두하는 것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막 차에 출발하자 2학년 1반 차량은 교장이 탔으니까 마음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 주려고 마이크 잡은 김에 시 두편을 낭송이 아니라 암송했다. 뒤에  생각해보니 주제넘은 행동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천안휴게소를 거쳐 11시 한남대교에 들어섰고 남산 1호 터널을 거쳐 낯익은 모습이 보인다. 광화문이 나오고 정부 종합청사가 나오고 서울 복판에 와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윽고 첫 현장체험학습지 서대문 형무소에 도착했다.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물이 들고 새들이 한가롭게 날고 서울시민들이 한가롭게 산책하는 곳에서 우리는 싸온 도시락을 풀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서대문 형무소 입구에 학생들이 몰려 든다. 내가 먼저 가서 우리 학생들을 들여보내달라고 하니 흔쾌하게 들여보낸다. 서대문 형무소는 나도 첨이다. 우리 학생들이 국어과에서 만든 활동지를 들고 열심히 뭔가를 쓰기 위해 이리저리 뛰면서 쓰는 모습이 분주하다. 보기가 좋다. 몇몇 학생들은 안내원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나도 돌면서 이것저것 신기하게 보았다. 감방 안에서 밖에 위급 상황을 알리는 도구 패통이 있다는 것도 보았고 과거 안창호 등 독립투사들이 다른 감방에 있는 애국투사들에게 벽을 두드리면서 알리는 것이 타벽통보법이라는 것도 알았다. 또 1923년 지어진 공장 건물로 수감자들이 노역을 하는 것이 공작소인데 공작소도 들러봤고 수감자들을 운동을 시키는 곳으로 벽을 만들어 놓은 격벽장도 보았다. 서대문 형무소을 나와 구세군 아트홀에 있는 난타공연장으로 향했다.

 

난타 공연은 2시에 시작이 되었다. 서울에는 두 곳이 있단다. 명동과 이곳인데 일반이 구경하기에는 5만원 내지 7만원을 주고 티켓을 구입한단다. 학생들은 30% 할인이 가능하니까 개인적으로 본다면 5만원 상당의 공연이다. 정말 그동안 많이 듣던 난타 공연이다. 시작하기 전에 껌을 씹으면 모두 수거를 한다.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지를 때 껌이 튀어나와 앞 사람 머리에 붙기도 한단다. 두드림의 예술이  세계로 진출하여 성공한 우리의 예술이다. 프리젠테이션으로 전체적인 개요를 설명하는데 아주 인상적이고 효과적이다. 송승환 PMC 프로덕션이라는 글짜도 선명하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난타 글자 그대로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관중의 호응도에 따라 공연 시간을 늘였다 줄였다 한다 하는데 우리 학생들의 호응이 좋았든지 100분 정도 공연이 되었다. 우리 학생들이 무대에 오르기도 하고 학생들의 호응을 이끌기도 하였지만 아쉬웠던 것은 우리 학생들이 임기응변의 재치로 관객을 웃기기도 하여야 하는데 너무 경직되기도 하였다. 반전에 반전이 이루어지고 무한한 창작물로 무한한 가능성도 보여주고 관객의 호응도 이끌어내기도 하여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3시 34분이다.

 

이윽고 공연을 마치고 경복궁으로 향하였다. 정문으로 들어간 반도 있고 국립민속박물관으로 들어간 반도 있고 해서 학생들이 통제가 어렵게 되었다. 박물관 쪽으로 들어간 학생들은 고종이 잠깐 머무르기도도 하고 최근에 지어졌던 곳 등만 돌아보고 정말 봐야 하는 경회루,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 등은 관람하는 학생들이 적어 보인다. 난 몇몇의 핛생들과 같이 다니면서 내가 아는 범위에서 설명을 해주었다. 설명해 줄 수있는 것도 3년전 경복궁과 창경궁과 창덕궁 체험을 속속들이 했기 때문이다.

