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오늘 신문 헤드라인을 살펴보노라니 밖에서 곽여사님의 목청이 크게 들린다. 짐작이 간다. 아마 학생들이 실내화로 갈아신지 않고 출입문을 그대로 통과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단축 수업을 하기에 서둘러서 교실을 돌아보려던 참이다. 교장실을 나서니 때는 여덟시 10분 정도다. 1층 출입구에 가보니 학생들이 부지런히 들어온다. 반갑게 인사로 맞이하다.
다른 때 같으면 8시 15분에서 40분까지 아침독서니까 교실을 순회한다면 종소리를 듣고 여유있게 출발을 해도 아침독서 끝나는 시간까지 충분하게 떨어진 휴지도 줍고 닫혔던 창이 있으면 열기도 한다. 오늘은 1학기 말 너무 더워서 단축수업을 며칠했는데 요즘 더위도 마찬가지여서 이번 주도 잠정적으로 단축수업을 하기로 하였기에 오늘 일정은 8시 30분이 1교시 시작 시간이어서 일찍 교장실을 나선 것이다.
2층부터 돌까 4층부터 시작할까 하다 우선 4층으로 향하다. 서편 복도를 올라 4층 3학년 6반 교실 복도에 들어서니 여학생들이 무리지어 재잘 거린다. 나를 보더니 반사적으로 '교장선생님! 에어컨 틀어줘요 우리 삼계탕 되겠어요.'라고 외친다. 순간적으로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다 그냥 넘어가는게 좋을 듯 싶어서 대꾸는 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그래도 그동안은 최대한 공부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에어컨을 가동시키지 않았냐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학생들은 오늘 당장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학교 당국이 서운하였으리라.
4층 복도 끝엔 3학년 1반이 자리잡고 있다. 평소는 학급 순회를 해도 들여다 볼 수 없는 공간이다. 왜냐 하면 복도가 포함된 반으로 문이 닫혀 볼 수가 없다. 오늘은 학급 담임 선생님이 들어가기 전이라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다. 학생들이 좌석에 많이 앉아있다. 내가 들어가니 여기 저기서 인사를 한다. 인사왕 프로젝트 실시 이후 우리 학생들이 인사를 잘해왔는데 더 잘한다. 인사성이 좋다. 몇몇 남학생들은 휴대폰으로 무엇을 하는지 내가 들어가도 별 관심이 없다. 교실을 둘러보고 돌아나와 문가로 왔는데 누군가 나를 뒤따라 온다. 복도에서 뒤따라 온 학생이 종이컵을 내민다. '선생님, 사이다예요. 드세요.' 의외다. 나에게 사이다 컵을 내미는 박오*이가 준 다는 것도 그렇고 이른 아침 사이다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은 하기 어려웠으니 기쁘게 받다. 오*이는 잘 안다. 2학년때 어느 가을 날 무용시간 수행평가를 준비한다고 방과후 교실에 남아 춤 연습을 하던 때부터 아는 사이이긴 하다.
돌아서면서 생각해보니 교실 순회를 하면서 사이다를 얻어 먹어본다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잘 해서 주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사이다를 마시니 시원하다. 시원한 맘으로 하루를 시작할 거 같다. 우리 학생들도 날씨는 덥지만 시원한 맘으로 학교생활을 했으면 한다. 3층으로 내려오면서 우리 나라가 전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국적으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하고 있는 마당이라 절약하는 것은 중요한 줄 알지만 학교는 좀 예외로 했으면 한다. 냉난방기를 통제를 하라 대기전략 차단장치를 설치하라 에어컨을 청소하라 등 주문도 많다. 우리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냉난방기를 통제함으로 우리가 어려우면 이럴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도 교육이라고 본다. 우리 어린 청소년들은 너무도 좋은 부유한 환경에서만 자라가지고 어려운 줄 모른다. 그래서 나약하다. 자살이 많은 것도 그 이유다. 조금만 어려우면 어려움을 극복할 줄 모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교육적인 훈련과 지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연일 불볕더위여서 그 단어가 새삼스럽지 않다. 올핸 19년만이다 기록이 갱신하고 있다 하고 호들갑을 떠는데 앞으론 더 할 것이다. 팔월의 끝자락에 다가 서고 있다. 여전히 전국이 불타오느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내일부터 모레 사이에 한차례 비가 지나고 나면 폭염의 기세도 한풀 꺽기리라 본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살인 푹염도 이제 서서히 끝이 보이고 있다. 오늘 그 현장을 목격했다. 출근길 삼례천 뚝방길로 오다 보니 완주 춘포뜰을 지나면서 가을로 가는 볕임을 느끼다. 벼도 햇볕에 반사되어 노란 기가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다. 하늘도 높아지겠지. 그러고 가을은 어느새 성큼 우리 곁에 서있겠지 하는 생각을 해보다.
막바지 폭염이 이어질 오늘 하루도 화이팅 해보자!
어양 화이팅!!!!!!
2013. 8. 21
'교단단상 > 익산어양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점심시간 이모저모 (0) | 2013.09.03 |
---|---|
초콜릿 선물 (0) | 2013.08.22 |
축구 준우승 (0) | 2013.07.29 |
생활체육대회 축구 4강 (0) | 2013.07.28 |
청소년 생활체육대회 축구 경기 예선 (0) | 2013.07.27 |