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큰 플래카드를 걸었습니다. 대개 플래카드는 행사 안내를 위한 것이지만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좋은 시 한 수를 베폭에 담아 이쁜 그림과 함께 걸었습니다. 느낌이 있는 등굣길(교감샘이 붙인 내용인데 맘에 쏙 듦)이라 하여 이해인의 '나를 키우는 말'이라는 시를 큰 글씨로 담아 걸어놓으니 보기가 좋았습니다.
여름방학에 들어가기 전 국문학을 전공하신 교감선생님께 부탁을 했습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시를 골라서 개학하고 나선 큰 걸게 그림으로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개학하고 나서 바로 걸어볼 생각이었지만 마음대로 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이 허공으로 흩터지지 않고 오늘 이 작품으로 결실을 맺어 플래카드가 걸리게 되었습니다. 괜찮으면 한 해에 절기 따라 좋은 내용으로 학생들에게 큰 메시지가 전달되는 플래카드를 걸어 느낌이 있는 등굣길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월요일 방송조회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이루어진 터라 그동안 시상하지 못한 것 모아서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지요. 시상을 하고서 요즘 우리 학생들이 보여주는 생활태도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요즘은 세살버릇 고쳐서 여든까지 간다라고 전제하고 반성하는 생활을 촉구하였습니다.
올해 우리 어양중 학생들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여러 가지 비행들이 줄어들었습니다. 학교가 안정되고 차분해졌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눈에 썩 설어보이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침독서 시간도 제대로 정착되질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실내화로 등교를 하질 않나 담이 없다 보니 무단 외출을 무시로 하다보니 기초생활질서가 많이 흐트러졌습니다.
몇 가지를 주문했습니다. 시간을 잘 지키기, 휴지 버리지 않기, 실내화로 학교 생활하기, 급식 질서 지키기, 고운말 쓰기 등 기본적인 학교 생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 가운데 요즘 우리 학생들의 언어 사용은 너무도 위험한 수준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욕설 아니면 대화가 되질 않습니다. 지난번 교장실에 있노라니 날카로운 여학생 목소리로 @@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 여학생을 불러세우니 3학년 선도부원이었습니다. 이유인즉 자기 물건을 남학생이 뺏는다고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을 남학생에게 하다가 나에게 들킨 것이었습니다. 이런 것 만이 아니라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말들이 너무도 거칠고 순화되지 않은 말들이 많아서 고운말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걸린 이해인의 시는 나를 키우는 말이라는 제목의 아름다운 시입니다. 지난 조회에서도 이해인 수녀의 '말을 위한 기도'라는 시의 일부분을 낭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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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여
하나의 말을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참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성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 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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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생들이 거친 말이 아닌 좋은 말로 하루가 행복하고 학교 생활이 서로에게 격려가 되고 위안이 되는 행복한 생활들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시 내용처럼 행복한 말과 고맙다고 하는 말과 아름답다는 말로 우리 마음이 환해지고 우리 주위가 명랑해지고 건전해졌으면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 한 수를 내걸어 봅니다.
2013.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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