 

서울은 아름답고 활기찬 도시이다. 짧은 기간 동안 큰 성장을 이룬 최첨단 도시이면서도, 전통과 현대가 멋지 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궁궐은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전통 문화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잘 보전된 문화유산이다. 경복궁은 조선 왕조를 대표하는 제일의 궁궐로서 조선 왕조를 세운 태조가 건립한 궁궐로 규모가 크고 격식이 엄중하다. 창덕궁은 동쪽에 자리 잡은 궁궐이라 하여 동궐로 부르고 경복궁을 보조하는 궁궐로 지어졌다. 창경궁은 세 번째로 지어진 조선시대 궁궐로 왕들의 생활공간을 넓힐 목적으로 지어졌다.

 

오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양지파인 리조트다. 거의 다 와서 버스가 산속을 올라가는데 아 여기가 스키장임을 알게 되었다. 숙소 배정이 되고 식사를 하고 10시 경 각 반 점호를 하면서 학생들의 불편한 점도 물어봤다.  

 

이튼날 일정이 시작되었다. 어제 밤에 이루어진 비화도 전해진다. 새벽 두시경 우리 학생들이 복도에 나와서 공차기를 하여 다른 학교로부터 항의를 받았다는 얘기 등이 들려진다. 식사를 하고 일찍 나들이를 시작했다. 먼저 과천과학관으로 이동했다. 처형이 살아서 과천을 수없이 왔지만 이곳 과학관은 한번도 들어온 적이 없는데 들어와 보니 구경할 만하다. 과학관을 나서니 바람이 꽤 세차게 분다. 바람에 나뭇잎이 날리고 그 나뭇잎은 빨갛게 노랗게 잘 들었다. 하늘은 너무 파랗다. 좋은 계절임을 또 느낀다. 곧 이어서 아쿠아리움으로 갔다. 수족관 구경을 했고 한강변에 있는 아리랑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좀 많이 이동했더니 시장기가 든다. 상추쌈에 돼지고기가 너무 맛있다. 마음껏 먹었다. 한강이 너무 멋있어 보인다. 그동안 유유히 흐른 한강이다.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알수 없는 일이지만 아무려면 큰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뚝섬유원지다. 강을 끼고 도는 모습이 너무 좋다. 이렇게 넚은 강을 보면 정말 마음이 푸근하기도 하다.

 

식사를 마치고 도착한 곳은 비밥공연 관람을 위해 공연장으로 이동을 했다. 종로에 있는 삼일대로 비밥 전용관에 도착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공연이라는 구호가 인상적이다. 역동적이고 재밌어서 잘 보긴 했어도 어제 본 난타와 겹치는 부분도 있고 아무리 생각을 해도 어제의 난타공연의 아류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똑같이 재밌다고 하는데 구성등에 있어서도 오늘의 공연이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으로 갔고 기념관 관람을 하고 숙소로 돌아오다. 저녁을 먹고선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있었다. 7시 30분 시작이 되어서 9시 15정도 끝났다. 좀 더 재밌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우리 학생들의 연출력이 좀 떨어진다. 너무 책에 매달려 씨름한 탓일까.

 

셋째 날이 밝았다. 좀 일찍 일어나서 서성댔다. 6시가 되어서도 학생들의 움직이 없다. 식사 시간 30분 전에는 여학생들 방에서만 머리를 감고 머리 말리는 학생들이 쓰는 헤어드라어기 돌아가는 소리가 조용하게 들린다. 여학생에게 머리 감는 샴푸 빌리러 오는 아이들도 있다. 머리는 샴푸로만 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즘의 아이들의 생각이다. 혀 짧은 소리로 애걸하면서 여학생에게 샴푸를 빌려간다. 식사를 하고 차에 오르다. 캐리어로 이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묻다. 아침식사했느냐 했더니 못했다는 학생들이 꽤 많다. 이유도 다양하다.먹기 싫어서 반찬이 맛이 없어서 평소 먹지 않아서 어떤 학생은 아침 식사하는 것이 귀찮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 옛날 수학여행 가서 모든 학생을 일찍 깨워서 제대로 식사를 했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지금 달라진 까닭은 무엇일까. 스스로 곰곰히 생각해본다. 결론은 너무도 많이 다른다는 점은 분명하다.

 

8시 20분 출발했고 1시간 쯤 지나서 학생들이 최고 놀고 싶어하는 에버랜드에 도착하다. 그걸 증명하듯 일찍 왔다 싶었는데 왠 학생들로 벌써 만원이다. 9시 반 되어 입장이 되었고 나도 벌서 초등생 자세로 벌써 태도 전환이다. 그냥 뛰고 싶다. 달리고 싶다 날고 싶다. 담임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자유관람권과 식사권  두 장을 손에 쥐어 주고서 각자의 길로 나가다. 우리 선생님들은 사파리 체험을 하자고 사파리관으로 간다. 지난번에도 와서 봤는데 또 보고 싶다. 20여 분 기다려서 버스에 올라 들어가니 맨 먼저 반겨준 건 백호이다. 기사님의 해설도 맛깔스럽다. 하이에나는 지난번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하이에나도 있고 하이에나는 암컷이 대장이라는 것도 알게 되다. 곰을 만나더니 먹을 것을 던져주면서 기도하게 하기도 하고 발바닥도 보여주게 한다. 오래 교감을 갖더니 이젠 친구처럼 지내는 것 같다. 나와선 다른 놀이장을 돌아다니다가 일찍 식사를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식사 장소로 옮겨 가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티익스프레스 애기를 하다가 어느새 나에게 주어진 미션으로 바뀌어지는 감을 느끼다. 아닌게 아니라 최샘이 예약표를 가지고 올테니 타실거냐고 물어본다. 타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하니 1시 예약표를 가져오다. 도우미에게 물어보니 나이 제한은 없다고 한다. 불안한 마음에 주위를 돌아다니다가 익스프레스를 타기 위해 입장을 하다. 들어선 후에 30여분이 흘러 열차를 타다. 긴 줄 대열에 서서 들어가는 데 대부분이 중고등학생이다. 불안해하고 떠들고 하는 것은 다 마찬가지이다. 77도 낙하 각도로 시속 104킬로로 달리는 열차라고 팻말에서 안내한다. 3시간 기다렸다 3분탄다고 써 있는 낙서도 보인다. 죽도록 불안하다는 낙서도 있다. 나는 어린 학생들은 괜찮으려니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거 같다. 불안하긴 다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게 위안이 되다. 무작정 몸을 실다. 아닌게 아니라 올라가는 것은 괜찮은데 올라갔다 내려올 때 정말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거의 수직으로 내려오는데 몸이 날아가는 듯 불안이 엄습했다. 몇번을 오르락 내리락 좌우로 비틀고 하다가 출발점에 열차가 들어오게 된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비몽사몽 나오는데 앞에서 기념사진 사가라고 한다. 나도 인증샷으로 한 장 들고 자랑스럽게 빠져나오다. 나오다 선생님들을 뵙다. 내가 나오지 않아서 정말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한다. 버킷리스트 하나를 해결한 셈이다. 오** 학생을 만났는데 티익스프레스를 타면서 죽을뻔했다 한다. 모두 다 티익스프레스는 부담인 모양이다. 3시가 넘어서 거의 다 학생들이 다 나왔고 3시 10분 익산으로 향하다.

 

작년 체험학습을 다녀 온 학생들이 좋았다고 했다. 직접 와서 보니 괜찮다. 문화체험도 좋았고 에버랜드에서 마음껏 자유시간을 주니 학생들 표정도 밝았다. 생각보다 우리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지시에 잘 따랐고 뭔가 보고 배우려는 학생들의 태도도 좋았다.  인간은 여행으로 성숙해진다. 베이컨은 여행은 젊은이들에게는 교육의 일부라고 했고 연장자들에게는 경험의 일부라고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우리 학생들이 더 성숙해지고 더 많은 추억으로 먼 훗날 추억을 떠올리면서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띠우는 그런 체험학습이길 빈다. 작가 조정래는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라 했다. 인생에서 독서와 여행은 정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으로 따라야 할 것들이다. 5시 45분 도착을 했고 잠시 후 학교 운동장은 적막감이 흐르다. 많은 학생들의 함성들을 조용히 잠재우다. 수없는 추억과 비밀을 간직하면서.....

 

201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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